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여성민우회 ‘릴레이 말하기대회’
윤 정부, 성평등 예산 삭감 등 퇴행에
각계 활동가들 발언 4시간가량 이어져

한국여성민우회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명물쉼터에서 이같은 내용의 릴레이 말하기 대회 ‘반동을 저지하며 전진’을 개최했다. 사진은 사전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 ⓒ이수진 기자
한국여성민우회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명물쉼터에서 릴레이 말하기 대회 ‘반동을 저지하며 전진’을 개최했다. 사진은 사전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 ⓒ이수진 기자

‘예산 삭감’ ‘거부권 행사’ 등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는 성평등과 민주주의 퇴행에도 무력감을 이겨내고 연대하기 위해 페미니스트들이 거리로 나섰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명물쉼터에서 이같은 내용의 릴레이 말하기 대회 ‘반동을 저지하며 전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각 이슈의 당사자와 활동가, 시민들이 이어말하기를 통해 각자의 문제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가시화하고 통합적으로 맞서는 투쟁의 장을 열기 위해 마련됐다.

찬바람에 움츠러드는 날씨에도 지나가는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사전행사에 참여했다.

‘윤석열 정권에서 살아남기’ 룰렛 돌리기 코너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그간 윤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했던 ‘망언’이 적혀있고 ‘생존’ 칸에 걸리면 사탕을 제공했다. 하지만 사탕을 받아가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시민들이 힘차게 룰렛을 돌렸지만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이태원 참사, 나라 구하다 죽었냐” 등의 발언에 걸려 탄식을 자아냈다.

‘분노의 캘리그라피’는 직접 참여자들이 붓으로 문구를 적을 수 있었다. 시민들은 ‘너 때문에 여성인권 50년 후퇴했다’ ‘대통령 하나가 여럿 죽이네 양심 좀’ ‘오염수 방류 X 윤석열 방류 OK’ 등의 메시지를 적어 붙였다.

이어진 본행사에서 각계 활동가들은 ‘윤 정부가 없애고 지워버리려는 것들’에 대한 말하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정의기억연대 활동가들은 ‘기억의 터’를 일방적으로 철거한 서울시의 ‘졸속행정’을 비판했다.

이들은 “기억의 터에는 여성주의 작가 작품들이 함께 배치돼 있었다”며 “조성 당시 발족한 건립추진위원회는 작가의 가해사실 또한 기록해 과거에서 현재를 관통하는 성폭력, 성착취 구조를 지적하고, 건립 의미를 확장하고자 협의 중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언론 보도가 된 직후인 9월 5일, 중장비를 동원해 피해 생존자들의 이름과 시민들의 기억을 산산조각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대안도, 후속 조치도 제시하지 않은 채, 마치 이 공간이 없어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순식간에 허물어버렸다”며 “대한민국 정부 부처에서 이렇게 빠르고 신속하게 성폭력 관련 의제를 처리한 일을 본 적 있냐”고 꼬집었다.

이어 “기억의 터 기습 철거는 단순히 공간을 허무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반민주적, 반인권적 행태를 용인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강화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졸속행정”이라며 “감히 여성인권 운운하면서 일본군 성노예제 역사 지우기를 통해 일본에 아첨하는 대일굴욕외교의 일환”이라고 맹비난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명물쉼터에서 열린 페미니스트 릴레이 말하기 대회 ‘반동을 저지하며 전진’에서 이충열 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명물쉼터에서 열린 페미니스트 릴레이 말하기 대회 ‘반동을 저지하며 전진’에서 이충열 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서울시로부터 일방적으로 운영종료 통보를 받은 여성역사공유공간 ‘서울 여담재’를 알리러 나온 예술가도 있었다.

여담재에서 전시에 참여했던 이충열 씨는 “하나 이르러 왔다”며 “여담재는 2021년 4월 개장했고 서울시가 조례까지 만들어서 잘 운영하도록 약속했었는데, 2년 정도가 지나자 바로 없애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시민들이 이용하지 않는다면서 없애려고 한다”며 “여담재는 단종 비로 알려진 정순왕후가 단종이 죽은 후 60년 이상 스스로 노동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이웃의 평범한 여인들이 연대하기 위해 세조의 눈을 피해 시장까지 조직한, 여성의 경제활동 역사가 담긴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탁 기간이 끝나서라고 하는데 다른 곳에서 찾아 재위탁하면 되기 때문에 여러분께서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 여성역사공유공간이 꼭 필요하다는 걸 목소리 내는 데 도움 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여성영화제 등 여성정책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백래시’가 있었다.

고양여성민우회 설이 활동가는 “여성친화도시 조성예산은 작년 6650만원에서 올해 3000만원으로 절반 이상 삭감됐다. 여성폭력 관련 시설 인건비 지원도 작년의 3분의 1 수준이 삭감됐다”며 “이뿐만이 아니다. 고양시는 매년 9월 양성평등주간마다 예산으로 고양여성영화제를 개최해왔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영화제 예산을 0원으로 전액 삭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고양시에서 양성평등주간행사를 어떻게 진행할까 (궁금해서) 모니터링하러 다녀왔다. 김영식 고양시의회 의장은 축사에서 ‘초등학교 선생님 중에 남자 선생이 너무 없다. 학생들이 여성화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아빠들이 힘들어한다. 여성들은 남편이 퇴근하면 여보, 당신 정말 수고했어요 라고 모범을 보여줘라’ 이런 말을 했다”며 “고양시 수장이 이 수준인가 싶어 너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겪어보니까 백래시를 혼자만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며 “활동비 마련을 위해 다음주 수요일(25일) 후원의 밤 행사를 연다. (행사명이) ‘끝까지 살아남을 거야’인데,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윤석열 정권 끝날 때까지 단체가 살아남지 못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이름을 정하게 됐다”고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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