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주한EU대표부, 7일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 개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가 7일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제공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가 7일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제공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KEN)가 7일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를 개최했다. ‘다양성의 실현: 포용성의 실천’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유럽과 한국의 시민사회 단체, 민간 부문, 학계, 언론, 사회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는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올해는 세계인권선언 채택 75주년, 한-EU 수교 60주년으로 공동의 가치를 다지고 기념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인권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라며 “오늘 여기 모인 여러분이 우리의 핵심 파트너다. 포기하지 말라. 시민사회 없이 인권 의제를 추진할 수 없다. 더 나은 사회와 미래를 향한 최전선에 우리가 함께 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양성 수용과 관용의 실천은 인권의 초석이 되는 진정한 포용성 배양에 대단히 중요하다”며 “EU는 인간 존엄성, 자유, 민주주의, 평등, 법치주의, 인권 존중과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창설됐다. 이러한 근본적 가치와 원칙, 정책과 입법적 틀은 사회적 회복력 구축과 함께해야 한다. 오늘 회의가 EU와 한국 시민사회 간 파트너십과 협력을 구축·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제공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제공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도 기조연설을 했다. 게임업계 ‘페미니즘 마녀사냥’,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장애인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언급하면서 “한국 사회가 반페미니즘, 반인권, 반노동의 물결 앞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장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제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임의 하나는 현장에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똑똑히 보며 상황 악화를 막는 것”이라며 “한 사람의 여성, 장애인 가족, 대한민국 시민, 그 시민들을 대표하는 시민이자 세계시민으로서 언제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싸움에 함께하겠다”고 했다.

이몬 길모어 EU 인권특별대표는 축하 영상을 통해 인권 보호를 위한 한국과 EU의 공동 역할을 강조하며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더 포용적인 사회를 구축하고 세계 시민사회 협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상지대 교수, 올란다 시오우 스웨덴 룬드대 교수, 김현미 연세대 교수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에서 ‘교차성의 인지: 다중적 차별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제공
박지영 상지대 교수, 올란다 시오우 스웨덴 룬드대 교수, 김현미 연세대 교수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에서 ‘교차성의 인지: 다중적 차별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제공

이어 ‘교차성의 인지: 다중적 차별 문제’ 세션이 열렸다. 박지영 상지대 교수의 사회로 올란다 시오우 스웨덴 룬드대 교수와 김현미 연세대 교수가 ‘교차성’(intersectionality), ‘다중적 차별’ 개념을 소개하고 한국과 유럽의 관련 사례를 논의했다. 김 교수는 페미니즘 운동은 퀴어, 이민자 등 다양한 소수자들과 연대하며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페미니스트들이 싸워 온 경험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고 풍요로운 잠재적 ‘공유지’의 경험이 됐다. 어느 시점에서 다시 폭발해 전면적인 사회인권운동으로 나아갈 에너지가 남았다”고 했다. 

이어 ‘교육 현장과 일터에서의 다양성과 포용성’ 세션에서는 다양성과 포용성이 학업 성과, 창의성과 경제적 생산성 향상에 왜 중요한지 논의했다. 아닐라 누르 뉴위민커넥터스 대표, 배유경 서울대 다양성위원회 책임전문위원,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 하진화 카카오 인권과기술윤리팀 매니저가 토론했다. 문경란 인권플러스 대표·전 중앙일보 여성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이 사회를 맡았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기업의 경우 다양성 이슈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지만 교육 분야에서 다양성의 관점 및 가치에 대해 충분한 교육과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교육 현장에서 유독 다양성과 포용성이란 가치를 펼치기 매우 어렵고, 교육 주체들이 주저하는 사이 그 빈자리를 혐오와 차별이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교육현장 및 일터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효율성과 생산성 증가와 같은 실용적인 이유에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고 우려하며 “이러한 가치들은 보다 보편적인 인권 가치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닐라 누르 뉴위민커넥터스 대표, 배유경 서울대 다양성위원회 책임전문위원, 문경란 인권플러스 대표,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 하진화 카카오 인권과기술윤리팀 매니저가 7일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에서 ‘교육 현장과 일터에서의 다양성과 포용성’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제공
아닐라 누르 뉴위민커넥터스 대표, 배유경 서울대 다양성위원회 책임전문위원, 문경란 인권플러스 대표,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 하진화 카카오 인권과기술윤리팀 매니저가 7일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에서 ‘교육 현장과 일터에서의 다양성과 포용성’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제공
김희경 작가, 히야 미어스WIDE+ 코디네이터, 울트사이크 비진쿠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 연구원, 이유나 가족구성권연구소 운영위원, 염형국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국장,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가 7일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에서 ‘다양한 가족형태의 수용’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제공
김희경 작가, 히야 미어스WIDE+ 코디네이터, 울트사이크 비진쿠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 연구원, 이유나 가족구성권연구소 운영위원, 염형국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국장,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가 7일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에서 ‘다양한 가족형태의 수용’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제공

마지막 ‘다양한 가족형태의 수용’ 세션에는 히야 미어스WIDE+ 코디네이터, 울트사이크 비진쿠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 연구원, 이유나 가족구성권연구소 운영위원, 염형국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국장,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전 동아일보 기자이자 『이상한 정상가족』, 『에이징 솔로』 저자 김희경 작가가 사회를 봤다.

참석자들은 전통적 핵가족 모델 바깥의 다양한 가족 유형을 살펴보고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혜택에 대해 논의했다. 히야 미어스 코디네이터는 현재 유럽에서 전통적 가족 모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펼쳐지는 극우 성향의 담론이 기본권의 후퇴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 작가는 “가족이 전통적으로 안정과 보호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젠더, 성 정체성, 이주, 정상성 같은 분야에서 차별을 조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인권회의는 주한 유럽연합(EU)대표부의 지원으로 개최됐다. KEN 관계자는 “다중적 차별, 다양성, 포용성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고, 보다 포용적인 사회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수행 중이며 앞으로도 수행할 역할에 대해 탐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행사 주요 내용은 향후 강력한 권고안과 모범사례로 개발해 KEN 공식 사이트에 게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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