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센터 보다, 6일 성북구청 앞 기자회견
“건물주·업주 수사·처벌·불법이익 환수부터”

서울의 마지막 성매매집결지 ‘미아리 텍사스’가 재개발로 철거될 예정이다. 여성단체가 정부에 갈 곳 없는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자활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건물주·업주에 대한 엄정한 수사, 처벌과 불법 이익 환수 추징도 촉구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가 지난 6일 오전 성북구청 앞에서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폐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 제공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가 지난 6일 오전 성북구청 앞에서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폐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 제공

재개발을 앞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성매매집결지엔 현재 업소 총 80여 곳, 종사자 300여 명이 남아있다. 롯데건설·한화건설이 초고층 아파트를 짓기로 한 신월곡1구역 일대다. 지난 10월부터 주민 이주가 시작됐다. 조합은 2024년 이주와 철거, 2025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성 착취로 돈을 벌어 온 건물·토지 소유주, 업주들이 두둑한 재개발 수익마저 올릴 것이라고 본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는 지난 6일 오전 성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성북구를 향해 “건물주와 업주에 대한 보상을 말하기 전에 성매매 등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우선”이라고 촉구했다. 불법 이익 환수 추징도 요구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가 지난 6일 오전 성북구청 앞에서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폐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가 지난 6일 오전 성북구청 앞에서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폐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아사거리 일대가 재개발 기대로 들썩이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갈 곳이 없다. 지원 제도는 있다. 성북구는 2017년 ‘성매매 예방 및 성매매피해자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도 2021년 ‘여성폭력방지와 피해자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보다 활동가들은 “그러나 성북구와 서울시는 아직까지 조례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매매는 결코 성매매여성 개인의 문제나 책임이 아니다. 성매매를 허용하고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온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며 “성매매 여성의 자활 대책이 없다면 폐쇄의 과정에서도 가장 취약한 여성들이 마지막까지 남을 것이며 결국 더 열악한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참한 성북구 주민 권남표씨는 “저는 남성이지만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옆을 지날 때마다 왜 구청은, 경찰은, 정부는 이런 폭력의 공간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지 의아했다”며 “제가 사는 이 지역구가 피해자에게 친절하고 가해자에게 냉정하길 원한다. 불법으로 이윤을 축적한 업주를 엄하게 처벌하고, 피해 여성들에게는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지원 정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경찰이 그간 성착취 피해 여성들의 신고에 부적절하게 대응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민형 여성인권센터 보다 활동가는 “집결지에서 가장 가까운 종암경찰서는 피해 여성들이 업주를 신고했을 때 피해조사조차 하지 않고 성매매 피의심 조사를 하겠다며 무력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또 “불법건축물을 허용하고 그곳에서 영업이 이뤄지게 한 책임이 있는 건물주, 토지주도 고소하고자 했으나 이들은 고소인 명단에서 빼는 것이 어떻겠냐는 얘기를 들었다”며 “종암경찰서는 성매매 피해를 방관하지 말고 성매매 알선, 운영 그리고 영업을 할 수 있게 한 업주, 건물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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