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오남’ 비판에 전향적 대응”
김현숙 여가부 장관 체제는 유지
“총선까지 폐지 청사진 준비할 것”

윤석열 정부 집권 3년 차를 이끌 2기 내각에서 6명의 새 장관 후보자 중 3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6개 중앙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여성 장관 비율을 크게 늘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내가 모르는 사람이어도 좋다”며 “1970년대 여성 인재 풀을 대거 확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부처는 국가보훈부·농림축산식품부·중소벤처기업부 등 세 곳이다.

세 여성 후보자가 모두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임명되면 전체 19개 부처 중 여성 장관 수는 기존 3명(김현숙·이영·한화진)에서 5명(강정애·김현숙·오영주·송미령·한화진)으로 늘어난다. 비율로 따져보면 기존 15.8%에서 26.3%로 오르는 셈이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비서실장의 정무직 공직자 인선 브리핑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비서실장의 정무직 공직자 인선 브리핑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성 경영학자인 강정애 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1957년생으로 숙명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파리1대학교 대학원에서 인적자원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대통령 소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제29대 한국인사관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숙명여대 제19대 총장을 지냈다. 강 후보자는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그의 부친(강갑신)은 6·25 참전 용사로 무공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이고, 시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50사단장을 지냈던 백인(百忍) 권준 장군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비서실장의 정무직 공직자 인선 브리핑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비서실장의 정무직 공직자 인선 브리핑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최초로 농식품부 여성 장관으로 지명된 송미령 후보자는 1967년생으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도시계획학 석사와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입사해 2015년 부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본위원과 새만금위원회 위원·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비상임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중앙계획지원단 단장·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촌분과위원·한국농촌계획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미정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5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농민의 편에 서달라고 촉구했다. 박 사무총장은 “1년 농사지어도 연 1천도 안 되는 농업 소득으로 농민들은 이중 삼중 직업을 삼으며 일한다”며 “신임 장관은 농민의 안정적 소득 보장을 위해 애써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어제(4일) 취임 일성으로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켜 소비자 물가 안정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했는데 정작 농산물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농사지어 먹고 살 수 없는 환경에 우선 초점을 둬 농민을 위한 정책을 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원에 계셨기 때문에 전 장관들보다 농촌과 농민에 대한 애정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도 6일 ‘유리천장을 깬 농림축산식품부 첫 여성 장관 내정을 적극 환영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며 “(송 후보자는) 지속가능한 농업, 활기찬 농촌, 농민과 소비자의 상생방안 등 현안을 고민하고, 특히 경영비 상승에 따른 수급불안이 반복되는 문제 등에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선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농민들을 위한 대책,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비서실장의 정무직 공직자 인선 브리핑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비서실장의 정무직 공직자 인선 브리핑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중기부 장관으로 지명된 오영주 후보자는 1988년 외무고시 22회로 외교부에 입부해 주국제연합1등서기관·국제연합과장·개발협력국장·주유엔 차석대사·다자조정관·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돼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그는 2005년 대통령 표창, 2012년 홍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오 후보자에 대해 경제 외교 전문가라는 평과 여성·중기부와 관련해서는 전문성이 있는 건 아니라는 평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중기부 장관 후보에게 “여성기업이 많지만, 기업 수에 비해 매출액은 작다”며 “현재 내수도 위축돼 있고, 인구 감소도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을 바라볼 시점”이라며 여성기업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대해 바람을 드러냈다. 협회는 “벤처 창업 생태계의 지속 성장을 위한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여성벤처·스타트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 주시기를 바라며, 특히 여성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 촉진을 위한 정책적 지원 강화를 당부드린다”고 정책 지원을 당부했다.

이번 내각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도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오남(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 편향이라는 지금까지의 비판에 대한 전향적인 대응으로서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여성 장관 후보자들은 각 영역에서 성 주류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체제가 유지되는 것에 대해선 “총선 결과에 따라 여가부 폐지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김 장관은 여가부 폐지 및 발전적 확대에 대한 청사진을 그때까지 준비할 것”이라고 정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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