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
르 클레지오·알렉시예비치 방한
10월25일 ‘2023 DMZ 평화문학축전’서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대담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르 클레지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가 지난 10월25일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2023 DMZ 평화문학축전’에서 ‘장벽과 차별을 넘어 생명과 평화로’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경기도 제공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르 클레지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가 지난 10월25일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2023 DMZ 평화문학축전’에서 ‘장벽과 차별을 넘어 생명과 평화로’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경기도 제공

“상상보다 더 사악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술은 이 어려운 시대의 버팀목이 돼야 합니다. 예술은 사람들이 이런 시대를 살아갈 힘을 줘야 합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항상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 전쟁이 인간 사회의 핵심적인 요소라는 뜻은 아닙니다. 전쟁에는 노(No), 평화에는 예스(Yes)라고 말합시다. 서로 다른 이웃, 여성과 남성, 어른과 아이 사이의 좋은 관계야말로 우리 사회의 중추가 돼야 합니다.”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달 25일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2023 DMZ 평화문학축전’에서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대담을 나눴다. 올해 정전 70주년을 맞아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개최한 행사다.

작가들은 가자 지구와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살육에 여성과 아동 등 약자들이 무방비하게 노출됐다며 우려했다. 알렉시예비치는 “남성들이 일으킨 전쟁에서 아이들과 여성들이 짐승처럼 죽어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벨라루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알렉시예비치는 역사가 귀 기울이지 않은 약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목소리 소설’이라는 독특한 문학 장르의 창시자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여성들을 인터뷰해 전쟁의 민낯을 기록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대표작이다.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자신이 만났던 전쟁터에서 싸우는 여성들, 스스로를 지키고, 아이를 키우고 보호하는 강인한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평화로운 미래는) 여성들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요즘 다시 전쟁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아연 소년들』 이후 전쟁에 관해 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피 흘리고 고통받는 사람들, 누군가를 죽이는 이야기를 쓰는 게 너무 어려웠다. 그렇지만 삶이 저를 그리로 이끈다. 전쟁에 대해 계속, 더 생생히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의 악에는 어느 정도 면역이 생겼다.”

그는 “파주는 아름답고 많은 책이 있는 도시”, “책을 숭상하는 컬트 문화가 있는 도시 같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주기도 했다.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는 어린 시절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고 전쟁의 상흔과 살아남은 이들의 애환을 기록해 왔다. “전쟁 중에 태어났다는 것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그 전쟁의 가깝고도 먼 증인이 되는 것”(『브르타뉴의 노래·아이와 전쟁』 중)이라고 쓰기도 했다. 2008년 제주에 머물면서 제주 4·3의 역사, 해녀, 돌하르방 등을 취재한 기행문을 유럽 독자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그 공로로 ‘명예제주도민’이 됐다.

그는 “아름답고 평화로워만 보이는 제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뒤늦게 조금씩 알게 됐다”며 “대학살의 경험으로부터 회복하기는 정말로 어렵다. 전쟁을 거부하고 평화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작가)는 행동해야 한다. 사람들이 불안을 딛고 서로 함께하도록 설득할 의무가 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라는 간디의 말을 떠올리자”고 말했다. 두 작가는 DMZ 철조망 모형에 평화의 리본을 묶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르 클레지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가 지난 10월25일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2023 DMZ 평화문학축전’에서 ‘장벽과 차별을 넘어 생명과 평화로’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경기도 제공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르 클레지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가 지난 10월25일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2023 DMZ 평화문학축전’에서 ‘장벽과 차별을 넘어 생명과 평화로’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경기도 제공

염태영 경제부지사는 “예술이란 결국 적대감, 갈등을 걷어내고 평화로 가는 길을 보여주고 거기서 희망을 찾는 것 아닐까”라며 “경기도는 전쟁이 없는 소극적 의미의 평화가 아니라 세대, 생태까지 아우르는 근본적 평화, 더 큰 평화를 꼭 만들 중차대한 사명을 갖고 있다. 그것이 경기도민께 우리 지자체의 행정을 책임진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또 “경기도는 평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경기도가 앞장서고, 관련 각종 문화적 역량을 모으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독일 리베라투르상 수상자, 팔레스타인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도 이번 축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날 객석에서 대담을 듣던 그는 “르 클레지오의 말처럼 ‘전쟁에는 노(No), 평화에는 예스(Yes)’라고 말하고 싶다”며 “언어는 우리가 침묵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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