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성공한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 ⓒX(트위터)
재선에 성공한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 ⓒX(트위터)

미국 민주당이 7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와 오하이오 주민투표,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특히 ‘임신중지권’이 핵심 쟁점이던 3개 선거에서 모두 이긴 것이어서 내년 대선의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얻게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재선에 성공했다. 베시어는 2019년 선거에서 공화당 현직 맷 베빈을 49.2% 대 48.8%로 간신히 이겼다. 첫 선거 승리는 격차가 1%포인트 미만인 신승이었지만, 이번엔 격차를 5%포인트까지 벌렸다. 

켄터키는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26%포인트 차이로 제치는 등 보수색이 강한 주인 데다, 경쟁 후보였던 대니얼 캐머런 주 법무장관의 후견인도 거물급 정치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인 셈이다. 

베시어 주지사의 나이도 45세로 젊은 만큼, 민주당이 확장성을 가진 유망한 차기 지도자 한 명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서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주의회 상원 다수당이던 민주당이 하원에서도 공화당을 밀어내고 다수당이 됐다.

상·하원 140석을 모두 교체하는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다. 선거 전까지 버지니아 주의회 권력은 분점 구도였다. 상원은 민주당이 22석, 공화당 18석을 각각 보유한 상태였고, 하원은 공화당(52석)이 민주당(48석)보다 우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이 상원에서 최소 21석, 하원에서 최소 51석을 가져와 양원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버지니아주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돈 스콧 주니어는 7일 오후 11시 직후 민주당이 상·하원을 석권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내일은 새로운 버지니아의 첫날”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핵심은 낙태 허용 여부를 두고 민심이 어느 쪽으로 표출되느냐였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낙태권 존폐 결정을 각 주로 넘겼다. 이후 각 주에서 낙태 관련 입법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낙태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공화당은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해 원칙적으로는 반대한다는 쪽으로 선거 전략을 짰다.

공화당 소속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이번 선거를 통해 공화당이 양원을 장악하게 되면 낙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의 승리는 낙태권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전략의 성공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공화 양당은 낙태와 경제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메시지가 내년 대선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이번 선거 결과를 애타게 지켜봤다”고 전했다.

오하이오 주민투표에서도 주 헌법에 낙태 권리를 명시한 개헌안이 주민 50% 이상의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 오하이오주는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후 낙태권 보장을 결정한 7번째 주로 기록됐다. 

공화당 지지세가 뚜렷한 이 지역에서 낙태권 보장 개헌안이 통과된 것은 낙태 금지에 분노하는 여성과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이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하이오 주민투표 결과에 관한 성명을 내고 “미국인들은 근본적인 자유를 지키는 데 투표했고 민주주의는 승리했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대선 이슈 경쟁과 관련해 큰 고민을 안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낙태권 보호를 호소해온 민주당은 내년 대선까지 낙태 이슈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선거 결과는 전국의 주요 교외 지역에서 민주당의 지속적인 강세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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