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여성연합 ‘총선젠더정책 발표 토론회’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위한 총선 젠더정책 발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수진 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위한 총선 젠더정책 발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수진 기자

총선을 약 8개월 앞두고 여성단체는 각 정당에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각 정당에 반영을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위한 총선 젠더정책 발표 토론회’를 열고 ‘퇴행의 시대’ 극복과 평등한 미래 사회를 위한 정치의 역할을 논의했다.

분야별로 ‘돌봄·기후정의 실현’ ‘모두가 평등하게 일할 권리 보장’ ‘젠더폭력 없는 존엄한 일상과 권리 보장’ 등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노동시간 단축, 돌봄권 문제로 접근해야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돌봄·기후정의 실현과 여성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노동시간 단축(주35시간제 도입) △일하는 모든 양육자에 육아휴직 제공 △돌봄의 공공성 강화 △성평등한 기후정책 수립 △성평등 공시제 법제화 △여성집중 직종 유해물질 대책 수립 등을 제안했다.

노동시간 단축은 돌봄권 확보와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이 되고, 이는 유기적으로 여성 인권과도 관련된다는 설명이다. 배 대표는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개인의 돌봄 시간은 줄어들게 되고 그것이 여성에게 떠넘겨진다”며 “지금까지 노동시간 문제는 노동자의 휴식권 관점에서만 논의돼 왔지만, 이제는 돌봄권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재난의 1순위 피해자는 여성과 아이들”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은 기후위기 시대에 이로운 결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출근을 덜 하는 곳에서는 공기가 깨끗해지고 탄소배출이 줄었다는 통계가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이후 중요성이 대두됐지만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등 비용 절감에만 혈안이 된 정부를 비판하며, 돌봄의 공공성 확보도 강조했다. 배 대표는 “돌봄노동은 여전히 저임금에 시급제 호출노동이 유지되고 있다. 한 사람당 맡겨진 돌봄 대상 수도 많다”며 “법적 기준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 해소와 안전한 일터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행 성별근로공시제에 대해서는 “자율규제고, 세부 내용은 없다. 도입만 되고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우려가 있다”며 강제성 있는 ‘성평등 공시제’로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여성 급식 노동자들의 폐암 산재 등 사례를 언급하며 “여성들이 집중적으로 일하는 사업장은 ‘위험하다’고 판단되지 않아 기준 자체가 없고, 유해 화학물질 등 판단은 남성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여성의 신체를 기준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간죄 구성요건 ‘동의 여부’로 개정해야

지난 8월24일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를 포함한 200여명의 시민들이 신림역 2번 출구 앞에서 여성폭력을 방치하는 국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상혁 기자
지난 8월24일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를 포함한 200여명의 시민들이 신림역 2번 출구 앞에서 여성폭력을 방치하는 국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상혁 기자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젠더폭력 없는 존엄한 일상과 권리 보장’ 부문에서 △강간죄 구성요건 ‘동의 여부’로 개정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제도 강화 및 적극적 활용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명예훼손 처벌 강화를 위한 법 개정 등을 발표했다.

특히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와 관련해 “친족성폭력은 인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신고나 고소를 바로 할 수 없는 피해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대해서도 “재판하다보면 기한이 매우 길다. 스토킹 등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 접근금지 기한을 제한 없이 늘려야 한다”며 “임시조치, 잠정조치는 있지만 적극 시행되지 않고 사장된 제도다. 적극 집행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성매매 확산 방지를 위한 법 개정 및 강력한 법 집행 △‘가정 보호’가 아닌 ‘피해자 인권’ 중심의 ‘가정폭력처벌법’ 전면 개정 △사이버 공간 내 성적괴롭힘 입법공백 보완책 마련 △군 주둔지역 성착취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 △임신중지 의료접근성 및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등이 제안됐다.

활동가들이 발표한 공약과 정책에 관해 각 정당 여성 실무진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김혜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은 “젠더 정책이 실종된 상황에서 막막한 심정을 토로하면서 사견을 전제로 몇 가지 얘기드리겠다”며 “당에서는 원칙적으로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고 있고, 부정적인 입장이다. 독립 기구로서 총괄 정책 책임부처로서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가족기본법’에서 건강한 가족과 건강하지 않은 가족을 이분법적으로 나눠야 하는가, 꼭 혼인, 혈연, 입양으로만 가둬둬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며 “‘등’을 붙여서 포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될지는 미지수지만 야당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아 정의당 젠더폭력대응센터장은 “10년째 공약자료집에 매년 똑같은 내용을 담는 게 얼마나 허무한지 잘 알고 있다. 원내 정당으로서 (젠더공약들이) 실현되지 못하고 또다시 총선을 맞는 문제를 정당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갈라치기가 아닌 여성의 삶 의제가 어떻게 주요한 문제로 나올 수 있을 것인가, 특정이 아니라 전반에 대한 논의로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정의당 안에서도 적극 논의 토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400-14차 본회의에서 '만 나이 통일'과 관련 법안 표결이 진행됐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7일 총선을 8개월 앞두고 여성단체 활동가들과 각 정당 실무진들이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위한 총선 젠더정책'과 국회의 역할에 대해 토론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400-14차 본회의에서 법안 표결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노서영 기본소득당 여성위원회 베이직페미 여성위원장은 “돌봄사회로의 전환에 노동시간 단축은 필수적”이라며 “주4일제나 주35시간제로 대표되는 노동시간 단축안에는 소득 공백에 대한 대안이 없다. 소득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기본소득 도입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출생 문제는 인구위기가 아닌 ‘삶의 위기’ ‘불평등한 젠더관계에서 기인한 위기’로 접근해야 한다”며, △‘노키즈존’에 대한 영업허가제와 아동기본법 도입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 전국 확산 △사업주 허가 없어도 육아휴직 등 자동 개시되도록 법 개정 △생활동반자제도 등을 주요 추진 정책으로 제시했다.

장지화 전 진보당 여성-엄마당 대표는 “여성 (정치)대표성 문제는 단순 할당제가 아니라 동수제로 접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헌법부터 손대자는 취지에서 헌법 제1조 제3항 개정안을 제안했다. 현재 진보당 내에서는 거의 남녀동수에 가까운 비율을 실현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젠더폭력 정책 발표 들으며 마음이 아프고 먹먹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부분 반드시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실현해야겠다 생각했다”며 “성별이 아니라 젠더에 기반한, 여성폭력기본법을 ‘젠더폭력기본법’으로 개정하고 실질적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미 녹색당 부대표는 “기후위기로부터 고민하는 젠더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극한 기후와 기후재난 빈도가 커지고 있다. 큰 재난이 자주 오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데 주요 역할을 한다”며 지난해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서 숨진 3명의 여성들과 올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을 언급했다.

이어 “여성혐오와 차별발언으로 ‘팬덤정치’를 형성해 한국 사회 민주주의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견제와 경계가 필요하다”며 “강서구 보궐선거에 ‘첫 기후구청장’으로 출마했고, 단일화 요청은 용기낸 제안이었다. 오는 23일 기후정의행진을 비롯해 여성,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과 이를 옹호하는 시민들과 연대해온 정당으로서 최선의 정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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