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작업실에서 찍은 말년의 이성자 화백.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00년대 작업실에서 찍은 말년의 이성자 화백.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한국 여성 최초 추상화가 이성자(1918~2009) 화백이 제23회 진주시민상을 받는다.

경남 진주시는 14일 시민상추천위원회의 최종 천거, 진주시의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 이 화백을 최종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진주시는 2001년부터 진주시민의 날 행사에서 시의 명예를 빛내거나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기여한 공이 현저한 사람을 선정해 ‘진주시민상’을 수여하고 있다. 

1918년 6월3일 진주에서 태어난 이 화백은 진주여고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길에 올라 1938년 동경실천여자대를 졸업했다. 귀국해 결혼하고 세 아이를 낳았으나, 남편의 외도로 이혼 후 1951년 홀로 프랑스로 떠났다.

한국에서 회화를 배운 적 없었건만 1953년 파리 아카데미 그랑 드 쇼미에르 입학 직후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국내에서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여성 화가란 이유로 차별과 무시도 겪었으나, 국내외를 오가며 여러 번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고 유화, 판화, 도자기, 태피스트리, 모자이크 등 작품 약 4000점을 남겼다. 개인전 85회, 단체전 300회를 개최했고 아흔이 넘어서도 현역 작가로 활동했다.

이성자 화백의 작업실 풍경. ⓒ경남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이성자 화백의 작업실 풍경. ⓒ경남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프리즈 서울 현장. 관람객들이 갤러리현대가 연 이성자 화백 솔로 부스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프리즈 서울 현장. 관람객들이 갤러리현대가 연 이성자 화백 솔로 부스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등 대립적인 요소를 조화시킨 작품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누보 로망의 거장 미쉘 뷔토르와 공동작업을 통해 조형예술과 문학의 융합을 시도했고, 도자기 태피스트리 모자이크 시화집에 이르기까지 회화적 조형성을 뛰어넘어 시대를 초월한 영감과 미적 가치를 담은 작품을 남겼다는 평을 받는다.

이 화백은 2008년 무한한 문화유산 가치를 지닌 미술 작품 375점을 진주시에 기증해 문화도시 진주의 위상을 드높였다. 프랑스 예술문화공로훈장·KBS 해외동포상·한불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 여성 추상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갤러리현대가 최근 열린 프리즈 서울에서 이 화백 특별전을 선보여 국내외 미술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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