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법학박사)

우병탁의 R부자 칼럼 ⓒ여성신문
우병탁의 R부자 칼럼 ⓒ여성신문

법률은 우리 주변의 삶과 행동, 거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관용적 표현으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쓰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현대의 대한민국에서 모든 사람은 ‘법 없이는 살 수 없다.’

마찬가지로 법은 부동산과 부동산을 둘러싼 행위나 거래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법에서는 부동산과 관련된 행위나 뜻 하나하나까지 모두 언급한다. 즉 뜻이 정의돼 있다.

예를 들어 건축법상 대지란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 필지로 나눈 토지를 말한다. 다만 일정한 요건하에 둘 이상의 필지를 하나의 대지로 하거나 하나 이상의 필지 일부를 하나의 대지로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건축물이란 토지 위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에서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거기에 딸린 시설물, 지하나 고가(高架)의 공작물에 설치된 사무소, 공연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법률에서는 부동산 하나하나의 정의와 이에 대한 구분 방법을 정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가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가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마찬가지로 ‘건축’이라는 행위 역시 그 방식이나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세분된다. 즉 일상생활에서는 건물로 정의되는 무언가를 짓는다는 점에서 다 같지만, 법률상으로는 다 다르다.

건축법에서는 건축을 신축, 증축, 개축, 재축하거나 건축물을 이전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러면 그 각각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

먼저 신축이란 건축물이 없는 대지에 새로 건축물을 쌓는 것을 말한다. 증축은 기존 건물을 늘려 짓는 것을 말한다.

이때 동일한 바닥면적 내에서 층수를 높이거나 높이를 늘리는 경우도 있고 바닥면적과 총면적(연면적) 모두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개축이란 대지 위에 존재하는 기존 건축물의 전부나 일부를 철거하고 종전 규모와 같게 혹은 작게 건축하는 것을 말한다. 종전 규모보다 커지면 증축이 되므로 이와 구분해 작거나 같게 짓는 것이 개축이다.

흔히 증축이나 개축을 리모델링과 혼용해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일상생활에서는 혼용해 쓰더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법률상으로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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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은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을 위해 대수선하거나 건축물의 일부를 증축 또는 개축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리모델링이라는 개념은 신축과 재축, 건축물의 이전은 제외하고 증축과 개축을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이다.

여기서 리모델링의 방법으로 표시된 대수선 역시 법률을 통해 그 정의가 구분된다. 대수선이란 건축물의 보와 기둥, 내력벽과 주계단 등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 변경하거나 증설하는 것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대통령령에서는 다시 이를 내력벽을 증설하거나 해체하는 것, 내력벽의 면적을 30제곱미터 이상 수선하거나 변경하는 것, 기둥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세 개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등 총 9가지로 정의한다.

달리 말하면 여기에 나열되지 않은 것은 리모델링일 순 있지만 대수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리모델링과 대수선을 구분하는 실익은 양자의 구분에 따라 건축 과정에서의 인허가와 검사 등 절차가 달라지는 데 있다.

이외에 대수선이 아닌 수선은 관할기관의 허가나 신고 없이 가능하다. 반면에 대수선은 허가나 신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법률이 이를 구분하고 있는 이유다. 아파트 등 내부를 수선하는 경우를 통틀어 리모델링이라고 표현하지만, 그 공사의 범위와 바닥면적의 규모에 따라 역시 신고가 필요 없는 수선일 수도 있고 대수선에 해당할 수도 있다.

재축은 천재지변이나 기타 재해로 건축물이 멸실된 경우 그 대지에 종전 규모의 범위 내에서 다시 짓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신축이 아니고 재축이 된다. 역시 미묘하지만, 법률상으로 둘은 분명히 구분된다.

이 경우 내가 그 행위를 신축 또는 재축이라고 부른다고 신축이나 재축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천재지변 등을 원인으로 하는 등 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돼야 재축이 된다. 그리고 이전이란 기존에 성립한 건축물의 주요 구조부를 해체하지 아니하고 같은 대지 내에서 다른 위치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재축 중 일부는 취득세가 감면되기도 한다(지방세특례제한법 제92조). 즉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으로 멸실된 건축물을 멸실이나 파손된 날로부터 2년 안에 건축하거나 개수하는 경우에는 취득세를 면제한다. 마찬가지로 (비록 소액이지만) 말소와 건축의 등기에 따른 등록면허세도 면제된다.

건축하는 때에는 건축법의 적용만 받는 것이 아니고 다른 법률의 영향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건축법상으로는 인정된 경우라도 주차장법과 같은 다른 법률에서는 종전 건축물의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현재 기준으로 맞춰야 하는 것도 있다(대법원89도1829선고 참고).

부동산을 제대로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법률을 알아야 한다. 즉 법 공부가 곧 부동산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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