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
정월례 전 신화 대표
세 딸 키우며 경영 전념하다
은퇴 후 당구 등 다양한 취미 배워
“나만의 즐거움 갖는 일 두려워 말아야”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현대당구장에서 정월례 전 신화 대표를 만났다.  ⓒ송은지 사진작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현대당구장에서 정월례 전 신화 대표를 만났다. ⓒ송은지 사진작가

30년 넘게 이끈 회사를 올해 떠났다. 은퇴하고도 정월례(77) 전 신화 대표는 하루하루 바쁘다.

“월요일엔 노래 연습과 시니어 모델 워킹 연습을 해요. 화요일과 목요일은 컴퓨터 학원에서 파워포인트, 엑셀, 유튜브 등 활용법을 배워요. 수요일과 토요일은 당구장에 가요.”

특히 당구는 새로운 도전이다. 멋져 보여서, 좋다는 당구장을 찾아가 기본기를 가르쳐 달라고 청했다. 올 상반기부터 배우기 시작해 반년이 흘렀다. 큐대 잡는 법도 몰랐는데 이젠 원뱅크샷, 옆돌리기, 뒤돌리기, 앞돌리기 등 기술을 구사한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당구장에 찾아갔다. 30여 명이 당구를 치고 있었지만 여성은 정 전 대표뿐이었다. 수줍게 웃다가도 큐를 잡고 당구대 앞에 서자 눈빛이 달라졌다. 자세 잡고, 큐를 조준하고, 스트로크! 굴러간 공이 딱딱 맞아떨어지자 정 전 대표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스탠스(당구를 치는 자세), 브릿지(왼손으로 큐를 받치는 손 모양)가 웬만한 남자들보다 좋아요.” 당구장을 운영하는 김용수 대표는 “여성이 당구 치러 오는 일 자체가 드물다. 남성 회원들이 (정 전 대표를) 다들 궁금해하고, 당구 치는 법도 알려주고 챙겨주는 분위기”라고 했다.

당구장 하면 매캐한 담배 연기와 어두침침한 ‘건달 아지트’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옛날얘기다. 요즘 당구장은 밝고 쾌적하다. 당구는 2011년 전국체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오락을 넘어 건전한 생활체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시간 동안 당구대를 돌며 게임을 즐기면 대략 4~5㎞를 걷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한국 여자 당구(3쿠션 기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여자 프로당구를 제패한 캄보디아 출신 스롱 피아비, 포켓볼·3쿠션 세계 챔피언에 오른 ‘당구 황제’ 김가영 등 프로 선수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당구는 과학이고 수학이에요. 머리와 몸을 많이 써야 하고, 아주 매력 있는 스포츠죠.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가볍게 즐길 수 있고요. 당구장은 어디에나 있고 게임을 함께할 파트너를 만나기도 쉬워요. 실내 스포츠라 계절이나 날씨를 타지도 않죠.”

정월례 전 신화 대표가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현대당구장에서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정월례 전 신화 대표가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현대당구장에서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정월례 전 신화 대표가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현대당구장에서 찍어치기(마세)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정월례 전 신화 대표가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현대당구장에서 찍어치기(마세)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정 전 대표는 ‘신화’를 창립해 아모레퍼시픽, 애경, LG생활건강, 제일제당 등 굴지의 기업의 생활용품 제품을 제조·판촉개발하면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1년 매출액이 약 30억원에 달한 적도 있었다.

행정공무원으로 일하다 사표를 내고 세 딸들 뒷바라지에 힘썼고, 딸들을 대학에 보낸 후 40대 중반에 사업을 시작했다. “마케팅의 ‘마’도 몰랐는데 겁 없이 뛰어들었어요. 영업, PT, 검수까지 직접 도맡았고 내로라하는 기업들에 인정받는 회사로 키웠어요. 가장 사랑하는 세 딸들도 전문직으로 키웠고요. 안 되는 건 없다는 게 제 신조입니다.”

정 전 대표는 배움에 열정적이다. 십여 년 전 드럼과 하모니카 연주도 배웠다. 지난 칠순 잔치 때 주인공인 자신이 직접 사람들 앞에서 ‘찔레꽃’을 하모니카로 연주하기도 했다.

여성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스포츠나 오락을 배우세요. 나이 들어서도 외롭지 않도록 일찍 나만의 무기를, 나만의 즐거움을 가져 보세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일단 부딪혀 봐요.” 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 전 대표의 내일이 더 즐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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