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

“손님들이 몰려오는 날에는 하루에 커피를 300잔 이상 뽑은 적도 있어요. 커피 축제가 성공하길 바라지만, 솔직히 제 손목은 너무 아프네요.” (강릉 A커피매장 청년 바리스타)

“커피를 추출하고 음료를 담으려면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런데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손님들은 불평하며 소리 지르고, 어떤 어른들은 우리에게 욕을 해요.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B쇼핑몰 음료 매대 청년 아르바이트생)

화려한 축제의 이면에는 고단한 청춘들이 있다. 장비 나르고, 행사장 안내를 진행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일에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자주 동원된다. 축제 기간에 관광객이 몰리는 매장에서는 ‘단기 알바생’을 채용해 인력 부족 사태를 땜질한다. 정규직 채용보다 비용이 덜 들고, 특히 젊고 건강한 청년들은 집중 노동을 감당하는 장점(?)이 있어서라고 한다.

커피 축제도 예외는 아니다. 향기롭고 낭만적인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청년 바리스타의 고생길이 열린다. 특히 아르바이트생들 손목은 혹사를 당한다. 기계에서 커피를 추출하든, 아니면 드롭 방식을 택하든 손목을 장시간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카페 사장들도 ‘대박 시기’에는 정신이 없다. 아무리 사장이라도 몰려드는 손님들 주문을 감당하려면 식사 때를 놓치거나, 심지어 화장실 가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사장님과 아르바이트생의 중노동 결과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른바 대박이 나는 시기에 매출이 늘고 수익도 증가하면 그것은 사장님의 몫이다.

하지만 이런 과실이 아르바이트생에게까지 돌아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다수가 이른바 ‘시급 알바’로 일하기 때문이다. 평소와 달리 노동 강도가 높아져서 손목이 아프거나 다리가 부어도, 별도 수당을 요구하기 쉽지 않다. 일부 점주가 보너스라며 아르바이트 청년들에게 수당을 챙겨주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이는 전적으로 사장님 마음에 달려 있다.

커피 축제 기간 만난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매장 경험을 쌓으려 일하다가, 특정 시기에 손목이 망가져 본인 가게를 차리는 꿈을 포기하게 될까봐 두렵다고 한다. 이른바 ‘대박 축제’와 매장 성공의 그늘이다. 건강과 산재처리에 대한 고민이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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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여성 바리스타들은 ‘김 양’ ‘이 양’으로 부르며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중장년 남성 고객 발언에 상처를 입는다. 성희롱에 대한 고민이다.

뜨거운 음료를 다루다보니 손에 화상을 입고, 무거운 잔이 떨어져 발등을 다치는 경우도 있다. 안전에 대한 고민이다.

비단 바리스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각종 지역 축제 현장에서는 대형 이벤트가 많은데, 부랴부랴 비숙련 청년 알바생을 투입해 혼선을 겪고 그에 대한 비난을 현장 용원들이 그대로 들어야 한다.

청년들의 이런 고단함을 과연 축제 성공을 위한 아름다운 희생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꿈을 이루기 위해 거쳐야하는 과정이라고 미화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청년이니까 본인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들이 겪는 문제를 발생시키는 구조는 누가 만들었으며, 이를 해결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결국은 이 구조를 만들고, 채용을 결정하는 어른들의 몫이다.

최근 지역 축제의 특징을 살펴보면, 두 가지이다.

예전에 비해 그래도 인파 관리와 바가지 상술 차단에 신경을 쓴다는 점이다. 전자는 이태원 참사 이후 대중교통과 거리의 밀집도 중요성이 부쩍 부각된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축제 기획 단계에서부터 지자체가, 지역 경찰 및 소방과의 협력 체계도 점검하고 있다.

후자는 여론의 질타를 받은 ‘과장 한 봉지 7만원’ 사례 등을 막기 위한 것이다. 지자체에서 지역 상인과 간담회를 하거나 사후 단속에도 나선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축제가 돌아가게 만드는 핵심 인력, 즉 곳곳에서 뛰고 있는 ‘알바 청년’들의 노동 가치도 존중되어야 한다. 지역 축제 기획단계에서 소외되었던, 청년 알바생의 목소리를 이제는 듣고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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