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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여성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브리짓(르네 젤위거 분)이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감독 비번 키드론)'으로 돌아왔다. 모델 같은 멋진 남녀의 사랑의 줄다리기만 보여주던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는 달리 현실적으로 다가온 브리짓의 귀여운 푼수짓은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전형적 로맨틱 코미디 형식

드디어 사랑하는 남자가 생긴 브리짓의 연애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 멋진 남자가 자신의 옆에 누워있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마크(콜린 퍼스 분)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브리짓의 행복한 미소. 회사에 지각하고도 '남자친구 때문에'라고 변명하며 흐뭇해하는 브리짓의 당당함은 전편과 달라진 모습이다. 브리짓은 방송국 리포터로 활동하며 스카이다이빙을 체험하다 돼지우리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화면 가득 엉덩이를 보여주기도 하며 스키를 못 탄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상급자 코스에 올라갔다가 입구까지 미끄러져 내려오기도 한다. '노팅힐''러브 액추얼리'등을 만들어온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名家), '워킹 타이틀'표 재기 발랄한 에피소드들은 전편에 이어 여전히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스케일 커졌어도 속편 징크스는 여전

하지만 영화에 대한 너무 큰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1편 만한 속편은 없다'는 '속편 징크스'때문이었을까.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즐거움을 주었던 전편에 비해 이번 영화는 스케일은 더욱 커졌지만 이 영화 특유의 매력을 많이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무대를 태국으로까지 옮겨 파란만장 모험담이 펼쳐지고 브리짓 역의 르네 젤위거는 액션 배우를 능가할 정도로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특유의 힘을 잃고 지루함에 빠지게 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큰 성공을 거둔 이유는 평범한 이웃집 처녀 같은 브리짓의 순수한 매력과 솔직 담백한 생활을 공개하여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편인 이번 영화는 질투와 오해로 사이가 멀어졌다가 결정적인 사건에 의해 사랑을 되찾는다는 로맨틱 코미디의 일반적인 공식을 따른 느낌이 역력하다. 브리짓은 여전히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매력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멋진 두 남자를 만나는 것도 신나는 일이지만 방송국 리포터라는 안정된 직장과 멋진 변호사, 마크의 청혼을 받은 브리짓은 모든 여성의 공감을 얻는 현실적 캐릭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신데렐라로 변신한다.

브리짓 존스의 다음 이야기는 결혼에 성공한 이후, 그들의 육아 일기쯤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리짓과 마크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은 마음 한편으로는 '더 이상 속편은 없었으면…'하는 두 가지 생각에 갈등을 느끼며 극장 문을 나섰다.

박윤수/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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