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7일 ‘페미사이드 근절 국제회의’
유엔통계위원회서 국제 표준 승인된
‘국제통계프레임워크’ 활용방안 논의
여성살해 중에서도 친밀한 파트너나
성차별적 동기에 의한 범죄 등 규정

이정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소장이 3일간 진행될 페미사이드 근절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회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김관주
이정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소장이 3일간 진행될 페미사이드 근절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회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김관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살해)’의 국제통계 수집을 위한 표준화된 정의와 통계적 접근 방식을 논의하는 국제회의가 열렸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 성평등센터와 아태범죄통계협력센터는 지난 25일부터 3일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페미사이드 근절을 위한 국제회의’를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유엔여성기구와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공동 발간한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8만1100건의 여성 대상 살인 사건 가운데 40%가 젠더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살인이었는지 식별할 맥락적 정보가 부족했다.

젠더적 요인을 식별하는 가해자와 피해자간 관계나 범행 동기와 같은 정보가 국가 데이터 시스템에 연계돼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국가별로 젠더적 요인을 식별하는 기준이 다양해 국제적으로 수치를 비교하기도 어려웠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해 제53차 유엔통계위원회에서 국제 표준으로 최종 승인된 페미사이드 통계 수집을 위한 국제통계프레임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국제 표준을 이용하면 페미사이드 현황 파악과 관련 대책 수립, 국제적 비교가 용이해진다.

유엔여성기구와 유엔마약범죄사무소의 '페미사이드 통계 수집을 위한 국제통계프레임워크' 보고서. ⓒ유엔여성기구 제공
유엔여성기구와 유엔마약범죄사무소의 '페미사이드 통계 수집을 위한 국제통계프레임워크' 보고서 중 '페미사이드(여성살해)'의 정의를 설명한 그림. 여성혐오적 범죄동기 등 젠더적 요인과 관련된 여성의 사망만을 페미사이드로 규정한다. ⓒ유엔여성기구 제공

해당 국제 표준에 따르면 페미사이드는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 가운데서도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의도적 살인 △가족 구성원에 의한 살인 △성차별적 동기가 나타나는 가해자에 의한 살인 기준 가운데 하나를 충족하는 경우 해당한다. 성차별적 동기는 국제통계프레임워크에 8가지로 명시돼 있다.

행사에 참여한 이형일 통계청장은 “국제적으로 활용 가능한 페미사이드 통계의 개발은 학계, 정부기관, 여권운동가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라며 “이번 국제회의에서 통계를 활용한 증거 기반 정책 환경을 조성하고, 여성이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멜리사 알바라도(Melissa Alvarado) 유엔여성기구 여성폭력근절(Ending Violence Against Women) 지역프로그램 전문가는 “페미사이드의 성차별적 동기와 원인을 구별해 낼 수 있도록 주요 특성을 확인하고 표준화된 정의를 확립해 나가는 일은 ‘근거 기반 예방 정책’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소장은 “페미사이드 국제통계프레임워크를 적용함으로써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센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이 해당 국제통계프레임워크를 도입해서 페미사이드 수치를 집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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