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화예술기획 전시·공연 통해 대안결혼문화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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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도 솔직하고 유쾌한 성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창파의 설치작품 '해피 섹스(Happy Sex)'.

여자의 일생에 큰 획을 긋는 것이 있다면 바로 '결혼'이다. 웨딩드레스 고르는 일부터 시작해 결혼식장 정하고 혼수와 예단까지. '결혼'을 입에 올린 순간부터 식이 끝나는 날까지 눈물이 마를 날이 없고 시댁과의 감정싸움에 가슴 조이지 않는 날이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여성에게 부담과 희생을 강요하는 가부장제와 상업주의 결혼문화에 반기를 든 여성들이 있어 화제다.

여성문화예술기획(이하 여문기획) 주최로 12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시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개최된 대안결혼문화축제 '김공주, 궁전예식장 점거하다'는 공간에 은밀하게 내재된 관습적 이데올로기를 여성주의 시각으로 해체, 재구성해보려는 시도였다. 이번 축제에서는 예식장이라는 공간을 젠더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공간 안에서 요구되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깨뜨려 여성과 공간이 맺는 관계를 재구성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결혼식'을 주제로 작가 40여명의 70여개 작품이 전시·공연됐다. 전시장은 결혼식을 위해 소비되는 관행과 온갖 준비물들을 유물로 패러디한 설치미술작가 윤석남의 '결혼식 장벽'과 '흰색'에 숨겨진 순결 이데올로기를 깨려는 의도로 만든 생리대 웨딩드레스 작품인 이현영의 '생리대를 입자', 남성 우월주의적 사회에서 수동적 섹스를 강요받는 여성들에게 성을 유쾌하고 즐겁게 만들자는 창파의 '해피 섹스(Happy Sex)'등 다소 파격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인기를 모았다.

공연장에서는 관객의 이야기를 무대로 옮기는 즉흥극 '플레이백 시어터'가 남녀노소, 기혼, 미혼, 비혼, 이혼자들의 결혼식에 관한 기억들을 모두 담아 독특한 이야기무대를 만들어냈다. 여문기획은 결혼을 준비하고 있거나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커플 20쌍과 함께 논픽션 결혼식 퍼포먼스 '희희낙락-김공주, 이신랑 입장'을 치렀다. 이 행사에 어머니의 권유로 참가한 주부 이재희(26)씨는 “형편 상 결혼식을 못했는데 틀에 박힌 결혼식은 싫고 의미 있고 재미있는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다”고 참가 동기를 밝혔으며 내년 4월 식을 올리는 예비신부 최은영(28)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결혼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부끄러워하는 남자친구를 설득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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