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유엔평화유지군 포럼’ 서울서 첫 개최
반기문 “인도주의적 위기에 여성 역할 중요”
여성 참여 위해 ‘포용과 동등한 기회보장’ 필요

유엔 평화유지군이 탱크 위에서 정찰하고 있다. ⓒGregorio Cunha/UNMISS
유엔 평화유지군이 탱크 위에서 정찰하고 있다. ⓒGregorio Cunha/UNMISS

유엔(UN)이 평화유지군 내 여성 비율을 2028년까지 15%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여성 평화유지군은 지역사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며 여성이 참여할수록 평화 협상 및 협약의 성과가 높기 때문이다.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여성 유엔평화유지군 포럼’에서 국내외 국방 전문가와 실무자들은 유엔 평화유지군 내 여성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유엔 여군 PKO(평화유지요원) 역량강화과정(Women’s Military Peace Operations Course, WMPOC)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이하 센터)와 대한민국 국방부가 함께 주최했다.

이 과정은 평화유지활동에 파견된 여성 군인들의 완전하고 평등하며 의미있는(full, equal, and meaningful) 참여 지원을 목표하는 훈련이다. 올해는 대한민국 국방부와 국방대학교 산하 국제평화활동센터 주관,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지원으로 지난 4일부터 22일까지 3주간 진행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한민국 포함 12개 국가 출신 20여명의 여성 군인들이 훈련에 참여했다.

해당 포럼은 유엔평화유지요원의 중요성과 여성 군인들의 평화유지활동 참여 확대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자리로 한국에서는 최초로 개최됐다. 약 18개국 주한 대사를 포함 23개국 외교공관, 장성급을 포함한 국내외 장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에는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유엔평화유지군에 여성 사령관을 임명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여전히 대부분 국가에서는 군조직이나 평화 구축 분야를 포함해 의사결정 지위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낮은 것이 현실”이라며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22일 여성 유엔평화유지군 포럼에서 노르웨이군 국방참모장 지명자(전 유엔사이프러스임무단 군 사령관) 잉그리드 예르드 소장이 경험과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이승화
22일 여성 유엔평화유지군 포럼에서 노르웨이군 국방참모장 지명자(전 유엔사이프러스임무단 군 사령관) 잉그리드 예르드 소장이 경험과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이승화

전 세계의 국방 리더들은 여성 평화유지군의 확대는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것이며, 이를 통해 실제로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파견과 보직에서의 성평등과 포용적 리더십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노르웨이군 국방참모장 지명자(전 유엔사이프러스임무단 군 사령관) 잉그리드 예르드 소장은 “‘여성·평화·안보’는 성평등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운영효과와 성공을 위한 것”이라며 “여성은 정보를 더 잘 얻고, 원인에 대해 인지할 수 있어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된다. 더 잘 보고하고, 성폭력도 덜 한다. 더 많은 여성이 군이나 지역에 있을 때 유엔의 평판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 평화유지군은 지역사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며 인권 증진과 민간인 보호에 도움을 준다. 또한 여성이 참여할수록 평화 협상 및 협약의 성과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여성 평화유지군은 지역사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며 인권 증진과 민간인 보호에 도움을 준다. 또한 여성이 참여할수록 평화 협상 및 협약의 성과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잉그리드 소장은 “여성 유지군을 더 많이 유치해야 한다. 여성이 왜 더 필요한지 교육하고 데려오려고 해야 한다”며 “여성 몸에 맞는 가방, 총도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여성이) 포용되고 있다는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육군 참모차장(전 유엔사이프러스임무단 군 사령관) 셰릴 피어스 소장은 “37년 전에는 군에 여성이 5%도 안 됐는데, 모든 걸 남자와 똑같이 달성해야 했다. 분명 (여성과 남성 간에) 차이가 있었는데 그 부분이 인지되지 않았다”며 “지금 돌아보니 그것 때문에 더 성장을 충분히 못 했다. 다양성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포용적 리더십이 있어야 (여성들이) 시니어로 일하고 싶어 손 들고 자원할 거다. (여성들에게)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자신감을 주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여성장병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이는 ‘히포시(HeForShe, 성평등을 위한 남성 참여 캠페인)’의 일환이다”고 말했다.

이정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소장이 여성 유엔평화유지군 포럼에서 22일 환영사를 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이승화
이정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소장이 여성 유엔평화유지군 포럼에서 22일 환영사를 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이승화

한편, 유엔은 유엔평화유지군 내 여성 군인의 비율을 대폭 늘리겠다고 이날 밝혔다. 유엔은 ‘여성·평화·안보(Women, Peace, and Security)’ 의제에 따라 여성 군인의 평화유지군 참여를 장려하고 있으나 아직 여군 비율은 미미하다. 통계에 따르면 평화유지군 내 여성 군인의 비율은 1997년 1%, 2020년에도 4.8%에 그쳤다. 유엔은 향후 이를 15%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는 여성과 아동이 분쟁 상황의 대다수 희생자라는 점을 인정하고, 평화 구축 과정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올해 6월 2024~202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면서 ‘여성·평화·안보’ 의제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끈다는 계획이다.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여성 평화유지군은 임무단에 부여된 민간인 보호 위임명령을 수행하는 데 최전방에서 여성과 아동과의 접촉과 소통을 통해 임무를 수행하는 핵심 주체”라면서 “임무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여성에 대한 완전하고 평등하며 의미있는 참여 여건 보장을 통해 전술적 수준부터 작전·전략적 수준의 전범위에 여성 요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는 향후 대한민국 국방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여성·평화·안보’ 의제에 대해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정심 유엔여성기구 ㅡ성평등센터 소장은 “여성 역량 강화와 평화유지군에 대한 행사를 한국에서 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유엔에서 한국의 기여도를 높이고 동시에 국제사회 논의를 한국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 유엔 평화유지군의 모습. ⓒUN photo/Pasqual GORRIZ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 유엔 평화유지군의 모습. ⓒUN photo/Pasqual GORRIZ
유엔 여군 평화유지요원 역량강화과정(Women’s Military Peace Operations Course, WMPOC)에서 참여한 군인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제공
유엔 여군 평화유지요원 역량강화과정(Women’s Military Peace Operations Course, WMPOC)에서 참여한 군인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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