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곤 투모로우’ 세 번째 시즌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한 장면. ⓒPAGE1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한 장면. ⓒPAGE1

서투르고 치열했던 조선의 젊은 혁명가들과 이지나 연출가라는 브랜드가 만났다. 세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가시밭길’ 같은 창작뮤지컬 세계에서 어떻게 골수팬을 확보했는지 납득하게 하는 작품이다. 역사적 상상력을 덧입힌 액션 느와르 시대극, 배우들의 열연, 탐미적인 연출로 호평받고 있다. 

김옥균의 실패한 정변과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다. ‘친일파냐 혁명가냐’는 논쟁은 차치하고, 창작자들에게 김옥균은 매력적인 인물이다. 일찍부터 정부 요직을 거친 조선의 엘리트. 조선의 자주적 근대화라는 꿈을 품고 갑신정변을 일으켰으나 ‘삼일천하’에 그쳤다. 일본으로 망명했다가 같은 민족의 손에 생을 마감했다. 실패한 정변은 일본이 동아시아 침략 야욕을 펼칠 구실로 이용됐다. 그를 비극적인 민족 영웅으로 그리건, 민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혁명에 실패한 인물로 그리건, 김옥균의 서사는 다채롭게 변주돼 왔다.

‘곤 투모로우’는 조금 다른 길을 간다. 김옥균 한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세상을 꿈꾸며 개혁을 시도했던 혁명가들의 이야기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진 못했지만 원대한 이상을 품고 갈등하고 투쟁했던 청년들의 이야기는 호소력이 깊다. 인간 김옥균의 매력과 흡인력을 강조하기는 하나, 김옥균을 비롯한 개화파 엘리트들이 갑신정변 당시 민중의 마음을 얻지 못해 혁명에 실패했다는 점도 예리하게 지적한다. 

조선 왕실의 명으로 홍종우를 위장해 김옥균을 암살하려 하나 오히려 김옥균에게 깊은 영향을 받고 혁명가의 길을 걷는 한정훈, 김옥균을 끝까지 지키는 일본인 호위무사 와다 등 허구의 인물들을 섞어 흥미로운 서사를 창조했다. 갑신정변에서 경술국치까지의 시대에 대한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을 미리 알고 가면 더 흥미진진하게 관람할 수 있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한 장면. ⓒPAGE1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한 장면. ⓒPAGE1

2016년 초연 연출을 맡았던 이지나 예술감독을 필두로 이수인 연출, 최종윤 작곡가, 김성수 편곡, 김정하 음악감독, 심새인 안무가 등 주요 창작진이 의기투합했다. 초연부터 함께한 강필석, 김재범, 박영수, 임별을 포함해 재연에 참여한 최재웅, 신성민, 윤소호, 고영빈, 김준수 등 베테랑 배우들이 모였다. 특히 고종을 연기하는 박영수 배우의 호연은 놀랍다. 달 밝은 밤 고독에 몸부림치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부터 무기력하고 무능한 왕의 면모, 김옥균을 향한 광기 어린 집착까지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 중 거대한 천을 활용해 김옥균의 부관참시(剖棺斬屍)를 표현한 장면. ⓒPAGE1
뮤지컬 ‘곤 투모로우’ 중 거대한 천을 활용해 김옥균의 부관참시(剖棺斬屍)를 표현한 장면. ⓒPAGE1

간결하되 탐미적인 무대 디자인도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과감히 비우고 덜어내 모던한 미장센을 완성했다. 조선왕궁, 김옥균이 머물던 도쿄의 은신처 모두 화려한 세트나 장치 없이 재현했다. 몇 갈래로 나눈 거대한 천을 활용해 김옥균이 부관참시(剖棺斬屍)당하는 장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장면, 영상에서 보던 ‘슬로우 모션’ 효과를 배우들의 액션과 조명 효과로만 재현한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고종의 하얀 용포, 독립운동가들의 검은 양복 등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을 한 무대에서 보여준다. 무대마다 새롭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구현하기로 이름난 이지나 예술감독 작품답다.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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