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페미니즘 사상검증 토론회
피나는 노력으로 활약하는 사람들 마녀사냥…방치하는 국가 민주사회 아냐
사실관계 바로잡아도 다시 트집 잡아…이성적 논의로 마녀사냥 종식해야

장혜영 정의당 의원, 한국여성민우회,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등이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주최한 ‘온라인 집게손가락 억지논란’ 토론회에서 정치·여성·소비자·언론 등 각계 전문가들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페미니즘 사상검증’의 문제를 지적했다. ⓒ박상혁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 한국여성민우회,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등이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주최한 ‘온라인 집게손가락 억지논란’ 토론회에서 정치·여성·소비자·언론 등 각계 전문가들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페미니즘 사상검증’의 문제를 지적했다. ⓒ박상혁 기자

여성 콘텐츠 창작자들이 남성을 조롱할 목적으로 ‘집게손가락’을 작업물에 넣고 있다‘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의 주장에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각계 전문가들은 “기업과 정치권은 지금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커뮤니티의 집단 가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한국여성민우회,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등이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주최한 ‘온라인 집게손가락 억지논란’ 토론회에서 정치·여성·소비자·언론 등 각계 전문가들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페미니즘 사상검증’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 같이 말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활약하는 사람들 항햔 마녀사냥…방치하는 국가 민주사회 아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수차례 손을 쥐었다 펴며 “애니메이션과 친구들이 손을 펴고 접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손을 이루는 27개의 뼈, 24개 근육, 34개 관절을 하나하나 그려가면서 실력을 키운다. 피나는 노력으로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이 마녀사냥에 휘말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고 토로했다. ⓒ박상혁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수차례 손을 쥐었다 펴며 “애니메이션과 친구들이 손을 펴고 접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손을 이루는 27개의 뼈, 24개 근육, 34개 관절을 하나하나 그려가면서 실력을 키운다. 피나는 노력으로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이 마녀사냥에 휘말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고 토로했다. ⓒ박상혁 기자

사회를 맡은 장혜영 의원은 “이번 토론회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지긋지긋한 ‘집게손가락’ 억지논란과 이를 통한 페미니즘 마녀사냥을 멈추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라며 “2021년 GS25 포스터의 손가락 모양을 두고 제작자를 징계한 사건부터 익명에 숨어 노동자들의 직업을 잃게 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서 영상과 게임 제작을 전공했다. 그는 수차례 손을 쥐었다 펴며 “애니메이션과 친구들이 손을 펴고 접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손을 이루는 27개의 뼈, 24개 근육, 34개 관절을 하나하나 그려가면서 실력을 키운다. 피나는 노력으로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이 마녀사냥에 휘말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같은 억지논란을 종식시키지 못하면 광범위한 창작 영역에 소비자주의를 내세운 마녀사냥이 고착화되고 이는 우리 사회 문화콘텐츠사업 전반을 위축시킨다. 해외 국가들이 페미니즘을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건, 그 국가들이 우리보다 착해서가 아니라 다양성이 사회 발전의 밑바탕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장 의원은 “사회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모양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인권을 침해하도록 두는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볼 수 없다. 과거 엄혹한 시기를 이겨낸 민주사회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민주·반인권·반노동적인 억지논란과 사상검열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메이플스토리 사상검증 피해자 A씨의 입장을 대독했다. A씨는 발언문을 통해 "페미니즘은 성평등을 위하고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이다. 누군가를 위협하는 반사회적 행위가 아니다"라며 "실체하지 않는 혐오 표현을 수정하느라 많은 인력이 낭비되고 있다. 더 이상 논리에 맞지 않는 소수의 악성 민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실관계 바로잡아도 또 다른 트집 잡아…이성적 논의로 마녀사냥 종식해야”

손가락 모양으로 ‘남혐 캐릭터’ 논란이 불거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 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일부.
손가락 모양으로 ‘남혐 캐릭터’ 논란이 불거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 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일부. 

토론회에선 논란의 중심이 된 ‘메이플스토리’ 여성 캐릭터 ‘엔버’의 손가락 모양은 최초 발견 시부터 의혹의 대상인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25일 낮 12시 게임 커뮤니티 ‘인벤’에 올라온 해당 장면 게시물에 “엔버 페미임?”이라는 댓글이 달렸지만, 이는 농담으로 받아들여져 “하트가 아니라 손 펴는 동작일걸”, “다시보니 그렇구만 ㅈㅅ”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엔버 홍보용으로 발매된 음원의 가수가 2016년 넥슨 ‘클로저스’ 성우 사상검증 사건에서 성우를 지지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메이플스토리 내 페미니즘 색출 작업이 시작됐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엔버의 집게 손 모양을 다시 언급하며 페미니즘 의혹을 부추긴 후 영상 작업에 참여한 여성 애니메이터 A씨의 X(구 트위터) 게시물 중 페미니즘과 관련한 내용을 뒤져 ‘여성 페미니스트 애니메이터가 남성을 비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집게손가락을 그렸다’는 논리를 만들었다.

이후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A씨가 속한 업체 ‘스튜디오 뿌리’의 작업물 전반의 집게손가락이 지적하며 뿌리의 영상을 사용한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사상검증에 돌입했다. 이에 던전앤파이터, 블루 아카이브, 에픽세븐 아우터플레인, 이터널 리턴 등은 줄줄이 사과문을 올렸다.

‘스튜디오 뿌리’의 장선영 대표는 26일 사과문을 통해 '원화 애니메이터인 A씨가 해당 동작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의혹을 부정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이튿날인 27일 2차 사과문을 내고 'A씨가 퇴사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게시 직후 사과문을 내리고 A씨와 함께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논란이 된 집게손가락 장면을 그린 작가가 40대 남성 외부 애니메이터라는 뿌리 측 해명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기타 논란이 된 장면들도 남성 애니메이터가 그리고 넥슨이 수 차례 검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집게 손이 나온 것 자체가 문제다”는 식의 비난이 계속됐다.

일상이 된 페미니즘 사상검증…기업·국회·정부 나서서 악순환 끊어야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은 “여성노동자들은 일상에서, 혹은 노동을 하는 전 생애 한 번쯤은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박상혁 기자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은 “여성노동자들은 일상에서, 혹은 노동을 하는 전 생애 한 번쯤은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박상혁 기자

페미니즘 사상검증 피해 사례를 모으고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은 “여성노동자들은 일상에서, 혹은 노동을 하는 전 생애 한 번쯤은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한 여성 아이돌이 팬미팅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밝히자 비난의 대상이 됐고, 2021년 안산 양궁 국가대표는 짧은 머리와 여대 출신 등을 이유로 사이버불링을 당했다. 같은해 한 중소기업에서는 면접관이 페미니즘에 대한 의견을 면접자에 물으며 표정을 보게 마스크를 벗으라고 요구한 사건도 있었다.

김 국장은 “페미니즘 사상검증의 피해자는 여성노동자만이 아니게 됐다. 메이플스토리 사건에서 작품을 제작한 남성노동자와 하청업체가 논란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됐다. 주말에도 출근한 넥슨 직원들도 피해자다. 이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이 성장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무관심으로 대처하기에는 너무 많은 길을 떠났다. 회사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국회와 정부는 이번 사건을 보다 진중하게 바라보고 실질적인 대책에 나서야 한다”며 “넥슨이 시작한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마지막 사건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는 김준우 정의당 선거연합정당 추진 비대위원장,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이민주 페미니스트연구웹진 Fwd 연구자,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대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 류하경 정의당 변호사 등이 참석해 페미니즘 사상검증 반대에 목소리를 보탰다. 이외에도 40여명이 간담회장을 찾아 자리를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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