[여성신문 선정 올해의 인물]

지난 1월 한국인·아시아 여성 최초로 ‘무지원 단독’ 남극점 도달에 성공한 탐험가 김영미(43·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대장. ⓒ에이스토리 제공
지난 1월 한국인·아시아 여성 최초로 ‘무지원 단독’ 남극점 도달에 성공한 탐험가 김영미(43·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대장. ⓒ에이스토리 제공

지구 남쪽 끝을 향해, 홀로 한발 한발 1186㎞를 걸었다. 지난 1월 탐험가 김영미 대장(43·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은 50일 11시간 37분 만에 남극점에 이르렀다. 식량·연료 등 중간 보급 없는 ‘무지원 단독’ 남극점 도달 성공은 한국인·아시아 여성으로도 처음이다.

2008년 여성신문 선정 ‘2030 여성 희망리더 20인’에 올랐던 김영미 대장은 이제 살아있는 역사가 됐다. 2008년 ‘세계 7대륙 최고봉 한국 최연소 완등’ 기록을 쓴 이후로 25년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험을 거듭했다. ‘남성의 세계’로 여겨졌던 8000m 이상 고산 등반은 물론, 편견과 한계를 넘어 나아가는 그의 여정을 보며 많은 이들이 용기를 얻었다. 한국 대표 탐험가이자 영감을 주는 여성. 김영미 대장은 여성신문이 꼽은 ‘2023년 올해의 인물’이다.

지난 1월 한국인·아시아 여성 최초로 ‘무지원 단독’ 남극점 도달에 성공한 탐험가 김영미(43·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대장. ⓒ김영미 대장 인스타그램 캡처화면
지난 1월 한국인·아시아 여성 최초로 ‘무지원 단독’ 남극점 도달에 성공한 탐험가 김영미(43·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대장. ⓒ김영미 대장 인스타그램 캡처화면

김영미 대장은 자신을 “에베레스트에서 남극까지, 수직으로 수평으로, 극과 극을 달리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강원도 평창에서 농군의 딸로 태어났다. 대학 산악부에 가입하며 본격적으로 산을 타기 시작했다. 20대였던 2003년 히말라야 등반을 시작해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2008년 28세에 7대륙 최고봉을 완등했고, 2013년 히말라야 암푸 1봉을 세계 최초로 등정했으며, 2017년 얼어붙은 시베리아 바이칼호 위를 홀로 썰매를 끌고 23일간 724㎞를 걸어 건넜다.

화려한 기록 뒤에는 수많은 번민과 실패가 있었다. 한계를 느낄 때마다 언제나 산은 ‘정면 돌파’하는 법을 알려줬다. 2013년 히말라야 암푸1을 처음 등반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살아있다는 건 이런 거구나. 내 심장이 이렇게 뛰고 있는데 허투루 살지 말아야겠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 다시 이야기를 쓰고 싶다. 정면 돌파해 보자. 어떤 성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에너지를 쏟아서 나 자신을 비우고 싶었어요.”

그가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나눈 진솔한 고뇌와 겸허한 성찰은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줬다. “혼자 완성할 수 있는 탐험은 없었다”고 강조하며 자신을 돕고 지지해 준 산악인들, 지인들, 후원자들도 기억해 달라고 했다.

“저는 남극점을 지나는 순간 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에서 거쳐 가야 하는 여러 점들, 산악인의 삶에서 거쳐야 하는 여러 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앞으로를 기대해 주시고, 제 꿈을 응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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