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여성, 청년, 엄마 정치인
내년 총선 출마 선언…“지역구는 아직”
“총선서 협력하자는 여러 제안받아”
세월호·이태원 참사가 인생 바꿨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새로운 보편적 정치’를 추구한다. 용 의원이 말하는 새로운 보편이란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다양성이 확대되면서도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상식이다.

그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의 시각으로 정치를 하고 싶은데 이를 많은 분이 공감해 준다. 제가 하고자 하는 정치는 ‘새로운 보편’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용 의원은 ‘현재 활동하는 여야 정치인 중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 시사IN 신뢰도 조사에서 소수정당에선 최초로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용 의원은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기본소득당·기본소득·용혜인’이라는 이 세 단어를 알리기 위해 큰 노력을 했다”며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고 어떤 형태로든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소수 정당에 단 한 명 있는 의원에게 이런 신뢰와 응원을 보내주시는 건 그만큼 새로운 정치, 국가의 희망을 바라시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평가받은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당에선 후보를 공천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있던 와중에 진교훈 후보 측에서 먼저 힘을 모을 수 있겠냐는 제안을 했다”며 “윤석열 정부 심판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당선 이후의 내용 있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강서형 기본소득을 모색해 보자고 제안해 정책 협약을 했고 지지 유세까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오세훈 서울시장하에 강서구의 기본소득이 가능하겠냐’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예전에 경기도 성남시 청년 배당 같은 경우도 박근혜 대통령-남경필 도지사 시절에 이뤄졌다”며 “당시 진 후보도 의지를 보였고 이제 당선됐으니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저희도 지켜보고 힘도 모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선 대한민국의 비전을 놓고 정당이 경쟁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 의원은 “우리가 정치 개혁을 얘기할 때 거대 양당에 대해 비판하지만 소수 정당에 있는 입장으로서 반성적이기도 하다”며 “제3지대를 얘기하는 이들이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기 보단 1번도, 2번도 싫으니까 3번을 찍을 사람이 많다는 식의 정치공학적 이야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중도 무당층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3지대 바람은 불지 않는다”며 “제3 세력을 꿈꾸는 기본소득당을 비롯한 여러 정당이 극복해 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느냐보다 어떤 정치 세력이 국회에 들어오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용 의원은 “국회의 임기가 바뀔 때마다 초선 의원이 과반은 되고 매번 그 정도의 사람은 바뀌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며 “결국에는 사람이 얼마나 바뀌느냐도 중요하지만 정치 세력이 얼마나 다양하게 국민의 표를 그대로 반영해 들어올 수 있느냐가 정당 정치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와서 일을 하다 보면 정치의 주도권이라는 것은 국회의원 개개인보단 정당에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고 얘기했다.

용 의원은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 지역구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그는 “당연히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서도 “현재 비례 출마나 지역구 출마 모든 것을 다 열어놓고 보고 있다.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당원들께서도 ‘이 지역에 출마하면 좋겠다’라는 제안을 많이 주신다. 그래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선거 논의를 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첫째는 ‘윤 정부의 퇴행을 막는 큰 야당의 승리가 필요하다’이고 둘째는 용혜인이라는 국회의원 한 명이 재선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본소득당이라는 정치 세력이 22대 국회에서 얼마나 더 크고 넓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느냐’다”라며 “이 두 가지 원칙하에 국정감사 끝나고 오는 11월에 출마 방향과 내용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당내 의사결정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다음은 용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 시대전환처럼 진보 정당과의 합당 계획이 있습니까?

“기본소득당은 아주 작은 정당이지만 최근 한 달만 봐도 입당하는 당원이 500명입니다. 많은 분이 기본소득당이라는 당이 필요하고 내가 당원이 돼 힘이 되고 싶다고 의지를 밝히며 가입하고 있습니다. 당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제 개인을 응원하는 마음이라기보단 기본소득당이라는 세력이 성장하길 바라는 분들이라고 추측합니다. 사실 ‘총선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을 모색해 보자’라는 제안들도 다양한 루트로 들어오고 있다고 제가 보고를 받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원칙에 따라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우리 기본소득당의 창당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총선 전략에 대해 이제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기본소득당의 성장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도 길을 찾아나갈 것입니다.”

- 기본소득당이 나아갈 방향은.

“기본소득이라는 것을 당명에 걸고 있는 정당인데 누군가에겐 정책 하나를 이름에 걸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방안을 내걸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당을 하나의 세계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선거는 그 세계관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투표로 선택받는 것이죠. 선거가 끝나면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서 당선된 정당이 본인들의 세계관에 따라 이 공동체를 운영하고 집행합니다. 저는 오랜 시간 진보 정당 활동을 하면서 세계관 같은 큰 꿈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거대 담론의 시대가 끝났다고 하지만 거대 담론의 실종이 대안정치의 실종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좌우라는 틀에 박힌 분리보단 기본소득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을 폭넓게 모아내겠다는 취지로 기본소득당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런 정치 활동을 이어 나가고자 합니다.”

- 내 삶을 바꾼 결정적 사건 3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세월호 참사·기본소득당 창당·이태원 참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제 개인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이렇게 사는 것이 나의 인생에 큰 의미가 없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운동을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죠. 돈이 중요한 사회가 생명을 어떻게 취급하고 그 생명이 결국엔 어떻게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참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제가 직접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선 기성정당이 아닌 기본소득당이라는 새로운 당을 만들기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주변에선 당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냐면서 회의적인 반응이었죠. 하지만 저희는 온라인을 통해 두 달 내 당원 1만여 명을 모으면서 창당에 성공했습니다. 기본소득이라는 이름도 낯설고 생소한 데다 시민 사회운동의 조직 세가 예전처럼 강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창당에 성공한 것은 제 인생의 중요한 사항이었죠. 이태원 참사를 마주하면서 제가 다시 정치를 하게 됐던 세월호 참사의 마음을 날카롭게 벼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는 길거리에서 사회운동을 하는 대학생으로서 활동했다면 이젠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이 참사를 대하는 방식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많이 절망했지만 그런데도 단식하며 싸움을 이어가는 유가족을 보면서 오히려 힘을 내고 있습니다.”

- 곧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입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1년이 다 되도록 소방청장·경찰청장·용산구청장·서울경찰청장 등 책임자로 국정조사를 받은 사람들이 다 그 자리에 있습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라는 유가족의 말이 제가 들어도 틀린 말이 아니라 죄송하고 민망합니다. 사건의 세세한 내용을 몰랐다고 하면 법적인 책임이 면피 되고 심지어 정치적 책임조차도 부정합니다. 이런 모습이 하나의 패턴으로 굳어져 대한민국 공직사회가 10년 전보다 더 후퇴한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는 국무총리와 주무 부처 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의 사과 한마디도 없고 책임자들 모두 사퇴하지 않습니다. 국민이 국가와 정부를 어떻게 믿고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국가의 책임을 바로 세우는 것이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가가 책임을 먼저 통감하고 책임을 지는 일련의 과정이 있어야 그 이후에 재발 방지 대책이나 제도의 개선 과제 등을 생산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여성신문이 창간 35주년을 맞았습니다.

“제가 정치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어디에서, 누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가 다른 결과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시각에서 세상의 문제를 전하는 여성신문의 의미는 매우 큽니다. 이 변화의 기반을 지난 35년 동안 만들어 온 여성신문과, 여성신문을 지금까지 이끌어 오는 데 기여하신 모든 분께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여성신문이 그래왔던 것처럼 저도 ‘여성,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의정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라는 약속을 창간 35주년을 맞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1990년 출생으로 경희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를 추모하는 ‘가만히 있으라’ 침묵 행진의 제안자다. 2019년 노동당 당대표를 역임, 2020년 기본소득당을 창당해 초대 상임대표를 지냈다. 그해 4월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의 위성 연합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된 후 기본소득당으로 복당했다. 현재 기본소득당 원내대표이자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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