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충한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기획운영본부장
간송미술관 지역분관 개관준비 총괄
내년 5월 개관전시 ‘간송 국·보물전’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를 총괄하는 김충한 본부장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를 총괄하는 김충한 기획운영본부장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제강점기인 1938년 설립한 보화각(간송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이다. 일본으로 반출되는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사재를 털어 수집한 고서화와 골동품 등을 전시하기 위해 지은 건물로 역사적 의의가 매우 큰 곳이다.

80년 넘은 전통가옥 구조물인 간송미술관이 공간의 제약으로 상설전시장으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자 2016년 대구광역시가 간송미술관을 유치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미술관의 지역분관으로 간송미술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보물, 문화재 등을 상설전시하는 공간으로 마련된다.

지난해 8월에 개관준비단을 구성하고 내년 2월 준공을 목표로 미술관 운영시스템 구축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김충한 기획운영본부장(사진)을 만났다.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사라져가는 우리문화유산을 지키는데 일생을 바쳤습니다. 간송이 지켜낸 것은 단순한 예술품이 아니라 우리의 민족혼을 지켜낸 것입니다. 관람객들이 전시장 한 모퉁이, 한 모퉁이를 돌때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의 정신과 숨결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개관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건물의 외부골조와 관련된 작업은 완료되고 내부 인테리어와 관련된 마감 공정을 하고 있는 현장을 찾은 김충한 본부장.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건물의 외부골조와 관련된 작업은 완료하고 현재 내부 인테리어와 관련된 마감공정이 한창인 현장을 찾은 김충한 본부장.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김충한 본부장이 미술관 건립 현장을 찾아 마무리 공사를 지켜보고있다.
김충한 본부장이 미술관 건립 현장을 찾아 마무리 공사를 지켜보고있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대구 수성구 삼덕동 대공원 내에 총사업비 400억원을 들여 부지 2만4073㎡, 건축 연면적 7980㎡,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다.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미디어아트실, 수장고, 보존처리실, 카페 등 관람객 편의시설까지 갖춘 현대미술관으로 조성된다.

“간송미술관은 연구와 학술연구에 집중하고, 대구간송미술관은 좀 더 대중적이고 열린 전시 공간으로 운영됩니다. 간송미술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7000여건의 소장품에 대한 수장, 관리기능도 분담합니다.”

간송미술재단의 소장품은 국보 12건, 보물 30건, 서울시 지정문화재 4건, 국가등록문화재 2건 등 국보와 보물 7000여건·2만여점으로 전적·고려청자·조선백자·불상·그림·글씨·부도·석탑 등 다양하다.

“내년 2월 미술관 준공 후 시범운영을 거쳐 5월쯤 국보와 보물 40여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개관전시 ‘(가칭)간송 국·보물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소장품에 담긴 간송의 정체성을 국내외에 지속해서 알리고 유일무이한 한국문화유산의 보고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 전시도 연 2~3회 개최할 계획입니다.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전형필 선생이 수집한 우리문화유산의 가치를 이해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20년 3월 국제설계공모에서 당선된 최문규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팀의 대구간송미술관 조감도.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2020년 3월 국제설계공모에서 당선된 최문규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팀의 대구간송미술관 조감도.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대구간송미술관은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궁금했다.

“미술관 설계는 2020년 3월 국제설계공모에서 당선된 최문규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팀이 맡았어요. 입지지형이 안동 도산서원과 비슷해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현대적 시설을 갖춘 건물이지만 전통적인 건축미를 잘 해석한 디자인으로 건물자체가 간송을 대표합니다. 대구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문화관광의 플랫폼으로, 대구·경북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을 선도할 새로운 문화 교두보 역할에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간송미술관의 독보적인 컬렉션으로 도시의 브랜드가치가 높아지고 관광객들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2018년 대구미술관에서 기획한 '조선회화명품전'에 4개월간 16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어요. 내년 개관전시에서 우리 고미술의 정수를 만나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특히 고미술 중심의 대구간송미술관이 근·현대미술관인 대구미술관과 인접해 시대별 시각예술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전국에서 유일한 미술문화도시대구의 이미지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교통적인 측면도 한 몫 할 것으로 본다. 수성IC와 인접해 전국적인 접근성이 용이하고, 도시철도 2호선과 3호선으로 시민들의 접근성도 무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먼저 만나는 대구간송미술관:간송다담'에서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이 강의하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장도 역임한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지난해 11월에 열린 '먼저 만나는 대구간송미술관:간송다담'에서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이 강의하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장도 역임한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개관준비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이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고 지난해 11월 수성못 일대에서 ‘먼저 만나는 대구간송미술관:간송다담’을 개최했다.

“간송미술관의 역사와 의의를 지역민들에게 폭넓게 알리기 위한 자리로 재단의 대표 문화유산인 영인본 전시와 간송 전형필 선생의 활동과 생애, 간송미술관의 소장 유물과 작품 등 총 9개의 주제별 강연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행사 전체 티켓이 매진된 가운데 사전 예매하지 못한 많은 시민들이 현장에서 청강을 신청하기도 했지요. 대구간송미술관에 보내는 시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얼마나 큰지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9월에는 대구간송미술관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높이기 위해 '대구간송미술관 슬로건 공모전'을 전국적으로 개최했다.

“대구 230건, 경기 178건, 서울 162건 등 864건이 접수됐어요. 초등부 24건, 중고등부 105건, 대학일반부 735건으로 우리전통문화에 대한 역사의식과 관심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공유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이를 토대로 소장품에 담긴 간송의 정체성과 한국 고전 미술의 우수성 및 독자성을 알리는 전시를 기획하고, 어린 세대부터 지속적으로 우리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과 체험콘텐츠도 함께 준비 중이다.

김 본부장은 대구간송미술관이 단순 전시기능에만 그치지 않고 장기적 역할정립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의 국내외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대구미술관 등과의 협업을 통해 기존의 콘텐츠들을 새로운 공간과 전시기법을 접목한 작업을 끊임없이 해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대구·경북의 소중한 문화유산과 콘텐츠들을 주제별로 모아 전시를 통해 알리는 아이디어도 구체화 할 생각입니다.”

대구·경북은 예로부터 서예 등 전통문화의 뿌리가 깊은 곳으로 그림, 글씨, 책 등의 지류문화재가 많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것 중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유산을 수리·복원하는 사업도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지원할 방안도 검토 중이다.

관람객들이 전시장 한 모퉁이, 한 모퉁이를 돌때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의 정신과 숨결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개관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김충한 본부장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관람객들이 전시장 한 모퉁이, 한 모퉁이를 돌때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의 정신과 숨결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개관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김충한 본부장.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대구간송미술관 건립 과정에서 쉽지 않은 난관도 있었다. 2016년부터 이어진 유치과정에서 비판적인 시각도 일부 있었고 그린벨트구역지정해제 등 행정절차도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대구시와 간송미술재단은 대구간송미술관이 지역민과 국민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며 함께 난관을 극복했다. 조례도 만들어졌다.

“대구간송미술관 설립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지자체와 민간재단이 협업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는 것이 모범사례로 평가되길 바라고, 지역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선도하는 성공적인 사례가 되길 희망한다"는 김 본부장은 “역사적 의미와 시대정신이 담긴 대구간송미술관을 만드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 생각하고 개관 준비에 더욱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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