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미디어작가 모임 ‘미디어소녀’ 첫 전시
21일까지 아트센터나비

황선정, 'Close to Weaving Web OM', 2023, 영상매체, 7분55초  ⓒ황선정 작가 제공
황선정, 'Close to Weaving Web OM', 2023, 영상매체, 7분55초 ⓒ황선정 작가 제공
민세희, '데이터 추론', 2023, 영상매체, 3840(W) x 2160(H) ⓒ민세희 작가 제공
민세희, '데이터 추론', 2023, 영상매체, 3840(W) x 2160(H) ⓒ민세희 작가 제공

챗GPT를 쓸수록 놀란다. 데이터 정리·분석 능력이 소름 돋을 정도다. 그래서 인공지능(AI)이 그럴싸한 거짓말도 잘한다는 걸 종종 잊는다. 민세희 작가는 이 점에 주목했다. 생성형 AI와의 채팅에서 출발한 미디어아트 작업 ‘데이터 추론’은 태양에서 바라본 다른 행성들과 브라질 BR-101 고속도로의 교통 사고 사진을 보여준다. 이 사진들은 진짜일까?

이번엔 화이트큐브 미술관에 분홍 액체가 밀려든다. 물에 반쯤 잠긴 사람들이 서로 얼싸안거나 탄성을 지르고 있다. 김민영 작가의 ‘분홍 홍수’는 진짜 같지만 AI로 만든 이미지다. 작가는 이를 ‘사건 없이 사건 기록하기’라고 소개했다. 

김민영, '분홍 호수', 2023, 피그먼트 프린트, 가변설치, 가변크기 ⓒ김민영 작가
김민영, '분홍 호수', 2023, 피그먼트 프린트, 가변설치, 가변크기 ⓒ김민영 작가

주목받는 한국 여성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전시를 열었다. 지난 14일 개막한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 아트센터나비(관장 노소영)의 특별기획전 ‘생성세대 (生成(世代)’다.

여성 미디어작가 커뮤니티 ‘미디어 소녀’의 첫 전시다. 기울어진 기술 중심 미디어 환경 속 들리지 않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키우고자 지난 8월 결성된 모임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장을 지낸 민세희(47) 작가를 포함해 10팀이 전시에 참여했다.

가상과 실재를 넘나드는 작품들 사이를 걷고 뛰며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전시다.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고, 그 세상의 규칙을 만들고, 다채로운 존재들을 서로 연결하는 상상력이 기발하다.

김보슬, '하이브리드 네이처', 2022, 인터렉티브 아트, 가변크기 ⓒ김보슬 작가 제공
김보슬, '하이브리드 네이처', 2022, 인터렉티브 아트, 가변크기 ⓒ김보슬 작가 제공
한윤정, '보이지 않는 바다', 2023, 인터렉티브 아트, 3D 프린팅 설치, 가변크기 ⓒ한윤정 작가 제공
한윤정, '보이지 않는 바다', 2023, 인터렉티브 아트, 3D 프린팅 설치, 가변크기 ⓒ한윤정 작가 제공

김보슬 작가가 창조한 ‘하이브리드 네이처’ 앞에서 관객은 SF 영화 속 아바타가 된다. 동서양의 신화, 역사, 문화가 뒤섞이고 작가의 상상력이 빚은 동식물이 사는 세계다. 제자리걸음을 하면 화면 속 인물이 앞으로 나아가고, 양팔을 움직여 원하는 방향으로 시야를 돌릴 수 있다.

한윤정 작가의 ‘보이지 않는 바다’는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가상의 미래의 풍경을 보여주는 인터렉티브 설치 영상 작품이자 디지털 프린트, 3D 프린팅 조각품이다. 데이터를 입력하면 기이하게 변한 산호초, 물고기, 해초 등이 실시간으로 등장한다. 기후위기를 직접 체험하며 행동을 자극하는 예술 작품이다. 오는 17일 전시 연계 아티스트 토크와 워크샵도 열린다. 전시는 21일까지.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