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길을 내다] 임수경 보아스 골든케어 원장
대기업 임원, 공기업 수장 거친 여성 리더
부모님 돌봄 위해 요양원 찾다 직접 설립
“노인정 같으면서도 개인 공간 있는 곳”

기자와 인터뷰 중인 임수경 보아스 골든케어 원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기자와 인터뷰 중인 임수경 보아스 골든케어 원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세월이 흐르면서 누구나 나이가 들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화가 찾아오는 것은 당연지사. 몸이 아프거나 쇠약해지면 ‘돌봄’이 필요하다. 한국은 고령화 시대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편찮으신 부모님의 ‘돌봄’과 어르신 ‘돌봄’을 위해 더 나은 요양원을 상상하고, 상상을 현실에 그려낸 인물이 있다. 바로 임수경 보아스 골든케어 원장이다. 보아스 골든케어는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 잡고 있다. 임수경 원장은 청년에게는 노년의 삶을 대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친구와 교류하기를 당부했다. 임수경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기업 임원도 지내셨는데요. ‘보아스 골든케어’를 직접 설립하게 된 계기는요.

“임원을 하면서 나 자신도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열정을 다 쏟아서 했어요. 요양원 설립은 내 꿈이고 우리 가족의 꿈이고 소망이었어요. 부모님이 병원에 5년~6년 정도 계셨거든요. 부모님을 집에서 모시고 있으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많았어요. 부모님을 편하게 모실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좀 더 돌봄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과 대화 할 수 있고 음악도, 미술도 할 수 있는 곳이요. 2014년 2월에 KT를 그만두고 나서 부모님을 위한 요양원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거예요. 형부가 이 땅을 갖고 계셨어요. 제가 형부한테 요양원에 관해 얘기했어요. 형부도 어르신에게 도움이 되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2020년 4월 20일 요양원 문을 여셨습니다. 설계변경도 14번 하셨는데요.

“준비를 7년 했어요. 2013년부터 기도했고, 2020년에 요양원을 열었어요. 건축은 2018년부터 시작됐어요. 일본에 있는 요양원도 찾아갔어요. 요양원이 위치한 땅이 길어요. 이 땅의 모양에 맞게끔, 어르신이 생활할 수 있는 최적화된 곳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서울 요양원도 벤치마킹 했고, 요양원을 많이 다녔었어요. 우리나라는 어르신들이 동료처럼 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노인정 같은 분위기도 있으면서, 자기 공간도 있는 요양원이요. 복도에는 휠체어가 두 대 정도는 지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가지를 보면서 고쳐나간 거예요.”

임 원장은 부모님이 연금 받으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다니는 자녀들이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 최대 금액이 10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가 아닐지 생각했어요.” 그는 조금 더 식사도 낫고, 시설이 조금씩만 더 나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요양원을 만들었다고 했다.

-요양원 운영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은요.

“가장 중점을 둔 건 사람이에요. 요양보호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요. 예를 들면 병원에서는 어르신이 침상에서 식사하시잖아요. 우리는 식탁에 나와서 식사하세요. 누워 계신 어르신도 휠체어에 태워서 식탁에 둘러앉아서 같이 식사하게 하거든요. 밥맛이 있어야지 건강해지잖아요. 하루에 세 번 정도는 휠체어를 타서 나와야 하죠. 어르신이 20명이면 하루 3번 60번이에요. 어려운 일이에요. 요양보호사들은 누가 시킨다고 하는 건 아니에요. 사람 관리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람들도 성품이 다르고요. 시스템으로 만들어 놓고 계속 고민하죠. 돌봄은 세심하게 봐야 하는 것 같아요.”

-아직 요양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습니다. 입소자 간 폭행 같은 문제도 뉴스에 나오는데요. 대책은요.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는 거죠. 원칙을 세웠으면 실제로 하는지를 봐야 하잖아요. 어르신 기저귀 가는 것도 간호사한테 어떤 날은 누구 어르신 한번 챙겨보라면서 세심하게 점검해요. 윤리 강령이 선생님 사이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가끔은 챙겨줘야 한다는 거죠. CCTV도 있지만 점검하고 점검해요. 가랑비에 옷 젖듯이요.

어르신들이 연세가 들고, 아픈 것에 대한 분노가 있어요. 어르신 상담해 보면 ‘내가 참 잘 살았는데 왜 이런 벌을 받을까’ 그런 게 어르신한테는 큰 의문이고 숙제인 거예요. 치매 어르신은 전두엽이 손상되면 폭력성이 나타나기도 해요. 폭력성이 있는 분들은 약으로 조절해서 오셔야 해요. 입소하기 전에 보호자하고 상의를 많이 해요.”

임수경 보아스 골든케어 원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임수경 보아스 골든케어 원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요양보호사 종사자가 드물고, 인력 부족, 서비스 질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요양원이라는 게 여전히 인식도 그렇고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인 거죠. 지금부터는 관심이 많아요. 우리 같은 사람은 ‘나는 요양원에 갈 거야’라는 생각해요. 요양원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서 달라질 거예요. 교육은 많이 받는데 직장인으로서 하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자격증 받는 사람 유형을 보면 부모님을 모시려는 사람도 있거든요. 고령 사회를 준비하는 사람은 많다는 얘기예요.

요양보호사의 급여도 최저임금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거든요. 요양보호사는 쉽지 않아요. 기저귀도 갈아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하는 게 어려운 일이거든요. 우리 선생님 보면 입사하고 지금까지 같이 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분들이 감사하죠.”

-요양원 원장으로서 보람찬 순간은요.

“요양원 시작할 때 ‘수경아 네가 이걸 해서 내가 너무 좋아’,‘부모님이 여기 계시니까 내가 일을 할 수 있어’, ‘너니까 믿고 맡길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었어요. 다른 분도 상담할 때마다 고마워하거든요. 요양업이라는 게 어렵지만, 어려운 만큼 해냈다면 보람도 있거든요. 처음에 들어오실 때는 보호자도 마음이 너무 힘들고 어르신도 힘들어요. 어르신이 허리 수술해 갖고 오셨는데 퇴원해서 집으로 가시는 줄 알았거든요. 여기 온 거예요. 기가 막힌 거죠. ‘난 집 가야 하는데’ 하시던 분이 한 달 정도 되니까 나 여기서 살겠다고 하세요. 그러면 보호자들이 감사하다고 해요. 보호자가 마음을 놓고 믿어주고 감사하다 해줄 때가 제일 감사하죠.”

- 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요양원은요.

“어르신이 너무 많은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어르신이 계시면서 친구가 되는 환경이 좋아요. 그렇다고 해서 요양원이 작아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요양원이 작아지면 부대 시설이 없어요. 운동할 수 있고 다 같이 모여서 뭔가 할 수 있는 시설도 있으면서 어르신들이 작은 공동체로 돼 있는 곳이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규모가 커야 하잖아요. 마을 단위를 유니트라고 얘기하거든요. 유니트 단위로 가면서 규모는 점점 커질 거예요. 젊은 사람도 노년을 대비해야 해요. 연금 제도나 보험 제도가 민간에서 나오면 좋지 않을까 해요. 퇴직연금이 아니라 고령화 준비 연금이 나와 줬으면 해요.”

임수경 보아스 골든케어 원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임수경 보아스 골든케어 원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앞으로 요양원 산업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다양하게 생길 것 같아요. 친구들이 모여서 공동 가정생활을 할 수도 있고요. 요양원을 크게 만들 수도 있고 마을 단위로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본도 그렇고, 유럽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실버타운이 조성되잖아요. 제 동기나 친구들은 강원도 가서 친구끼리 같이 살자면서 집도 만들어 놓거든요. 중요한 건 공동체가 될 거라는 거예요. 공동체 안에서 서로 도와가면서 돌봐야 하거든요. 치매 마을이라던가 다양하게 시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요양원이 플랫폼화되면서 고령화 사회를 종합적으로 준비하는 일이 생길 것 같아요.”

임수경 보아스 골든케어 원장은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후, KAIST에서 산업 공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한국전산원, (주)LG LNS, 국세청, (주)KT 등에서 일했으며 한전KDN(주) 사장, 광주과학기술원(GIST) 이사장으로 지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