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청문회 중 사라진 후보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중에 후보자가 청문회장을 박차고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후보자가 돌아오지 않으니 청문회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파행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자료제출 여부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는 상황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권인숙 위원장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김 후보자에게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사퇴하든지”라고 말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했다. 권 위원장의 사과가 없자 여당 의원들은 “나갑시다”라고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김 후보자도 함께 퇴장하려고 일어섰다. 당시 권 위원장이 말리고 민주당 의원들이 몰려가 “못 나간다”라고 막아섰지만 김 후보자는 개의치 않고 청문회장에서 나가버린 것이다. 

물론 인사청문회를 하면서 위원장이 후보자를 향해 ‘사퇴’ 얘기를 꺼낸 것은 아무리 자료 제출을 촉구하는 의미였다고 해도 적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회의를 통해 지적하고 항의할 일이지, 국회의원도 아닌 후보자가 자기 마음대로 퇴장해서 돌아오지 않은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2000년도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공직 후보자 본인이 청문회 도중에 퇴장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그런 퇴장 행위가 어떤 심각한 의미를 갖는 것인지조차 분별을 하지 못한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로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주식 파킹(주식을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재취득), 주가 조작, 배임 의혹 등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자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다 밝히겠다”고 해왔다. 그런데 정작 인사청문회가 열리자 무조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할 뿐, 의혹을 해소할 자료나 근거의 제출을 거부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자료는 제출할 수 없고 무조건 아니라고 하는 자신의 말만 믿으면 된다는 식의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결국 인사청문회 도중 퇴장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여야의 정치적 입장 차이를 떠나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이런 안하무인의 행동을 하는 사람이 과연 이 나라의 장관이 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근본적인 질문이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향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개각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다는 사실이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을 통해 나타났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던 보수층에서도 왜 이런 과거의 인물들만 중용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탄식들이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인물들을 재탕·삼탕 중용해야만 할 정도로 대한민국에 새로운 인재들이 그렇게까지 없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적극적 지지자였던 신평 변호사도 “왜 윤석열 정부에서 내각이나 비서실의 인물들이 참신한 인물이 이렇게도 없느냐. 왜 MB 정권 인사들로 다 채우느냐 이런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고 비판할 정도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이제 그나마 남은 것은 김 후보자다. 

김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묻자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여가부를 ‘엑시트’ 하기 이전에 본인이 ‘엑시트’ 해야 할 상황을 자초했다. 드라마틱 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장관 후보자직에서 엑시트 하는 것이 좋겠다. 이미 드라마틱해졌나. 그러면 본인의 말대로 ‘드라마틱하게 엑시트’ 하든가. 본인이 엑시트 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이런 인사를 반복하면서 여권세력이 내년 총선에서 이기겠다는 꿈을 꾼다면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다를 바 없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홍수형 기자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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