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2024 시즌 프로그램 공개
부임 3년 맞는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
라벨·드뷔시·말러·스트라빈스키·쇼스타코비치 등 선보여
한국 최초 카라얀상 윤한결 지휘자 협연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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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베를리오즈, 말러,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 라흐마니노프까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대표이사 최정숙)가 2024 시즌을 맞아 당대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거장들을 소환한다.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2024년 우승자와의 협연 무대도 연다.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 부임 3년 차를 맞은 국립심포니는 2024년 ‘음악의 얼굴’을 주제로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펼친다. 독일-오스트리아 대신 프랑스와 러시아 작품의 전면 배치가 눈에 띈다. 베토벤, 브람스 등 묵직한 독일 낭만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음향을 탐구한 라벨과 드뷔시, 프랑스적인 개개인의 앙상블을 추구한 베를리오즈의 대표곡이 관객과 만난다.

관현악의 새 지평을 연 말러, 벨 에포크 시대(1880~1900)에 음향적 전통을 부활시킨 샤브리에와 로드리고, 민요에 담긴 민족의 정체성을 근대적 관현악법에 담은 엘가 등 음악의 새로운 얼굴을 끄집어낸 혁신적인 작곡가들의 작품도 선보인다.

스트라빈스키와 쇼스타코비치, 라흐마니노프를 택한 점도 뜻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격화하고 있다. 국립심포니는 음악 스타일은 달랐지만 반-이데올로기의 목소리를 높이며 전쟁의 희생자들을 추모한 스트라빈스키와 쇼스타코비치, 이민자의 삶을 대변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통해 예술이 지닌 위로와 치유의 힘을 비춘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2024 시즌엔 세 객원지휘자가 포디움에 오른다. ‘체코의 민족성을 예술로 승화시킨 지휘자’ 레오시 스바로프스키(62)는 드보르자크를 통해 체코의 음악적 유산을 조명한다(7월21일 예술의 전당). 프랑스적 세밀한 앙상블을 다듬을 뤼도비크 모를로(50, 8월31일 예술의전당)), 2023년 잘츠부르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한 윤한결(29, 3월9일 롯데콘서트홀)은 스트라빈스키가 제시한 신고전주의의 새로운 음향과 리듬을 탐구한다.

화려한 피아노 협주곡, 희귀한 기타와 하프 협주곡 무대도 마련했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에프랑 바부제(61)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3월9일 롯데콘서트홀)을 연주한다. 2021년 부소니 콩쿠르 우승자 박재홍(24)은 당시 우승을 안겨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5월12일 예술의전당)을 선보인다. 기타 열풍을 일으킨 밀로시 카라다글리치(40)가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스 기타 협주곡’(2월2일 예술의전당)을, 하프의 가능성을 넓혀온 자비에르 드 매스트르(50)는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글리에르의 하프 협주곡(12월7일 예술의전당)을 선보인다. ‘색조가 풍부한 연주자’ 첼리스트 얀 포글러(59)가 엘가의 첼로 협주곡(7월21일 예술의전당)을 들려준다.

2024/25년 국립심포니 상주작곡가는 노재봉이다. 임기는 2년이다. 신작 ‘집에 가고 싶어’가 12월7일 정기공연 무대에서 초연된다. 2022/23 상주작곡가 전예은의 신작도 7월21일 공개한다.

최정숙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와 니콜라 데르농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사무총장이 지난 11월10일 업무 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최정숙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와 니콜라 데르농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사무총장이 지난 11월10일 업무 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미래의 클래식 거장도 만날 수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와의 협연 무대(9월26일 예술의전당)다. 최정숙 대표이사와 니콜라 데르농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사무총장은 앞서 지난 11월10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승자는 6월1일(현지시간) 발표 예정이며, 프로그램은 우승자의 기교와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또 2024 시즌 오프닝 콘서트(1월14일 국립극장)를 통해 관현악, 오페라, 발레를 아우르는 극장 오케스트라의 면모를 보여준다. 동시대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엄스의 작품(3월23일 예술의전당) 연주도 선사한다.

예매는 오는 14일 오후 4시 인터파크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유료회원(코내시모)을 대상으로 시작된다. 극장별 유료회원 예매는 20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일반예매는 21일 오후 4시부터 인터파크에서 할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홈페이지(http://www.knso.or.kr) 또는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그간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독일과 프랑스 레퍼토리, 정통 콘서트 음악과 무대 음악을 오가며 유연하고 참신한 해석을 선보였다. 유명 작곡가의 희귀 레퍼토리, 현대 작품 초연 등으로 관객과 평단의 신뢰를 끌어냈다. 지난 11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예공로훈장 ‘슈발리에’를 수훈했다. 국립심포니뿐 아니라 프랑스의 메스 국립오케스트라, 로잔 신포니에타의 예술감독·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클래식 음악의 보존과 활성화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았다.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국립심포니의 페르소나를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한 해로, 풍성한 레퍼토리와 스페셜리스트들의 향연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것”이라며 “지난 2년간의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섬세한 앙상블을 다듬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정숙 대표이사는 “라벨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포함해 기타와 하프 협주곡까지 눈과 귀가 즐거운 협주곡의 향연”이라며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음악과 국립심포니의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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