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시민단체 기자회견
여성폭력 방지·고평상담실 등 예산 삭감 철회 촉구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 예산 삭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 예산 삭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ㆍ여성폭력 방지·피해자 지원 예산 120억원
ㆍ19개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12억1500만원
ㆍ장애 아동·청소년 성 인권 교육 5억5600만원
ㆍ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 71억800만원

정부가 2024년도 예산안에서 삭감하겠다고 나선 ‘성평등 예산’ 리스트다.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을 대폭 감축하고, 고용평등상담실 예산과 성 인권 교육 예산은 전액 삭감해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이주여성을 위한 안전망인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9곳도 모두 문을 닫게 된다. 여성계는 정부가 ‘약자복지’를 내세우면서도 여성, 청소년,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필수 사회안전망 예산을 대거 삭감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성평등을 파괴하는 정부 예산안을 국회가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관 앞 계단에 여성시민단체 활동가 100여명과 국회의원들이 모였다. 오전 11시 지하철 광흥창역을 출발한 이들은 성평등 예산 삭감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대형 피켓을 들고 서강대교를 지나 서 40여분을 행진해 국회에 도착했다. 

이번 집회에는 12개 협의회와 569개 단체로 구성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 철회 촉구 공동행동’, 전국고용평등상담실네트워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YWCA 연합회, 국회의원 권인숙, 신현영, 이수진, 이은주, 용혜인,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위원장 이재정) 등이 참여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정부가 감축한 여성폭력피해자 지원예산 120억원은 성폭력 피해를 상담하고 디지털 성폭력 영상을 삭제하고 피해를 회복하고 법적 지원 받을 수 있고 폭력 피해에서 피신할 수 있는 예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보호시설은 24시간 체제로 운영된다. 종사자 1명 감원되면 주 40시간 초과근무해야 하고 인건비는 최저 기준이다. 예산 확충해도 부족할 판에 예산안은 역행 중”이라며 “정부는 어떤 준비도 논의도 현장 상황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 예산 삭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 예산 삭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허오영숙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는 “지난 10월 경남 진주에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경상남도는 전국에 10곳 있는 이주여성상담소가 없는 지역이며 진주시는 전국에 28개 있는 이주여성쉼터조차 없는 지역”이라며 “이주여성상담소가 확대되고 체계적인 이주여성 안전망이 수립돼야 할 시기에 여성가족부가 여성폭력 지원체계를 거세게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성평등 예산을 대폭 삭감해놓고 약자복지, 피해자 지원 강화, 저출생 극복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삭감한 것은 폭력 피해자들과 여성노동자들의 존엄이며 정부가 삭제한 것은 성평등 사회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절박한 목소리. 정부가 삭제하고 파괴한 예산을 국회가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해당 예산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는 예산 삭감 이유로 ‘지원 실적 반영, 사업 효율화, 운영 방식 일원화’를 말하지만, 국가는 차별·폭력 피해자 지원을 수치에 기반한 실적 평가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며 “국가는 피해자들의 일상회복을 위한 조건을 찾고, 지원 체계에서 보완할 점은 없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과 법에 반영하고,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2024년 예산안이 통과되면 시민들의 일상적인 안전이 삭제되는 것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국가가 직접 폐기하는 것을 더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우리는 정부가 삭제하고 파괴하는 성평등 시스템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여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이 삭감되고, 전국의 고용평등상담실이 사라지는 것을 지금이라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평등 관점 없이 피해자 지원 예산을 삭감한 2024년 정부 예산안을 국회가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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