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시내 시중은행 ATM기의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서울시내 시중은행 ATM기의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2001년 이후 23년째 ‘1인당 5000만원’에 묶인 국내 예금자보호한도가 이번에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최근 2금융권 건전성 불안 등이 돌출한 상황에서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일 경우 급격한 자금 쏠림이나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1일 예금자보호제도 손질을 위해 운영해 온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관련 최종 회의를 연다.

회의에서는 TF 연구 용역 결과를 공유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TF 연구 용역을 담당한 민간 전문가, 은행·저축은행·보험 등 업권별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다.

TF 연구 용역 보고서에는 예금자보호한도와 관련해 △보호한도 5천만원으로 현행 유지 △단계적 한도 상향(예 : 7000만원→1억원) △일부 예금 별도 한도 적용 등의 시나리오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정부는 ‘현행 유지’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한도 상향 논의가 탄력을 받았을 때랑은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지금은 한도 상향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2금융권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한도를 높였다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금융권 예보료 인상 부담이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는 점, 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부보 예금(예금보험제도 적용을 받는 예금) 가운데 5000만원 이하 예금자 수 비율은 전체의 98%를 넘는 등 한도 상향의 실익이 일부 ‘현금 부자’에게만 국한된다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도 보호한도 상향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한도가 오를 때 예금자가 금융기관의 건전성보다는 높은 금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며 “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달 말 회의에서 ‘정부안’이 하나로 확정되는 구조는 아니다.

금융당국은 “TF 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며 “하나의 결론을 정하는 형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회의를 거쳐 수렴한 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작년 기준 한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금자보호한도 비율은 1.2배로, 영국(2.3배)과 일본(2.3배), 미국(3.3배)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다.

이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인 것과 달리 국내는 5000만원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경제 규모와 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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