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들 ‘페미’ 원화가 작업물이라며 논란 제기
넥슨·카카오게임즈 등 이날 새벽 사과문 올려

 

손가락 모양으로 ‘남혐 캐릭터’ 논란이 불거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 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일부.
손가락 모양으로 ‘남혐 캐릭터’ 논란이 불거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 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일부.

게임업계가 또 다시 ‘남성혐오’ 논란에 줄줄이 사과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게임업계 사상검증 현상을 “반페미니즘 남성 집단의 ‘메갈 색출’ 놀이 문화”가 굳어진 결과로 분석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는 26일 게시판에 ‘엔젤릭버스터 홍보물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메이플스토리는 “현재 커뮤니티에 엔젤릭버스터 홍보물과 관련한 논란이 발생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많은 용사(메이플스토리 이용자)님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해당 홍보물은 더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최대한 빠르게 논란이 된 부분들을 상세히 조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했다.

같은 게임사의 던전앤파이터 총괄 디렉터와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이터널리턴도 이날 긴급히 사과문을 게시했다.

유저들은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소속 애니메이터가 지난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남성들의 반발에도 페미니즘을 계속 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보고 논란을 제기했다. 해당 애니메이터가 소속된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작품 속 캐릭터들이 공통적으로 과거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남성의 성기 크기를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했던 집게손가락 모양의 ‘남성혐오 포즈’를 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는 메이플스토리 공식 유튜브에서 진행하고 있는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에 찾아와 게임사를 비난하기도 했다.

게임사들은 논란이 불거지자 이날 오전 공지사항을 속속 게재했다. 문제가 제기된 콘텐츠들도 비공개로 전환했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은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증, 명백한 인권 침해이다' 기자회견을 열고 한 활동가는 '정부는 게임업계 창작노동자 보호방안 마련하라' 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홍수형 기자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은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증, 명백한 인권 침해이다' 기자회견을 열고 한 활동가는 '정부는 게임업계 창작노동자 보호방안 마련하라' 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홍수형 기자

남성 유저들의 이같은 ‘메갈 색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페미니즘 후원 티셔츠를 입었다가 게임회사에서 퇴출당한 여성 성우 사례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 제작에 참여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과거 불법촬영 규탄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기도 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지난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게임업계에서 여성인권과 관련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가 부당한 대우를 당한 여성 노동자가 최소 14명에 달한다. 업무 분야는 성우, 일러스트레이터, 캐스터, 보컬리스트, 번역자 등 전 영역에 걸쳤다.

이민주 여성학 연구자는 “여성이 주변화되는 게임 시장 구조와 성적 대상화된 여성 이미지가 핵심 상품으로 거래되는 남성향 서브컬처 시장의 소비문화는 ‘메갈’에 대한 강한 반발을 응집시켰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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