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길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

이상길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 ⓒ엑스코
이상길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 ⓒ엑스코

취임 1년을 맞은 이상길 엑스코(EXCO) 사장은 “설립 30주년이 되는 2025년까지 엑스코 전시장 가동률 55%를 달성하고, 연간 외국인 300만 명이 찾는 글로벌 전시컨벤션센터의 위상을 갖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엑스코를 ‘글로벌 마이스 플랫폼’에서 더 나아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역할을 확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1994년 대구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계획수립, 1995년 ㈜대구종합무역센터 설립, 1996년 대구전시컨벤션센터 건립 기공식에 이르기까지 주무 사무관으로 전 과정을 총괄했다. 대구에 국제전시컨벤션센터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고 구체성을 뿌리며 현실로 펼쳐냈다. 그리고 엑스코에 대한 깊은 공감으로 지금보다 더 제대로 기능하려면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엑스코의 역할을 전시컨벤션을 통한 지역중소기업 수출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입니다. 그러기 위해 국제화·대형화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한 전시회, 지역중소기업들이 정부정책 및 산업 트렌드를 반영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금전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지역기업들의 판로개척 등에 중점을 두고 지원합니다.” 

엑스코는 연간 120건 이상의 전시회를 개최한다. 대표적으로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 국제소방안전박람회, 대한민국미래모빌리티엑스포 등을 꼽는다.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는 세계 10대 태양전지 및 태양전지패널 기업과 태양광 인버터 기업 대부분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아시아 3대·세계 10대 신재생에너지 전문 전시회다. 올해 20회를 맞아 전시부스 규모를 전년 대비 50% 정도 확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를 치렀다.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참사를 계기로 소방산업 발전과 소방안전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해 마련됐다. 2004년부터 시작된 국내최초·국내유일의 소방안전산업 전문박람회이다.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엑스포는 2017년부터 대구시의 미래형 자동차산업육성을 위해 처음 개최됐다. 미래신산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차·자율주행·UAM(도심항공교통) 등 미래차산업 분야를 확대했다. 

“올해부터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주최로 참여하며 정부 전시회로 격상된 만큼 전년보다 전시면적(67%), 참가업체 수(35%) 등 모든 부분에 있어 역대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이밖에도 메디엑스포코리아, 첨단의료기기산업전, 국제기계산업대전 등 대구역점산업의 발전동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산업전시회가와 계절별 맞춤형 제품들을 선보이는 대구베이비&키즈페어, 국내 유일 실내크리스마스 전시회인 대구크리스마스페어 등 시민들도 즐길 수 있는 소비재 전시회도 마련된다.

미래모빌리티엑스코 ⓒ엑스코
‘2023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엑스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엑스코

전국 유일의 여성정책종합박람회인 ‘여성UP 엑스포’도 매년 엑스코에서 3일 동안 열린다.

“2016년부터 열리는 전국 유일의 여성정책종합박람회인 만큼 엑스코에서도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양성평등, 여성안전, 여성인권, 건강가정, 결혼·출산·육아·청년·경력단절여성 등 분야별 정책과 지원사업까지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지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참관객들이 여성UP 엑스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국제소방안전박람회’ 등 큰 규모의 전시회와 맞물려 열릴 수 있도록 애를 씁니다. 올해는 군위군 편입과 대구굴기 원년을 맞이하여 시민참여형 온‧오프라인 홍보도 강화하여 온 가족 축제의 장으로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아이 셋을 키워봐서 누구보다 양육의 고충을 잘 안다”는 이 사장은 엑스코에 부임하며 ‘아이 낳기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먼저, 육아휴직기간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기간 연장 등 일·가정양립 할 수 있는 근무환경조성을 위해 회사 제도를 개선했다.

“1년이었던 법적 육아휴직기간을 지난 4월부터 1년 6개월로, 육아기근로시간 단축기간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어요. 저출산극복 방안의 일환으로 육아에 대한 인식 제고, 가족친화적 기업문화로 나가기 위해 육아휴직자의 근무성적 평가등급도 기존보다 한 등급 상향시키는 안도 추진했지요.”

심각한 저출산 문제가 전시에도 반영된다. “펫 관련 박람회나 전시회는 늘어나고 키즈‧베이비 관련 전시는 줄어드는 것을 봅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변화, 사람과의 넓고 깊은 이해, 행복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가정이 양립될 수 있는 사내 환경과 기업 문화 조성에 앞장섰다. 임신·출산을 장려하는 금전적·교육적 지원책도 생애주기별 세부적으로 마련했다.

“가족 친화적 근무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의무이자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가족친화인증 기업으로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임신·출산 장려를 위해 임신기간 중 근로시간 단축과 주차별로 필요한 태아검진시간 보장,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육아기근로시간 단축제도와 가족이나 직원 자신의 건강을 돌보기 위한 가족돌봄휴직제도 등이다.

여성 휴게실 및 수유실 제공, 자녀 대학교 학자금 융자, 가족건강검진 및 보육지원비 지원 등 임직원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소방안전박람회 라인 투어중이다 ⓒ엑스코
소방안전박람회 라인 투어 중인 이상길 대표. ⓒ엑스코

“교사인 아내는 출산휴가만 썼어요. 근무지도 늘 출‧퇴근이 어려운 먼 곳으로 발령이 나더라고요 하하하. 덕분에 제가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많아졌지요. 월화수는 장모님이, 목금토는 어머니가 아이들을 봐주셨지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젖병도 많이 태우고 유치원과 학교를 보낼 때는 뭐 하나는 꼭 빠뜨리고, 그때 참 힘들었지요.

큰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동생들과 라면을 먹으려다 집에 불이 났다. 소방차도 오고, 다행히 아이들도 다치지 않고 큰 피해도 없었다.

“불이 난 후 어머니가 집에 와 계시게 된 건 좋았지만 아버지가 고령에 혼자 계시게 되니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맞벌이 가정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예방접종을 해야 할 때는 점심시간을 이용했어요. 넥타이를 매고 아이 셋을 데리고 기다리는 저를 본 원장님이 다른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먼저 봐주셨어요. 그때는 아이들이 많아 소아과를 가면 참 많이 기다려야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맙지요.”

아이가 주눅이 들어있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준비물을 못 가져가 혼이 난다는 거였다. 알림장을 통해 매일 매일의 준비물이 적혀왔다. 대개 초등학교 아이들의 준비물은 문방구에서 거의 해결 할 수 있지만 퇴근 후에 알림장을 보게 되었고 그때는 이미 문방구 문이 닫혀 있었다.

준비를 못해가는 횟수가 늘어나니 아이가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고 그 모습을 보는 아버지 입장도 딱했다.

“맞벌이 부부도 많을 텐데 매일 매일 준비물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 저희 집만이 문제가 아니듯 했어요. 일주일 단위로 알려주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준비하면 되는데... 교육계에 이런 고충을 말했더니 그 이후 달라졌습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육아환경이 좀 나아졌다. “아빠가 출근하면 네가 가장이니 동생들 잘 챙기라는 말을 잘 들어 준 큰 아이 덕분에 아이들 셋이 잘 자라 결혼도 하고 각자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 셋을 키운 이야기는 책을 써도 될 듯하다. 아들 둘을 낳고 셋째는 꼭 딸이길 바라며 여섯 달을 갓바위를 찾아 기도까지 했다. 그렇게 얻은 딸 이름은 아내의 이름과 같다.

“성만 다르죠. 아내처럼 잘 커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제 아들에게도 손녀 이름을 며느리 이름과 같게 하길 바랐는데 안합디다. 하하하.” 

아이들 키우면서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내 즐겁고 유쾌한 웃음은 아이들과 함께 있었을 때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엑스코 야외광장에 무더위 쉼터를 조성하고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엑스코
엑스코 야외광장에 무더위 쉼터를 조성하고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엑스코

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EXCO 주인의식을 갖고, 왜 엑스코에서 일하는지 자부심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전시만이 아니라 엑스코의 주변환경도 조성해 시민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사회적 이미지를 바꾸는데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전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민과 주민, 동민들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돼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 개최한 야외광장 버스킹을 지난 6월부터는 뮤지컬과 클래식 공연 등 다양한 장르로 확대했다. 지역예술인에게는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무상공간이, 방문객들에게는 삶의 휴식처이며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서관 야외광장에는 가을맞이 국화정원을 만들었고 동관에는 잔디광장을 조성 중이다.

“엑스코를 찾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누구나 찾아오고 싶은 지역 대표 랜드마크로서 연중 활력 넘치게 북적이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경영평가에서도 사장보다는 직원들을 높게, 사장연봉은 깎아도 직원연봉은 깎지 말 것도 당부했다. 덕분에 경영실적도 좋아졌다.

“엑스코가 2025년에 설립 30주년을 맞습니다. 그때까지 전시장 가동률 55%와 연간 300만 명의 세계인이 방문하는 글로벌 전시컨벤션센터로의 도약을 희망합니다. 2030년에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개항, 도시철도 4호선 완공,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개통 등 인프라 확충으로 엑스코를 찾는 방문객들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MICE산업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글로벌 전시컨벤션센터가 되기 위한 토대를 이 사장은 지금도 다지는 중이다. 

*이상길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
1964년생으로 경상북도 고령이 고향이다. 대구 성광고와 경북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졸업, 미국 시라큐스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하여 대구시에서 22년, 중앙부처에서 8년간 지냈다. 대구시 기획관리실장,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정책관, 대구시 행정부시장, 민선 8기 대구시장직 인수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행정가로서의 역량을 높이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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