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우리말 쓰기] (끝)

ⓒPixabay
ⓒPixabay

지난 10월, 중국 항저우에서 제19회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동안 우리는 많은 대표선수들이 자랑스러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며 박수를 보내고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해서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해서 울었던 것 같아요. ~행운이 따르지 않았나 싶었던 것 같아요.” (A선수)

“끝까지 완주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구요. ~ 인상에 남는 경기였던 것 같고 벅차고 기뻤던 순간이었었던 것 같습니다. ~이길려고 노력했던 것 같고요.” (B선수)

“오버페이스 부분이 나왔던 것 같아요. ~제 할 것만 다한 것 같아요.” (C선수)

“(결승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어려웠던 것 같아요. ~(금메달 예상은) 끝까지 몰랐던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D선수)

우승 순간의 기쁨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선수들의 답변이 한결같이 남말 전하듯 조심스러워서다. 자신의 감정은 스스로 느끼는 것임에도 확신하지 못하는 것인가? 청자에 대한 겸손한 배려인가? 스스로의 판단을 추측하여 “~인 것 같다,” 고 표현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줄임말을 선호하는 세대이기에 더욱 의아하다.

어미 ‘~은’ 또는 ‘ㄴ’과 의존명사 ‘것’, 형용사 ‘같다’가 함께 쓰인 “~인(은) 것 같다”는 추측의 뜻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동사에 붙어서는 과거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추측하고, ‘있다’ ‘없다’를 제외한 형용사 어간이나 ‘이다’ ‘아니다’에 붙어서는 현재의 상태를 추측하는 의미를 나타낸다. “어제 모임에 사람이 많이 온 것 같다.” “졸면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것 같다.” “비가 온 것 같아요.” 등의 쓰임새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좋은 것 같다”를 예로 살펴보자. 좋은 정도가 분명치 않을 때, 혹은 “좋지 않다”고 확실하게 표현할 자신이 없을 때에 에둘러서 쓰기도 해서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좋다”는 감정을 느끼는 주체가 말하는 사람이므로 스스로의 판단을 추측하여 표현하는 것이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좋다”로 쓰는 것이 바른 화법이라고 권고한다.

문법에 맞지 않는 “~인(은)것 같아요”를 많이 쓰고 있는 매체는 텔레비전 등 영상매체이다. 대담프로그램의 출연자나 뉴스쇼 등에 나오는 패널, 인터뷰에 응하는 시민들의 ‘말’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가끔은 바른 말을 사용해야하는 진행자나 리포터, 아나운서들이 쓰기도 한다.

“기쁜 것 같아요”(→기쁩니다. 기뻐요)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기분이 좋습니다. 좋아요)

“알게 된 것 같아요”(→알게 됐습니다. 알게 됐어요)

“아직은 제가 골프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좋아합니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재미있습니다. 재미있어요)

“맛있는 것 같아요”(→ 맛있습니다. 맛있어요)

“추운 것 같아요” (→추워요)

“다행인 것 같아요”(→다행입니다) 등 미디어에 노출된 가수, 프로골퍼뿐만 아니라 거리의 시민들도 흔히 쓰지만 바른 말하기는 아니다.

줄임말과 돌직구, 사이다 발언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스스로 느낀 자신의 감정이나 심리상태를 마치 제3자의 입장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길게 말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