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 중심 국내 첫 학술단체
공동학회장에 이승길‧박선영

한국괴롭힘학회 초대 학회장을 맡은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왼쪽부터). ⓒ여성신문
한국괴롭힘학회 초대 학회장을 맡은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왼쪽부터). ⓒ여성신문

‘괴롭힘’을 주제로 한 국내 첫 의제 중심 학술단체가 탄생했다. 한국괴롭힘학회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이 반복되지 않도록 원인과 현안 등을 연구해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7월 출범한 학술단체다. 법학, 노동학, 사회학, 간호학, 여성학, 산업정책,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법조인, 현장실천가, 행정가 등 괴롭힘 문제에 관심을 가진 전문가들이 한데 모였다. 출범 이후 ‘괴로운 직장과 은둔형 외톨이’, ‘교육 공동체는 없다?!’ 등을 주제로 월례포럼 열고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초대 학회장은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두 사람은 ‘괴롭힘’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한편, 노동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현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괴롭힘 문제 전문가로 꼽힌다. 이들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신고는 늘고 있으나 세부 규정이 확립되지 않아 사건 처리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학문간 경계를 넘어 괴롭힘 현상을 통합적으로 진단,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행복한 조직을 구축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괴롭힘은 사람 목숨을 잃게까지 하면서도 누구나 겪는 애환 정도로 취급돼 왔다.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이 단순 스트레스를 넘어 깊은 인격적 상처와 자존감의 훼손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터에서 보람과 생산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은 2019년 7월 시행됐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조약을 법으로 명시한 나라는 한국이 아시아 최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제190호 협약으로 ‘직장에서의 폭력 및 괴롭힘 방지 협약’을 채택한 시점(2019년 6월 21일)보다 앞서 법을 마련했다.

‘양진호 사건’ 등 심각한 사건이 드러나면서 입법 논의가 시작된 지 1년 만에 법이 통과됐다. 이승길 교수는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들이 포괄적인 데다, 벌칙 조항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법이 통과됐다”며 “매뉴얼은 있으나 기업이 사건에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크고 회사 자체 위원회를 통한 사건 처리도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 내 괴롭힘은 일터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박선영 선임연구위원은 “괴롭힘은 우리 사회 곳곳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괴롭힘은 민주주의와 연대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것”이라며 “이런 성격을 갖는 괴롭힘을 단순히 직장 내 업무관계 속 괴롭힘 피해와 가해로만 보는 것은 이 문제를 매우 협소하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괴롭힘학회가 괴롭힘 문제를 단순한 ‘보호’와 ‘처벌’을 넘어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행복한 공동체로 나아가는데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괴롭힘학회는 창립을 기념해 오는 10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공인노무사회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 주제는 ‘직장 내 괴롭힘 법제화와 경계의 확장’이다. 학회 측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도입 4년째를 맞아 법 시행의 부작용과 미비점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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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괴롭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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