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외무장관 제78차 유엔총회 참석
”미국, 자신의 통제 하에 소규모 동맹 만들어“
영토 복구 요구한 우크라 입장에 반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제78차 유엔총회에서 내달 북한을 방문해 북·러 정상회담 후속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공식'(Peace Formula)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기조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북러 정상이 합의한 대로 내달 예정대로 평양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합의한 대로 다음 달 평양에서 회담을 준비할 것"이라며 "양국 정상 회담 결과를 발전시키기 위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정상은 군사 분야 등 광범위한 협력을 논의하고 북러 정부 간 위원회를 조만간 재개하고 10월엔 외무장관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후 이어진 만찬에서 푸틴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했고, 푸틴 대통령은 흔쾌히 수락했다고 양국은 밝힌 바 있다. 다만 크렘린궁은 현재 푸틴 대통령의 방북 계획은 없다고 했었다.

출고일자 2023. 09. 24associate_pic3[뉴욕=AP/뉴시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 중인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종전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공식'은 "실현 불가능하다"며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AP/뉴시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 중인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종전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공식'은 "실현 불가능하다"며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라브로프 장관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미국의 전략적 능력이 축적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의 군사적 히스테리가 고조되는 것은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고 맹비난했다. 그리고는 "인도주의, 정치적 과제를 우선시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제안을 거부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한미일, 오커스(AUKUS, 미·영국·호주), 한·일·호주·뉴질랜드 등을 통해 자신의 통제 하에 군사·정치적 소규모 동맹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주의는 '유럽-대서양 및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불가침'이란 교활한 슬로건 아래 군사동맹을 동반구로 확장하려는 시도였다"고도 언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 트위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 트위터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10개항의 '평화공식'에 대해 "실현 불가능하다"며 제안을 거부했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휴전 제안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공식' 10개항은 ▲방사선(원전) 및 핵무기 안보 ▲식량 안보 ▲에너지 안보 ▲모든 포로 및 민간인 억류자 석방 ▲유엔 헌장 이행 ▲러시아 군 철수 및 적대 행위 중단 ▲정의 실현 ▲환경 파괴 방지와 환경 보호 ▲전쟁 격화 방지 ▲전쟁 종식 확인 등이다. 유엔 헌장은 주권과 영토 보전, 인권 등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영토 보전과 관련해선 "1991년 기준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 전체 주권 영토 내에서의 러시아군 완전 철수와 흑해, 아조우해, 케르치해협을 포함한 배타적경제수역(EEZ) 전체에서 실효적 통제권 완전 회복"이란 2단계 조건을 내걸었다.

러시아는 '러시아 헌법상 영토'를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를 일방적으로 병합한 뒤 이를 헌법상 러시아연방 영토로 기재했다.

지난 7월, 1년 만에 중단된 이른바 '흑해곡물협정'과 관련해선 러시아에 대한 합의가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한 뒤 "우리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현실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유엔총회엔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않아 라브로프 장관이 러시아 대표단을 이끌고 있다.

제78차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은 지난 19일 개막했으며, 24일과 25일을 건너뛰고 26일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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