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화 화백 개인전 ‘지치지 않는 기도’
26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

류준화, 윤형숙과 제자들,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130×162cm, 2023 ⓒ류준화/나무화랑
류준화, 윤형숙과 제자들,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130×162cm, 2023 ⓒ류준화/나무화랑

류준화 화백이 잊힌 소녀들을 위한 제사상을 차렸다. 한복 차림에 댕기머리를 한 앳된 여성들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용감하게 뛰어들었던 학생들이다.

류 화백은 서울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연 개인전 ‘지치지 않는 기도’에서 호남 여성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며 만난 여성들을 조명했다. ‘남도의 유관순’이라 불린 독립운동가 윤형숙과 그 제자들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호남에서 여성운동과 항일운동을 펼쳤던 ‘소녀회’ 회원들이다. 소녀회는 1929년 조직돼 그해 11월3일 광주학생독립만세운동까지 적극 참여했던 조직이다.

최근 나주에서 생활하면서 호남 여성 독립운동사를 연구하게 된 류 화백은 잊힌 여성들을 호명하고, 캔버스 속 자신의 정원으로 초대해 식사와 술과 차를 나눈다. 김진하 미술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표면적으로는 정물화”이나 “위무이자 대화고, 파티이자 제사”다.

류 화백은 1990년대부터 여성미술운동에 함께하며 잊힌 여성의 현실과 서사에 대한 관심을 작품으로 표현해 왔다. 2019년부터 역사 속 여성들로 작업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앞서 김마리아, 박차정, 정정화 등 독립운동사에서 조명되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초상을 그린 ‘33인의 여성들’ 등을 선보였다.

그는 “내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제사상을 차리는 것은 그녀들의 존엄함을 환기하고 그녀들의 자리를 만들고 싶어서다. 최근에 와서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자료와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독립운동의 역사 현장이 아니어도 여성들은 늘 역사의 현장에 함께 하고 있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시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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