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畵潭)-민화를 담다’
9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인미술관

30여 년 만에 첫 개인전 ‘화담(畵潭)-민화를 담다’를 연 김영식 화백. ⓒ한국민화협회
30여 년 만에 첫 개인전 ‘화담(畵潭)-민화를 담다’를 연 김영식 화백. ⓒ한국민화협회

매화나무 가지에 앉은 새와 소나무·대나무·모란으로 표현한 ‘사랑’, 연꽃과 연잎을 기울여 그린 ‘LOVE’. 꽃과 무지개로 표현한 ‘무지개’, 해가 뜨고 지는 형상이 글자가 된 ‘노을’. 민화 작가 소혜 김영식 화백의 문자도다. 상상력과 조형미가 기발하다.

김영식 화백이 오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인미술관에서 개인전 ‘화담(畵潭)-민화를 담다’를 연다. 30여 년 만의 첫 개인전이다. 가을 단풍이 서서히 물드는 미술관에서 그의 민화 여정을 돌아봤다.

김영식, ‘사랑시리즈’, 2014, 순지에 분채, 54×32㎝, 54×40㎝, 54×32㎝.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최 기념 중국 주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개막한 한·중 민화 교류전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민화원 제공
김영식, ‘사랑시리즈’, 2014, 순지에 분채, 54×32㎝, 54×40㎝, 54×32㎝.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최 기념 중국 주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개막한 한·중 민화 교류전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민화원 제공
김영식, 책거리, 2014, 94×36cm×6. ⓒ이세아 기자
김영식, 책거리, 2014, 94×36cm×6. ⓒ이세아 기자
김영식, 무지개 문자도, 33x56cm노을 문자도, 22x56cm, 2023. ⓒ이세아 기자
김영식, 무지개 문자도, 33x56cm노을 문자도, 22x56cm, 2023. ⓒ이세아 기자

미국 애슐랜드대학교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보고 민화의 매력에 눈을 떴다. 1998년 본격적으로 민화에 입문했다. 이영자 옹기박물관장·송규태 화백·고광준 작가·정성옥 작가·권성주 작가를 사사했다. 20회의 국내외 단체전·기획전에 참여했고 현대민화공모전 특선, 대한민국 전통공예대전 특별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작가의 달항아리 작품을 라벨에 넣은 ‘마주앙 달항아리’ 와인이 지난 8월 출시됐다.

“민화를 배워 보니 참 잘 맞았어요. 즐겁게 지치지 않고 여태 그릴 수 있었던 비결 같아요. 오랫동안 작업을 했으니 중간 정리를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전시를 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제 마음대로 골랐어요. ‘보면 행복해지는 그림’이라는 칭찬을 받았어요.”

김영식, 푸른 달, 2023, 86×40cm. ⓒ이세아 기자
김영식, 푸른 달, 2023, 86×40cm. ⓒ이세아 기자
김영식, 책거리, 2022, 50×33cm×8. ⓒ이세아 기자
김영식, 책거리, 2022, 50×33cm×8. ⓒ이세아 기자

소박한 듯 화려하고, 전통을 따르면서도 모던한 표현과 색채가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2017년작 ‘책가도’가 그렇다. 2022년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빈 세계박물관에서 열린 ‘책거리: 우리 책꽂이, 우리 자신’전 출품작이다.

최근 작업에선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파스텔톤의 색감이 시선을 붙드는 신작 ‘책가도’(2023), 병풍 가장자리를 민트색으로 장식한 ‘괴석화접도’(2022) 등이다.

김영식, 괴석화접도, 2022, 60×27cm×10. ⓒ이세아 기자
김영식, 괴석화접도, 2022, 60×27cm×10. ⓒ이세아 기자
김영식, 책가도, 2023, 40×140cm. ⓒ이세아 기자
김영식, 책가도, 2023, 40×140cm. ⓒ이세아 기자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그의 남편이다. 전시 제목 ‘화담’은 ‘그림(畵)을 담다’, ‘그림으로 나누는 이야기(談)’를 뜻하며, 남편의 호 ‘화담(和談)’과 같아 추모의 뜻도 담았다.

김 화백은 국내외 주요 민화 전시·행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후원자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유네스코협회연맹 회장,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부회장, 이화여고 장학재단 이사, 현대미술관회 이사, (사)한국미술협회 회원, (사)한국민화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 수익금은 소외 계층을 위한 기부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정병모 한국민화학교장(전 경주대 교수)는 “김영식 작가의 작품을 보노라면, 어떤 커다란 목표도 없고 과장된 꾸밈도 없고 대놓고 자랑하는 뽐냄도 없어 보인다. 무언가를 목표로 삼거나 어떤 존재가 되기 위해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즐기기 위해 그리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민화에서 위로받고, 즐겁고 기쁠 때는 민화로 표출하는 것이다. 그에게 민화는 부드럽고 따뜻하고 고운 것을 좋아하는 그의 성품을 닮은 소박한 그림”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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