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르 낭(Louis le Nain), 행복한 가족, 1642, 루브르박물관 소장
루이 르 낭(Louis le Nain), 행복한 가족, 1642, 루브르박물관 소장

행복한 가정이란 어떤 가정을 의미하는가? 위 그림은 행복한 가정이라는 제목으로 행복한 가정을 정의하는 듯하다.

막내의 유아 세례식을 마치고 귀가한 가족들이 소박한 상차림 앞에 모여 앉아 있는 장면을 그렸다. 삼각 구도는 안정적인 가정을 의미하고, 가운데 자리를 차지한 남성 가장은 정면으로 관객을 향해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라는 표정으로 가정의 행복을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표정 없는 얼굴로 각각 다른 방향의 허공을 응시하는 노모와 부인의 시선은 알 수 없는 연민과 외로움을 가득 담고 있다. 두 여성의 곧게 앉은 자세도 긴장감을 더한다. 즐겁고 편한 감정의 교감이 이뤄지는 행복한 가정의 이미지보다 어두운 배경색처럼 우울한 불편함이 가득 차 있다.

노모와 부인의 무표정한 얼굴엔 관심 없이 혼자만 행복하다고 외쳐대는 가장이 과연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있는가? 그건 아니라고 외치는 듯 역설적으로 가장의 웃는 얼굴과 두 여성의 무표정한 얼굴을 대조적으로 그린 화가의 재치가 숨어있다. 가부장적 인식이 강했던 당대 남성 화가의 남성 위주의 가정 위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재치 있고 슬기롭다. 

당대 특성상 남성의 통제에 순종할 수밖에 없던 여성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림이다. 여성의 순종이 가정의 화합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지 못한 감정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으면서 가정의 불행을 예고하기도 한다. 화가의 반어법적 표현은 보는 이들이 가정의 행복에 대해 한 번 더 깊게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은주 사회학자·작가 ⓒ이은주씨 제공
이은주 사회학자·작가 ⓒ이은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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