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머리 짧으면 페미’라며 여성 폭행
“증오범죄 부추기는 ‘집단’있어… 반복될 수도
가해자에 초점 맞춰 증오 형성 ‘경로’ 밝혀야”
“정부 ‘여성’혐오 인정 없으면 가해 정당화돼…
정책·예산 축소, 약자혐오범죄 더 기승부릴 것”

지난 4일 밤 12시10분께 20대 남성 A씨가 진주시 하대동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B씨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뉴시스
지난 4일 밤 12시10분께 20대 남성 A씨가 진주시 하대동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B씨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뉴시스

한 20대 남성이 ‘머리카락이 짧으면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성을 폭행한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증오범죄’로 규정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온·오프라인상의 반페미니즘 흐름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와 여성폭력 예산 삭감 등 ‘백래시(backlash: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집단적 공격)’도 이런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4일 20대 남성 A씨가 밤 12시10분께 진주시 하대동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B씨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A씨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 B씨에게 “여자가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다. 나는 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했고, 이를 말리던 50대 남성도 폭행하며 가게에 비치된 의자로 가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범행으로 B씨는 염좌와 인대 부상, 귀 부위를 다쳤고 50대 남성은 어깨와 이마, 코 부위 등에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혐오범죄가 아닌 ‘증오범죄’

전문가는 이번 사건을 “단순 혐오범죄가 아니라 ‘증오범죄’”로 규정하고,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초점을 맞춰 이같은 증오가 형성되는 “경로”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증오범죄를 부추기는 어떤 ‘집단’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추측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더 이상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명확하게 분석하고, 얼마나 반사회적 범죄인지를 분석하고 알려 앞으로 이런 범죄가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증오범죄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페미니스트로 오인돼서 피해당하는 여성도 보호하지만, 특정집단에 의해 무분별하게 부추겨져서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위험으로부터 남성을 보호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10대 남성 청소년을 보호하는 의미에서도 사건을 엄중하게 분석하고, (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과 경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주지역 여성단체, 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이 7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의점 아르바이트 여성을 폭행한 남성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진주지역 여성단체, 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이 7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의점 아르바이트 여성을 폭행한 남성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의 행보, 가해행위 정당화 우려

현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고 여성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백래시’ 행보를 이어가면 여성폭력에 대한 경각심과 대응력도 축소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 사건은 ‘페미사이드’(여성이라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살해하는 행위)이고 ‘혐오범죄’”라며 “여성에 대한 혐오라든지,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에 대한 혐오범죄가 명확한데, 정부기관에서는 쉬쉬하는 것 같다. 성차별, 여성혐오에 기반한 폭력이라는 걸 명명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여성’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려고 하면 오히려 이런 범죄에 힘을 싣게 된다. 여성을 응징하는 걸 ‘있을 수 있는 일’로 만들고, ‘페미니스트는 지탄받아야 하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메시지를 주면 가해행위가 지지되고 정당화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약자에 대한 기존 정책을 취소하고, 예산도 없애려고 하면 약자혐오 범죄가 더 기승을 부리는 사회로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