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인공지능과 인권’ 심포지엄 열려
사단법인 올·법무법인 원 AI팀·여성신문 공동개최

‘인공지능과 인권’ 심포지엄이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시 강남구 모두의연구소 강남캠퍼스에서 열렸다. 좌장인 윤진수 변호사(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왼쪽 첫 번째)와 발제자, 토론자들이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법무법인 원 제공
‘인공지능과 인권’ 심포지엄이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시 강남구 모두의연구소 강남캠퍼스에서 열렸다. 좌장인 윤진수 변호사(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왼쪽 첫 번째)와 발제자, 토론자들이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법무법인 원 제공

사단법인 올(이사장 전효숙), 법무법인 원(대표 강금실·윤기원) 인공지능팀, 여성신문(대표 김효선)이 4일 오후 2시 서울시 강남구 모두의연구소 강남캠퍼스에서 ‘인공지능과 인권’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인공지능의 편향성부터 개인정보 침해, 살상무기 개발 규제, 기술 소외 문제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대법관을 지낸 전수안 사단법인 올 대표는 이날 포럼 인삿말에서 “챗GPT로 대표되는 AI의 경이롭고 두려운 진화를 보며 ‘무소불위’라는 말이 떠오른다”며 “인공지능이 ‘인공괴물’로 변하지 않도록 막고자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 AI의 편향성을 극복하고, 헌법상 가이드라인을 주입하고, 규제 방안을 법제화해 나가자”고 말했다.

전수안 사단법인 올 대표·전 대법관이 4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모두의연구소 강남캠퍼스에서 열린 ‘인공지능과 인권’ 심포지엄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전수안 사단법인 올 대표·전 대법관이 4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모두의연구소 강남캠퍼스에서 열린 ‘인공지능과 인권’ 심포지엄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이혜숙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소장·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우리 사회의 성·인종적 편견을 고스란히 학습한 AI가 편향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국내외 사례를 소개했다. 이 소장은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부터 편향성을 제거하고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개발 인력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혜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처럼, 디지털 시대에 데이터의 중요성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준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기본권의 관점에서 AI의 위험성을 다뤘다. 이 교수는 “학생 선발·직원 채용 등에서 활용되는 AI 기술은 상당한 위험을 일으킬 수 있어서 활용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써 일정한 법적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AI의 위험을 단계화하기 위해 AI 위험성 사전 실사·평가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백강진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부장판사는 “AI는 인권의 틀 안에서 잘 제어될 경우 많은 혜택을 줄 것”이라며 사법 시스템 내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AI 활용 방안을 모색했다. 법원이 AI를 적극 활용한다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비롯한 법적 절차에 관련된 인권이 신장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AI가 어떤 알고리즘으로 그러한 결론을 내렸는지 확인할 수 있는 투명성이 관건”이라고 했다.

이숙연 특허법원 고법판사는 “국가와 사회가 추구해야 할 AI 관련 가치와 원칙을 가이드라인으로 정해 공유하고, 공공 영역에서 이뤄질 수 있는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사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AI 개발·활용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제거하고, AI 개발 원료인 학습 데이터를 풍부하게 공급하고, 거대 기업의 데이터 독점이 아닌 데이터 공유·재활용 등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법률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석윤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AI 기술 개발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AI 발전 촉진을 위한 규제 정비와 AI 기술의 적절한 이용을 위한 규제는 모순돼 보일 수 있으나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목표”라며 “국가별 규제만으론 어렵다. 국제 공조를 넘어서는 국제적 단위에서의 국제규범 정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OECD나 UN 또는 별도의 국제기구를 설립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사단법인 올의 연례 심포지엄 중 하나다. 윤진수 변호사·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좌장을, 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가 사회를 맡았다.

2018년 법학자와 법실무가들이 설립한 사단법인 올은 젠더와 법 아카데미 운영, 젠더·인권과 관련된 법학 연구 및 조사, 학술지, 연구서적 등 발간, 젠더·인권 분야 공익·기획 소송의 발굴과 지원, 공공·민간 단체와의 협력 사업 등 활동을 펼쳐 왔다.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사법연수원 7기)이 이사장을, 전수안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8기)이 대표를 맡고 있다.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웹사이트(http://allgl.or.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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