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 달린 남자들, 여성 하나보다 못해”
“설치는 암컷” “암컷이 1등인 경우 없어”
“‘젖소’라니요…성 비하 막말 사과하라”
여성 비하 막말 정치, 어떻게 막나
“일종의 관종들…시민이 응징해야”

김영선,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11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 관련 기자회견에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김영선,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11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 관련 기자회견에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내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잇달아 열리는 출마 예정자들의 출판기념회에서 여성 비하 발언 등 막말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발언 당사자들은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방울 달린 남자들, 여성 하나보다 못해”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회장인 함세웅 신부가 8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나라를 걱정하는 시민사회 원로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회장인 함세웅 신부가 8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나라를 걱정하는 시민사회 원로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야권 원로 함세웅 신부는 지난달 30일 “방울 달린 남자들이 여성 하나보다 못하다”고 발언해 도마 위에 올랐다. 함 신부는 이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출판기념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언급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 당시 문 대통령, 이 총리 또 무슨 비서관들 장관들 다 남자들”이라며 “그 여성의 결단을 수렴하지 못한 게 지금 이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을 가져오지 않느냐. 이건 우리 모두가 속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발언은 추 전 장관을 치켜세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으나 여당에선 여성 비하 발언이라고 즉각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1일 “함 신부의 성적 혐오와 비하 가득한 저급한 막말은 놀라움을 넘어 그 심각함이 경악할 수준이다. 당장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함 신부의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성 혐오적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며 “함 신부의 이같은 막말은 추 전 장관을 추켜세우려는 비유라지만, 왜곡된 성인식 속에 이미 여성 비하가 내포됐을 뿐만 아니라, 경박한 표현 그 자체만으로 성직자의 품격마저 추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형적인 남성 우월주의에 쩔어있는 여성 멸시 발언”이라며 “어느 시대에 사시는 분입니까. 세계의 모든 여성에게 사과하라”고 규탄했다. 이 의원은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사고방식,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암컷 발언 못지않은 여성 멸시 발언”이라며 “이거야말로 여성 비하 발언, 추 전 장관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설치는 암컷” “암컷이 1등인 경우 없어” “암컷 보호에만 열중”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11월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의 '탈당의 정치' 출판 기념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설치는 암컷'에 비유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11월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의 '탈당의 정치' 출판 기념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설치는 암컷'에 비유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앞서 민주당은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연이은 여성 비하 발언 논란으로 속앓이했다. ‘설치는 암컷’ 발언으로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킨 최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 주도로 당원 자격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아직 공개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적은 없다. 정작 최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논란과 관련해 “내가 그렇게 빌런(악당)인가”라며 억울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18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북콘서트에서 “침팬지 사회에서는 암컷이 1등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없다”고 말한 데 이어 다음 날(19일)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서도 “설치는 암컷”이라고 말해 여성 비하 발언 논란이 제기됐다. 또 지난 2월 21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농성을 벌이던 중 유시민 작가가 윤 대통령을 두고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온 코끼리 같다”고 혹평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김 여사를 겨냥해 “지금 코끼리가 하는 일은 도자기가 어떻게 되든 암컷 보호에만 열중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강욱 ‘암컷’ 이어 ‘젖소’라니요…성 비하 막말 사과하라”

사진 =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 페이스북
사진 =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 페이스북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여성 비하 막말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내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여성 CEO에게 ‘젖소’라는 표현을 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소속으로 경기 동두천 출마를 선언한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 보좌진 A씨의 글에 대해 “성 비하 막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글에는 걸음 수가 기록된 인증 사진과 함께 “요즘처럼 개나 소나(앗 젖소네) 지역을 잘 안다는 사람 넘쳐나는 거 처음 보네. 이 지역 초등학교에 발이나 붙여봤으면서”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손 대표는 “네거티브가 도를 넘어섰다”며 “‘젖소’라니요. 최강욱 ‘암컷’에 이어 이게 무슨 수준 떨어지는 망발이냐.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일반 사회에서도 매장당할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야 할 것 없이 막말 정치, 혐오 정치는 22대(총선) 때 꼭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 비하 막말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지만 사과를 받지 못했다. 손 대표는 지난달 30일 “문제의 성 비하 막말 사건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결국 사과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갈 길이 멀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며 “또 다른 피해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진 =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사진 =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김 의원 측은 5일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동네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지역을 잘 안다는 사람이 많다는 내용을 본인 페이스북 게시글로 올린 것”이라면서 “손 대표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낸 것도 아니고 누구를 타깃으로 쓴 것도 아니며 그 글 맥락상 손 대표라는 이름은 나올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여성 비하 막말 정치, 시민이 응징할 수밖에

여성 비하적인 막말 정치를 끝낼 수 있는 것은 시민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은 5일 막말을 하는 정치인을 향해 “사회의 관심을 받으려는 일종의 관종들”이라며 “좋은 나쁘든 언론 눈에 띄면 된다는 이상한 생각 때문에 반복적으로 막말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막말 논란은 민주당에 치명적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막말했는데도 당대표가 됐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것”이라고 김 석좌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막말을 엄격히 검증해 내년 총선 공천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콧방귀도 안 뀐다. 징계를 받아도 정계에 부활하는 정치인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막말하는 정치인 자신이 큰 불이익을 당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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