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준우 정의당 선거연합정당 추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선거연합 추진 대상은 당원이 결정
“비례 1·2번 포기할 수 있다…
정의당 기득권 내려놓겠단 뜻”
인물중심 아닌 가치중심 정당될 것
200만 유권자 돌아오게 하는 게 목표

김준우 정의당 선거연합정당 추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박상혁 기자
김준우 정의당 선거연합정당 추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박상혁 기자

김준우 정의당 선거연합정당 추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비명·비윤 모여라 식의 계파정치는 정의당이 갈 길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20일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만난 김 대위원장은 금태섭·양향자·이상민·세 번째 권력 등이 모인 ‘금요연석회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중심의 보수신당 등을 이 같이 비판하며 “유명인사 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의 선거연합정당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 5일 전국위원회에서 “민주노총 등 노동세력, 녹색당 등 진보정당, 지역정당 등 제3의 정치세력”을 선거연합정당 추진 대상으로 의결했다. 14일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녹색당 및 민주노총과의 선거연합정당을 논의하고 있으며, 진보당·노동당·새로운선택(금태섭 신당) 등 제3정당과의 선거연합은 당원 설문조사를 진행한 후 결정할 계획이다.

정의당 내부에서는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단위와만 선거연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진보정당’을 과감히 포기하고 제3지대를 추구하는 모두와 대화해야 한다는 의견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정의당의 미래를 두고 각자 주장이 엇갈리는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져 서로를 비난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의당의 외연을 넓히는 것보다는 △기후위기 △사회불평등 △지역소멸 등 진보적 가치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제3지대 중에서도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는 단위와 선거연합정당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선거연합정당에 합류한 정당 후보에 비례대표 1·2번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당선된 의원들이 정의당을 떠나더라도 진보정치세력이 정의당을 국회에 들어가는 디딤돌로 삼을 수 있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준우 비대위원장과 일문일답.

김준우 정의당 선거연합정당 추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박상혁 기자
김준우 정의당 선거연합정당 추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박상혁 기자

- 비대위 출범 이후 어떤 인사들을 만났나.

“14일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다음날 바로 녹색당 당사에 찾아가 김찬휘 대표를 만났다. 이후 검찰독재 민생파탄 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전국비상시국회의, 민주노총, 직장갑질119 등과 소통하면서 선거연합정당 추진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 선거연합정당을 구성할 외부단위는 확정됐나.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 5일 당 전국위원회에서 녹색당·민주노총과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하기로 정했지만, 진보당이나 새로운선택(금태섭) 등 제3지대에 있는 당들과도 선거연합을 추진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당대표에 준하는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만큼 제3지대 정당들과 만날 의사가 있다. 그러나 최종적인 선거연합 추진 대상은 당원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결정할 예정이다.”

- 선거연합정당의 방향성을 두고 지도부와 당내 의견 그룹들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당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동안 누군가를 배제할 생각은 없다. 위원장 취임 후 세 번째 권력에 속한 의원들과 연락했다. 대안신당 창당모임에 속한 김종대 전 의원은 비대위 대변인이기도 하다. 당원 사이에서도, 의견 그룹 사이에서도 각자 의견이 다른데 누구의 의견이 옳은지 확인할 길이 없다. 당원들의 뜻을 확인하는 것 외에는 내가 이 논란을 해결할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 정당법상 선거연합정당을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각 정당 후보들이 정의당에 들어와 선거를 치르되 공통가치에 적합한 당명으로 개정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한 정당에서 치르는 만큼 거대양당의 비례위성정당과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선거 후에는 당시 원내 질서에 맞게 다른 길을 모색해 보면 좋겠다.”

- 진보세력과 선거연합정당을 꾸리면 지지기반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명·비윤 모여라’ 식의 계파정치는 뉴스거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진보정당이 가야 할 길은 아니다. 새로운 선택은 당원 설문조사 대상이지만 강령·규약 자체가 없어 현재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알 수 없다. 한국의 희망은 노동 관련 규약이 없다. 이준석은 제3지대에 나오지도 않았거니와 보수신당을 만들겠다고 하니 볼 것도 없다. 
우리는 기후위기·사회불평등·지역소멸 등의 가치에 기반한 선거연합정당을 꾸리려고 한다. 당의 외연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치를 포기하면서까지 선거연합을 추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막연히 선거연합정당의 배가 커질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진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개방적인 태도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 비례대표 1·2번을 타 정당에 내주면 정의당에 남는 의원이 없을 수도 있다.

“정의당 의석을 늘리기 위해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정의당이 기득권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니,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의미에서 비례대표를 타 정당에 넘기는 것이다. 당리당략적으로 본다면 해당행위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3% 봉쇄조항의 벽을 넘기 어려운 진보정치세력이 정의당을 국회에 들어가는 디딤돌로 삼을 수 있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

김준우 정의당 선거연합정당 추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박상혁 기자
 ⓒ박상혁 기자

- 비대위가 비장애인·남성 중심으로 구성됐는데.

“비대위 구성에 대한 비판이 있다면 우리가 부족한 탓이다. 최소한 한 명의 여성 위원을 더 섭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운동계에서 여성운동가를 비대위원으로 섭외하려고 접촉 중에 있다. 노동계 내부 의견을 수렴하느라 비대위 출범과 날짜를 맞추지 못한 상태다.”

- 정의당 주요 정책에서 여성·장애인 등 소수자 의제가 잘 보이지 않는다.

“소수자 의제뿐만 아니라 정의당 자체가 외부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노란봉투법, 소상공인 지원 등에서도 정의당 의원들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섯 명이서 100명 분을 하려다보니 쉽지 않다. 우리가 꾸준히 얘기하고 있는 의제가 새롭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국민 마음을 감흥시키는 아젠다 세팅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반성하고 있고 비판은 달게 받겠다.”

- 비대위원장으로서 목표는.

“정의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과거에는 정의당이 270만 표까지 얻었는데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95만 표로 떨어졌다. 특정 의원이나 특정 집단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의석 수는 선거 제도와 구도에 따라 달라지기에 부차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200만 유권자가 다시 정의당을 찍을 수 있게 하는 게 비대위원장으로서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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