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학 교수
일본, 아이돌 덕질하며 행복하게 쇠퇴
한국과 중국, 일본과 달리 경쟁 사회
일본의 콘가츠(결혼활동) 버스에 비유
“한국, 이민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학 문학부 교수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가족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학 문학부 교수가 24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일본의 저명한 가족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학 문학부 교수가 10월 24일 4번째로 한국을 방문했다. 마사히로 교수는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채 부모에게 기대 사는 미혼자), ‘결혼활동’ 등의 용어를 만들어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킨 학자로, 연애, 결혼, 저출산 문제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출범 1주년을 기념해 마사히로 교수를 초청했다. 마사히로 교수는 “일본 저출산 정책은 대실패”라며 “한국은 (일본보다) 저출산 문제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고령화율이 10%대니까 충분히 반전할 수 있다. 지금이 ‘골든 타임’이고, 이걸 놓치면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은 행복하게 쇠퇴하고 있지 않아”

-일본이 행복하게 쇠퇴 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한국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본이 행복하게 쇠퇴하고 있다고 표현한 것은 일본 젊은 층의 가장 큰 특징은 포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상승하고자 하는 욕구가 없습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작은 행복에서 만족하고 있어요. 일본 젊은 층 4분의 3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나머지 4분의 1은 고양이를 키운다던가 아이돌 덕질 하면서 행복을 느낍니다. 이 사람들은 행복하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경쟁하고 있지 않아요. 더 이상 발전이나 동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어제와 그제 한국의 대학교 선생님, 교수님들을 만났는데요. 한국은 경쟁할 수밖에 없고 경쟁 압력이 심한 사회라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중국도 경쟁이 심합니다. 일본도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살면서 그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면 된다는 젊은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일본보다 체면 의식 높아, 경제발전 속도 결과”

-동아시아 저출산 특징으로 자식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 체면 의식을 강조했다. 체면 의식이 한국은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지.

“‘아이를 고생시키지 않고 싶다’, ‘아이가 비참한 경험을 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부모가 생각하는 것은 동아시아의 전반적으로 공통되는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체면 의식은 한·중·일뿐만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한국과 중국은 경제 성장이 가파르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면을 지키기 위한 수준이라는 것이 일본보다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30년 정도 경제 성장이 되지 못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아주 가파르게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아이들에게 좀 더 돈을 써야지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다’는 체면 의식이 문화적인 요인이 아니라 경제발전의 속도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학 문학부 교수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학 문학부 교수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일본 여성은 수입이 안정적인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일본의 콘가츠(결혼활동)을 버스에 앉을 자리에 비유해 주셨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수입이 안정적인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많습니다. 요즘에는 안정적이고 높은 수입을 버는 남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버스에 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결국 수입이 안정적인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여성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콘카츠(결혼활동)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이런 여성 입장에서는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가 없는 거죠. 다음에 버스가 안 오면 적당히 눈높이를 낮춰 결혼하느니, 부모와 살겠다고 선택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혼율이 증가하면서 저출산과도 연결됩니다.”

-저출산 문제로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이민자를 받아서 노동력을 늘리자는 대책도 나옵니다.

“일본은 정치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일본은 좌파 정당이든 우파 정당이든 양쪽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더 이상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이민자도 더 이상 오지 않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서는 10년~20년 사이에 노동력 확보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일본에서 기업의 경영자라던가 농업 분야에서도 이민을 바라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본어를 못하면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사회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일본의 이민을 어렵게 합니다.”

-한국은 고령화, 저출산 문제 둘 다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부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기본적으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고령자분들이 은퇴하는 시점을 뒤로 미뤄야 합니다. 그 사이에 젊은이의 역량을 키우는 두 가지를 같이 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요. 이민을 어느 정도까지는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루어져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인구정책을 실패했다고 보시는지요. 한국 인구정책에 대해 조언한다면.

“일본의 인구정책을 실패했다고 하는 이유는 일본의 인구정책은 40년 전 인구 상태를 유지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실패했습니다. 도쿄에 한정하면, 인구가 증가했어요. 지방은 참담합니다. 일본 전체 국토에서 봤을 때는 대실패했다고 말씀드립니다. 한국은 저출산이 문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고령화율은 10% 정도입니다. 앞으로 잘하면 충분히 반전이 가능합니다. 지금이 골든타임입니다. 이걸 놓치면 힘들어요.”

-일본에서 저출산 금기가 깨져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한국에서 깨어져야 할 금기는요.

“일본은 ‘여성이 이기적이다’, ‘여성이 남성에 대해서 차별한다’ 이런 식으로 언급하곤 합니다. 이렇게 언급이 되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저는 이런 부분이 깨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입이 적은 남성이 여성에게 선택받지 못한다는 것은 제가 30년 전부터 이야기해 왔던 저출산 원인이었는데도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비가 굉장히 많이 드는 것이 저출산 원인 중 하나인데요. ‘아이에게 너무 교육비를 많이 들일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현실과 괴리된 이야기를 한다든가 하는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을 연구하셨는데요. 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패러사이트 싱글(캥거루족)을 언급하셨습니다.

“저출산이 동아시아에서 문화적으로 공통적인 특징으로 나타납니다. 경제 성장을 한 동아시아 국가에서 공통점이 특히 많은 것 같습니다. 나라가 가난했을 때는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아이를 많이 낳아서 집안을 일으켜 세우려고 하는 의식이 있습니다.

아이를 많이 낳다 보면 한두 명 정도는 똑똑한 아이가 있어서 성공해서 동생도 서포트하고 집안도 세우는데요. 경제 성장을 해서 중산층이 되면 아이를 조금만 낳아서 집중적으로 투자합니다. 그 아이들이 성공해서 집안이 좀 더 번영하게 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동아시아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유럽이라든가 북유럽, 호주, 미국 같은 경우에는 개인주의가 발달한 나라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죠. 수입이 적어도 젊은이는 성인이 되면 혼자서 사는 것이 원칙인데요. 한국과 일본은 수입이 많은 여유 있는 사람이 혼자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수입이 적은 젊은이죠. 서구는 둘이 사는 게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깁니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도 많이 늘어나는 것이고요. 한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에는 수입이 적은 사람들이 부모와 같이 삽니다. 미혼인데 출산한다든가 결혼한다든가 이런 쪽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억지로 자립을 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고요.”

-한국도 미혼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요.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를 너무 안 한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지방의회 강연회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지방의회 의원님께서 중학교에서 포크 댄스를 의무적으로 하게 만든다던가 미국에서 있는 ‘풀 파티’를 공립 고등학교에서 열도록 하자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요. 저는 농담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것을 만든다고 해서 연애가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20년 전 대학교 강연회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었다는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는 올해 여름, 방송에서 강연을 위해 다시 찾은 한국이 깜짝 놀랄 정도로 경제 발전을 했다고 생각했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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