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극우 정당 지도자들이 지난 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피렌체에 모였다. ⓒ 마테오 살비니 트위터
유럽의 극우 정당 지도자들이 지난 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피렌체에 모였다. ⓒ 마테오 살비니 트위터

유럽의 극우파 정당들이 지난 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피렌체에 모였다.

이날 회의에는 유럽의 주요 극우·포퓰리즘 정당이 참여하는 유럽의회 내 교섭단체 '정체성과 민주주'(ID)에 소속된 12개국 정당 대표가 참석했다.

극우파 지도자들은 불가리아, 벨기에, 오스트리아, 체코, 네덜란드 출신으로 최근 총선에서 극우파가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나라들이다.

네덜란드 극우 '자유를 위한 정당'(PVV·자유당)은 최근 선거에서 제 1당이 돼 네덜란드는 물론 유럽 정치권에 충격을 줬다.

회의를 주최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우리는 이탈리아인들과 모든 유럽인들에게 유럽에 대한 다른 생각, 즉 유럽의 권리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오늘날 피렌체에서는 상식과 용기를 가진 남녀가 모여 유럽의 첫 적인 우리 대륙의 정체성을 파괴하려는 프리메이슨 기술관료들을 물리쳤다."라고 강조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우리의 목표는 (EU 의회에서) 중도우파와 사회주의자에 이어 최소한 세 번째로 큰 그룹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동맹(Lega)과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유럽의회 내 교섭단체 '정체성과 민주주의'(ID)에 소속된 12개국 정당 대표가 참석했다.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선전을 다짐하기 위해 모였다.

유럽의 극우정당들은 반유럽통합·반이민·반이슬람을 추구하고 강조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트럼프' 헤이르트 빌더르스

[헤이그=AP/뉴시스]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PVV) 총재가 22일(현지시각) 헤이그에서 총선 후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에 웃고 있다.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빌더르스 총재의 차기 총리 당선이 유력시 되고 있다. 그는 총리가 되면 유럽연합(EU) 탈퇴를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헤이그=AP/뉴시스]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PVV) 총재가 22일(현지시각) 헤이그에서 총선 후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에 웃고 있다.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빌더르스 총재의 차기 총리 당선이 유력시 되고 있다. 그는 총리가 되면 유럽연합(EU) 탈퇴를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달 22일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자유를 위한 정당’이 총 150석 하원 의석 중 37석(24.7%)을 차지하면서 원내 최대 정당으로 올랐다.

기존 의석(17석)의 2배가 넘는 대약진이다. 2위인 녹색·노동당 연합(GL/PvdA)은 25석에 그치면서 PVV와 의석 격차가 12석에 달했다. 중도 우파 자유민주당(VVD)은 24석으로 3위에 머물렀다.

자유당은 ‘네덜란드 트럼프’로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60) 대표가 2006년 창당했다. 

그는 근면과 절약, 청렴 등을 강조하는 네덜란드 전통문화와 정체성을 중동·아프리카계 이민 급증과 이들의 종교(이슬람) 및 삶의 방식이 파괴하고 있다고 본다. 이슬람계 난민의 망명 허용을 반대하고, 네덜란드 내 이슬람 사원(모스크)을 모두 폐쇄하며, 이슬람 경전(코란)도 막자고 주장하고 있다.

실용주의 중도 정당들이 강세를 보여온 네덜란드에서 극우 성향 정당이 원내 1당이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프랑스 르피가로와 독일 디벨트 등 보수 성향 유럽 언론들은 “중부 유럽과 북유럽을 휩쓴 강경 우파 바람이 네덜란드까지 밀어닥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BBC는 총선 이후 네덜란드의 무슬림들이 인종적으로 종교적으로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가장 다양한 지역 중 하나인 실더스바이크에서 사는 사회학자 사힐 아차분은 "내 어머니와 내 아내는 히잡을 쓰고 있다. 이제 가족들의 이동이 제한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빌더스르 대표는 모든 이슬람 학교와 코란, 이슬람 사원의 출입을 금지하고 히잡을 쓴 사람은 정부 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흐로닝언 대학의 레오니 드 융거 유럽정치학 교수는 "그의 정은 온건하지 않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급진 우파 정당으로, 토착주의, 권위주의, 포퓰리즘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네덜란드를 네덜란드에게 돌려주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또는 이탈리아 멜로리 총리의 "이탈리아와 이탈리아인을 먼저!"라는 말과 비슷하다.

유럽 정치권의 지진

유럽의회 ⓒ유럽의회 홈페이지
유럽의회 ⓒ유럽의회 홈페이지

빌더르스 대표는 지난 3일 피렌체 모임에 화상으로 참여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화상연설에서 자신의 승리는 "네덜란드와 유럽 정치권에 지진이 발생한 것"이라며 같은 생각을 가진 동맹국들에게 "선거 승리의 물결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빌더르스 총리는 모임을 주도한 이탈리아 살비니 부총리에게 "영감의 지도자, 이탈리아 최고의 친구"라고 칭송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내년 유럽의회 선거 이후 유럽연합을 재편하고, 이민을 차단하며 일자리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기후 정책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살비니는 2035년부터 새로운 이산화탄소 배출 자동차를 금지하기로 한 EU의 결정에 반대한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공동대표 티노 흐루팔라는 "자동차와의 전쟁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국민연합(RN) 조던 바르델라는 이탈리아어로 연설하면서 "유럽이 아프리카의 5성급 호스텔이 될수 없다"며 대규모 이민과 범죄를 연결시켜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흐루팔라는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그들은 이 전쟁을 멈춰야 한다"며 EU의 러시아 제재가 독일 경제를 침체시키고 있다며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산 가스 수입 재개를 촉구했다.

오스트리아 자유당(FPOe)의 하랄드 빌림스키 의원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지원은 잘못된 것이다.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이스라엘의 전쟁을 지원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던 살비니는 기자들에게 그의 당이 "사실, 투표, 그리고 돈으로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한 모든 개입을 분명히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넥시트'는 현실화될까

[헤이그=AP/뉴시스]네덜란드 의회 앞 거리에 선거포스터가 붙어있다.
[헤이그=AP/뉴시스]네덜란드 의회 앞 거리에 선거포스터가 붙어있다.

빌더르스 대표는 '넥시트’(NEXIT: 네덜란드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해 왔다.

영국의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네덜란드 빌더르스의 충격적인 승리는 반유럽연합(EU) 운동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가 될수 있다고 분석했다.

네덜란드 선거에서 자유당의 승리는 유럽연합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볼수 있다.

비록 투표가 실시되지 않거나 지역 잔류 측의 승리로 이어질지라도, 자유당 대표의 선출은 EU에 대한한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빌더르스가 이끄는 정부는 EU의 중심에서 또 다른 유럽 회의론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유럽연합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프랑스(FREXIT), 독일(DEXIT), 스페인(SPEXIT) 등을 꼽았다.

프랑스 여론조사에서 확고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린 르펜은 수년간 여러 차례 유로존과 유럽연합을 탈퇴할 것을 촉구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AdF)은 2021년 4월 열린 당 대회에서 처음으로 브렉시트 정책을 언급했다. 스페인의 극우정당 복스는 2018년 이후 유권자들의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BBC는 네덜란드의 자유당이 승리했지만 과반 확보에는 실패한 점을 주목했다. 

빌더르스가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당들과의 연합이 필요하다. 필요한 의석은 76석이다. 

BBC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주요 정당이 반이슬람 정당 빌더스와 연립내각 구성에 대한 협의에 일단 들어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사회계약당(New Social Contract)의 피터르 옴치흐트는 빌더스의 선거 공약이 네덜란드 헌법을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신사회계약당은 빌더르스가 연정참여를 기대하고 있는 당이다.

BBC는 EU 탈퇴를 위한 '넥시트' 국민투표를 치르려는 빌더스가 다른 당들과 연합을 완성하는 데는 "많은 정치적 장애물"이 있다고 예상했다.

EU의 창립 회원국인 네덜란드는 EU에서 다섯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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