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변호합니다]

지난 10월29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개 식용 금지법 제정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10월29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개 식용 금지법 제정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개 식용 종식’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여야 구분 없이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안을 앞다퉈 발의하고, 정부도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개 식용 종식 법제화 및 이행계획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렇게 한목소리로 ‘개 식용 종식’을 외치게 된 것일까?

과거 프랑스의 한 여배우가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으니 야만스럽다”는 취지로 발언해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이 발언은 문화적 상대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가 돼 국내 교과서에도 실렸다. 당시만 하더라도 필자는 개고기를 먹는 것이 우리 고유 식문화라고 배웠다.

그러나 이후 우리 사회는 급변했다. 2022년 한국갤럽 조사 결과, 개고기를 먹지 않는 인구 비율은 85%를 웃돈다. 복날 개고기 회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는 사라졌고,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도 더 이상 특이하지 않다. 개 식용을 하나의 식문화로 인식하는 것이 종래의 관습이었다면, 이에 대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던 확신은 상당 부분 흔들리거나 약화됐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개 식용 종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이상 법제화가 절실하다. 그동안 개 식용 문제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축산법에서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개고기 역시 축산법상 축산물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작 축산물위생관리법은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개의 도살이나 가공·유통 방법에 대한 기준이나 규정이 전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원료를 고시한 식품공전에도 개고기는 식품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 식품위생법상 식품원료가 아닌 식품을 판매, 제조, 조리 등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식약처는 개고기 판매업체를 단속하지는 않고 있는데, 이것도 딱히 근거는 없다.

지난 4월27일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식용 목적의 개 도살은 이 ‘정당한 사유’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렇다면 식용 목적의 개 도살은 현행 동물보호법상 그 자체로 불법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이처럼 입법의 공백(?)과 명확한 법령 해석의 부존재, 미온적인 사법·행정 처리로 인해 무수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다.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제정돼 법령이 정비된다면 이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할 수 있다. 이제는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동물보호법위반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하나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피고인이 개를 묶은 상태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어 감전시키는 방법(전살법)으로 죽였다. 이 행위가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가 문제였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잔인성에 관한 논의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동하는 상대적, 유동적인 것이고, 사상, 종교, 풍속과도 깊이 연관된다. (...)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도살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그에 따라 해당 도살방법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 대상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년 9월13일 선고 2017도16732 판결)”. 이후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됐고, 개 도살 시 가장 많이 사용되던 전살법은 폐기됐다.

‘개 식용 종식’ 논의 역시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동한다. 정답은 없다. 다만, 이번 논의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개에 대해, 더 나아가 생명 전체에 대해 인식 수준을 점검하고 향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지현 법무법인 해광(유한)·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모임 소속 변호사 ⓒ정지현 변호사 제공
정지현 법무법인 해광(유한)·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모임 소속 변호사 ⓒ정지현 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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