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참여 3년차 딸 둘 아빠부터
‘육아 뉴스레터’ 운영하는 아빠들까지
“육아 왜 하냐는 질문 오히려 낯설어”
“아내와 ‘육아동지’ 서로 이해하게 돼”
육아휴직 기간 늘리고 사용 의무화해야
저출생 극복 ‘삶의 질’ 높이는 게 우선

육아 3년차 아빠 김진환 씨와 딸. ⓒ김진환 씨 제공
육아 3년차 아빠 김진환 씨와 딸. ⓒ김진환 씨 제공

육아는 기쁨이라고 외치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육아휴직을 사용해 온전히 돌봄을 전담하는 남성들부터 육아일기 뉴스레터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는 아빠들까지 다양하다. 이 아빠들은 육아가 가족과 ‘함께 행복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말한다. 

“아이들은 늘 ‘엄마’였어요. 그런데 하루 종일 흠뻑 놀고 나면 ‘아빠!’가 먼저 나와요. 그전까지는 ‘이 사람이 나의 진짜 보호자다’보다는 ‘그냥 아빠’였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저를) 보호자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육아 3년차 아빠 김진환 씨는 육아에 참여하고부터 아이들과의 유대감이 깊어져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육아가 ‘여성의 일’이라는 관념은 많이 깨졌다. 10개월 동안 아이를 품고 낳는 과정까지는 여성이 전담하는 영역이라고 해도, 그 이후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놀아주는 일에는 성별 구분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6일 공개한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자는 약 13만 1000명으로 2019년보다 남성은 약 1만 6000명, 여성은 약 1만명 증가했다. 출생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 것을 생각하면 육아휴직 사용률은 높아진 셈이다.

2022년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중은 28.9%로, 2019년(21.2%)에 비해 7.7%p 증가했다. 육아휴직자 4명 중 1명은 남성인 것.

육아하는 아빠들이 보내는 뉴스레터 ‘썬데이파더스클럽’의 필진이자 3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심규성 씨는 이제 2~30대 사이에서는 ‘육아는 당연히 둘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필진 총 5명 중 4명은 육아휴직 경험자이기도 하다.

“아빠와 엄마가 함께 경제활동을 하는 게 더 일반화됐고, 더 이상 엄마가 육아를 전담하는 걸 당연시 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한 2~30대 밀레니얼 양육자들에겐 육아를 선택·결심한다는 개념 자체가 논리적으로 성립을 하지 않아요. 저희 세대 양육자 사이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말이 ‘독박 육아’라는 말인데 이 말에는 육아는 기본적으로 둘 이상이 같이 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죠.”

썬데이파더스클럽 강혁진 씨와 25개월 아들. ⓒ썬데이파더스클럽 제공
썬데이파더스클럽 필진 강혁진 씨가 아들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다. ⓒ썬데이파더스클럽 제공

이들이 육아에 참여하거나 육아를 전담하는 건 저출생에 기여하겠다거나 성평등을 달성하겠다는 거대한 목표나 의무감 때문은 아니다. 썬데이파더스클럽 필진 강혁진 씨에게도 육아는 가족과 ‘함께 행복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다.

“모든 가사에는 ‘총량’이 있는데요. 육아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그나마 일반적으로는 아빠가 엄마보다는 체력이 좋으니까요. 아빠가 육아의 총량에서 조금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 상대적으로 엄마의 몫은 줄어듭니다. 육아를 덜 한 엄마는 덜 피곤하고 더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육아를 덜 한 엄마, 그러니까 짜증과 피곤함보다는 웃음과 건강함이 더 남아있는 아내가 있는 가정이라면 조금 더 화목해질 수 있겠죠. 그런 화목한 가정에 남편인 제가 존재한다는 건 좋은 일이죠. 따지고 보면 육아하는 건 화목한 가정에 있고 싶어하는 저를 위한 노력일 수도 있겠네요.”

진환 씨 역시 육아 참여 이후 아내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아내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아이가 유치원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 성장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거든요. 육아 참여를 많이 하게 되니까 아이에 대해 같이 고민을 나누고, 자연스럽게 부부 관계도 좋아지고, 아이 문제로 싸울 일이 없는 거죠.”

양육자들은 입을 모아 부모가 직접 양육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출산은 끝이 아니라 양육의 시작이기 때문에, 단순히 몇째를 낳으면 현금 얼마를 준다거나, 직장에서 파격승진을 시켜주겠다는 방법으로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환 씨는 “보육해본 입장에서는 출산 이후가 더 문제”라며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도 의무로 제공해, 여유있게 아이의 보육 문제를 고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육아휴직 기간도 현행 1년에서 2년 정도로 늘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9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는 썬데이파더스클럽 필진 손현 씨 역시 “현실적으로 남성이 최소 1~3개월이라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한다면, 우선 남성의 경험과 인식부터 크게 개선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풀타임 육아를 경험한 남성들이 많아지면, 일단 가정에서의 육아와 가사 분담 균형이 조금 더 맞춰질 것 같고, 그 사례가 미래 세대에게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썬데이파더스클럽 필진 심규성씨가 아들을 안고 있다. ⓒ썬데이파더스클럽 제공
썬데이파더스클럽 필진 심규성씨가 아들을 안고 있다. ⓒ썬데이파더스클럽 제공

이처럼 성별 구분 없는 육아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려면 환경부터 마련돼야 한다. 대부분 여자 화장실에만 마련돼 있는 기저귀 갈이대나 수유실 등 필수 시설을 모든 화장실로 확대 설치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혁진 씨는 “공공기관이나 쇼핑몰, 식당 등에 가면 기저귀 갈이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있더라도 여자화장실에만 기저귀 갈이대가 있는 경우가 있다”며 “이렇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아이 기저귀를 가는 일이 여자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출산 양육’에만 초점을 맞추는 대책에서 벗어나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라는 게 규성 씨의 생각이다.

“전 한국사회의 출산율이 때로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측정한 지표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미세먼지, 부동산, 교육, 취업 등 어른들의 삶을 괴롭히는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출산율의 증가도 요원할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낳을까?’라는 질문 이전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살기 좋을까?’라고 질문을 한다면 근본적으로 더 좋은 정책이 나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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