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만찬을 한 모습을 26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만찬을 한 모습을 26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무기 공급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미국 등 서방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평양에서 장갑열차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등 서방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을 보내고, 러시아는 북한에 인공위성·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하는 내용 등이 오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김 위원장은 북한이 식량 지원을 받는 것도 모색하고 있다.

이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정상은 오는 10~13일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을 위해 개최지인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 있을 것이며, 김 위원장은 이 기간 러시아 태평양 함대 해군 함정들이 정박해 있는 33번 부두도 방문할 계획이다.

미 백악관은 이같은 정보들에 대해 공식 확인해 주지 않았으나, 에이드리언 왓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판매하도록 설득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러시아 제8차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는 오는 12일에 열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행사 본회의 당일에 참석해 왔다는 점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그 즈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EEF 본회의가 현지 시간으로 12일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2시)에 열린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참석 일정에 대한 질문엔 "최종적인 세부 사항은 현재 조율 중이다. 며칠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9월 5일~8일 EEF 행사 중 본회의 당일인 7일에 행사장인 극동연방대학(FEFU)에서 직접 연설하고 외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했다. 당시 5일 캄차카를 거쳐 6일과 7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보스토크-2022' 전략 지휘 및 EEF 본회의에 참석한 뒤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지난해 EEF 행사에는 신홍철 주러시아 북한대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이 극동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 관리의 발언에 대해 사실 여부 확인을 거부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곧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이에 대해서 할 말이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미국, "무기협상 적극적으로 진전"

러시아군이 다연장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트위터
러시아군이 다연장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트위터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5일(현지시각)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협상이 "적극적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달 북한을 방문해 러시아에 포탄을 팔도록 설득했으며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서 정상급 외교를 포함해 이러한 논의가 계속되길 기대한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파텔 부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에 러시아와의 무기 협상을 중단하고,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를 전 세계에서 필사적으로 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주목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자주 국가 영토 정복을 위해 전장에서 사용할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하는 건 북한에 대한 여론에 좋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무기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는 가능성과 관련해 “바람직 하지 않다”고 밝혔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해리스 부통령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에 “북한 러시아 동맹은 바람직하지 않다(ill-advised)”고 지적했다. 그는 “명분 없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군이 갖고 있던 위상과 신화를 잃게 됐다”며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북한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고 있다"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8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의 손을 잡고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기수단을 사열하고 있다.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8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의 손을 잡고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기수단을 사열하고 있다.

AFP통신은 미국은 북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에 보병 포탄과 미사일을 제공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프 뎀프시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 군이 사용할 수 있는 포탄에 가장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뎀프시 연구원은 AFP통신에 "북한은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고갈된 러시아의 재고를 비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소련 시절의 포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더 정교한 무기는 러시아 무기와의 호환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그들의 대량 생산 능력과 능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지난 70년간 전쟁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위원은 러시아는 가난한 북한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 위원은 "러시아는 식량수출국, 비료수출국, 에너지수출국"이라고 말했다.

뎀프시 연구원은 "북한의 무기 산업이 발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을 위한 핵심 기술, 지식, 제조 능력의 이전을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역사적 우방국인 러시아는 수십 년간 이 고립된 나라의 중요한 후원자였으며 그들의 관계는 북한의 건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연방과 북한은 경제협력과 외교교류에 초점을 맞춘 공동선언문이 서명된 2000년에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아버지이자 전임자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합의문 서명은 침체기를 끝내고 양국 관계를 활성화하는 데 큰 획을 그었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핵 교착 상태 속에서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모색하고 있었기 때문에 2019년에 처음으로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다.

윤 대통령, “북한과 군사협력 시도 즉각 중단돼야"

윤석열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6일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북한과의 군사협력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티미르 푸틴 대통령의 회담 가능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우회 지원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1월 한국이 한미간 비밀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포탄을 미국에 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155mm 곡사포 포탄 10만발을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 10만 발은 몇 주 동안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종섭 국방장관이 11월초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을 만나 이번 무기 거래 원칙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앞서 지난해 10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기로 결정한다면 한러 관계는 파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우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기로 결정했음을 알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의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대규모의 공격을 받을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인도적, 경제적 지원 이상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에 반대했던 입장의 변화를 시사했다.

NYT "북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경축 열병식에 참석해 주석단에서 리훙중(오른쪽)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경축 열병식에 참석해 주석단에서 리훙중(오른쪽)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설을 처음 제기했던 뉴욕타임스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 거의 방문하지 않았던 러시아를 방문해 무기지원 문제를 논의하는 대가로 북한이 원했던 두 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는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기술적인 지원과 중요한 이웃을 필요로 하는 러시아의 자세 변화다.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전세계적으로 비난을 받는 것 외에 많은 관심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새로운 성과를 얻고 싶어하는 러시아의 절박함은 김정은에게 지정학적인 스포트라이트를 어느 정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미국을 짜증나게 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더욱 가깝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다.

러시아는 비록 고립된 북한에게 오랫동안 중요한 동맹국이었지만, 소련의 해체 이후 양국 관계는 때때로 긴장감을 더해왔다. 소련은 1980년대 남한과의 화해를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북한에 대한 자금지원을 축소했다. 북한은 큰 타격을 받았다. 

러시아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경제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고, 거의 모든 것을 중국이 제공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리훙중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지난 7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7월27일) 행사에 함께 참석했다. 두 사람은 김 위원장과 함께 열병식에 참석했다.

열병식은 북한에서 "승리의 날"로 기념되는 한국전쟁 종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전쟁은 세 나라가 함께 미국과 동맹국들에 맞서 싸웠던 마지막 전쟁이었다. 그리고 이들을 다시 하나로 모음으로써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의 3자간 협력관계에 대항하기 위해 강화되는 3자 동맹을 환기시키고자 했다고 분석가들은 말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과 러시아 양측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경제난과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감안할 때 북한의 지원이 러시아의 전쟁노력을 얼마나 진전시킬 수 있느냐는 것은 의문이다.

1953년 한국전 휴전 이후 전쟁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은 이미 대량의 탄약을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북한의 무기들은 소련의 무기 체계에 기반을 둔 것으로 러시아의 무기와 폭넓은 호환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결을 희망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북한의 군수품이 불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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