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국회부의장·국회빈곤아동정책자문위
사각지대 놓인 이주배경아동 토론회 개최
국민 아니라는 이유로 공적 사회시스템 밖에 존재
아동복지법·기초생활보장법에 이주아동 포함해야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국회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실태와 대안을 논의했다. ⓒ김영주 의원실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국회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실태와 대안을 논의했다. ⓒ김영주 의원실

지난 4월 서울 구로구 한 고시원에서 외국인 등록을 하지 못한 7세 아이가 쓰레기와 상한 음식, 담배꽁초들이 가득찬 방에서 혼자 지내다 경찰에 발견됐다. 이처럼 출생신고나 외국인 등록을 하지 못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이 2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을 통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주아동들에게 의료·교육·취업 등 사회서비스를 동등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국회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실태와 대안을 논의했다.

민간단체들은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등록이 돼있지 않고 만 18세 미만인 ‘미등록 이주아동’이 국내에 2만 명가량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감사원 조사 결과에서도 2015년부터 2022년까지 4000여명의 외국인 아동들이 출생신고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다수의 이주아동이 사회복지서비스에서 배제돼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한국에서 오랜 기간 거주해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언제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본국으로 추방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며 유년 시절을 보낸다. 특히 지난 6월 3세 미등록 이주아동이 성인과 함께 보호소에 구금당한 사건이 보도되면서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체류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기도 했다.

법무부가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미등록 이주아동을 위한 조건부 체류자격 부여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조치는 국내 출생 15년 이상 한국체류 아동·7년 이상 한국체류 및 공교육 이수 아동 등에 한시적으로 체류 자격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조건부 체류 정책이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정책 시행 기한을 2025년 3월로 제한했으며, 정책 시행 후에도 3세 아동 구금과 같은 사건이 발생해 미등록 이주아동들이 계속해서 추방의 위협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국회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실태와 대안을 논의했다. ⓒ김영주 의원실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국회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실태와 대안을 논의했다. ⓒ김영주 의원실

"국민 아니라는 이유로 복지제도 배제…청소년기 동안 치과 한 번 못가기도"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미등록 이주아동들을 보호하는 제도가 정착되지 않아 아이들이 사회복지체계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지역(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도 될 수 없다. 의료비 부담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의료공제회나 무료진료소를 주로 이용하는데, 큰 질병에 걸리거나 응급상황·휴일 등에는 진료를 보기 어렵고 불가피하게 일반 병원으로 가게 되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문제가 생긴다.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한 번도 치과치료를 받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육적 측면에서도 아이들은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갖은 차별을 겪고 있다. 영유아 및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필요한 돌봄서비스에서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육료를 지원받지 못하며, 가정 내에서 학대를 당했을 때 단속과 추방의 공포로 경찰의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 아동보호시설에 입소하는 경우에도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등을 받을 수 없어 시설에서 꺼려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교육과 취업에서도 제약을 받는다. 의무교육인 초·중학교까지는 자유롭게 입학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입학을 거절당할 수 있다. 취업으로 눈을 돌려도 신분번호가 없어 Q-Net(국가자격시험정보포털)에 가입을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2021년 법무부 조치로 일부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임시 체류 비자를 갖게 됐으나, 대학 입학 시 유학생과 동일하게 막대한 학비를 지출하는 등의 과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개정 및 신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석원정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소장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어떤 아동도 차별받지 않아야 하며 사회복지서비스에서 최상의 이익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며 “일정 조건을 충족한 미등록이주아동에 대해 체류 허가를 정규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국회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실태와 대안을 논의했다. ⓒ김영주 의원실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국회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실태와 대안을 논의했다. ⓒ김영주 의원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영주 국회부의장 지난 5월 이주 배경 아동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부의장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법적, 제도적 한계를 풀어내야 한다”며 “아동 누구라도 성장의 출발선에서 차별받지 안혹, 국가와 사회의 일원으로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석원정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소장,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 김지연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 등 아동복지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해 국내 이주아동정책에 대해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몽골 잔단 차타르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체육부장관, 노동사회복지부 장관, 주한몽골대사 대리 등이 참석해 의견을 보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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