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훈·박송아·소재웅 지음, 훈훈 펴냄
192쪽, 1만 6500원

열 번쯤은 만나야 틈이 생깁니다(홍성훈·박송아·소재웅 지음, 훈훈 펴냄, 192쪽, 1만 6500원) ⓒ도서출판 훈훈
열 번쯤은 만나야 틈이 생깁니다(홍성훈·박송아·소재웅 지음, 훈훈 펴냄, 192쪽, 1만 6500원) ⓒ도서출판 훈훈

“조금 거친 표현을 해볼게요. ‘내가 괜찮다는데 왜 그렇게 날 딱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지랄이야?’ 그럴 때가 있어요. 그 시선이 제겐 고마운 게 아니라 당혹스러워요. 내가 그렇게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이었나? 나는 지금 당장 이걸 건너가는 게 중요한 사람인데 말이죠. (중략) 우리가 자꾸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완전히 분리시켜 놓으면 이렇듯 서로 상상력만 키울 뿐이에요.”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인한 지체장애를 안고 평생을 살아온 목사 홍성훈 씨의 말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 두 명과 장애를 가져보지 않은 사람 한 명, 세 사람이 ‘열 번쯤’ 만나 장애를 이야기했다. 기존의 생각에 작은 ‘틈’이 나기를 바라면서다.

두 사람은 장애인 당사자로서 느끼는 장애를 담담히, 하지만 울림 있게 전한다. 이들에게 자신의 장애는 세간의 편견처럼 그저 삶의 ‘불행 요소’가 아니다.

저자 홍성훈은 “장애라는 건,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나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나 동등한 주제라고 봐요. 왜냐하면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장애를 어려움으로 느끼는 것처럼, 비장애인 역시 마치 장애처럼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자기 인생의 어려움이란 건 존재하니까요”라며 “불행한 일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거나 설득하는가, 어떻게 덜 불행하게 느끼면서 사는가, 그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내게 있는 건 그냥 있는 걸로 받아들이는 것. 이걸 두고 ‘체념’이라고 표현해도 할 말은 없어요”라고 말한다.

저자 박송아도 “장애가 선물로 여겨진다는 건, 불편한 것이 좋아서가 아니다. 고난을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정신승리도 아니다”며 “누군가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 나도 도움을 받으면 순간 able해지기에 누군가에게 그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장착되는 것. 그것을 두고 비로소 ‘선물’이라 부를 수 있는 거 아닐까?”라고 말한다.

책에는 세 사람이 만나 장애를 이야기하고 작은 틈을 내며 모색한 새로운 길들이 담겨 있다. 이들이 대화를 통해 꿈꾼 “게으른 상상력으로 그려오던 장애인이란 존재를, 더 나아가 인간이란 존재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징검다리”는 독자들에게도 장애를 새롭게 바라볼 ‘맑고 따뜻한 안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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