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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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탁의 R부자 칼럼ⓒ여성신문

‘니코틴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살인사건이 있다. 남양주에서 아내가 남편을 니코틴으로 살해한 사건도 있고, 남편이 아내를 해외 신혼여행에서 살해한 사건도 있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전자는 2016년, 후자는 2019년의 일이다. 비슷한 살인사건이 2021년에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화성이었다. 2021년의 사건에서는 총 3회에 걸쳐 니코틴을 음식물에 섞는 방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의 니코틴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남양주 사건은 이것이 부동산 매매와 연관되면서 더욱 자세히 알려졌다. 내연남과 공모해 남편을 살해한 아내는 남편이 숨진 후 재빨리 상속 절차를 진행해 남편 명의의 아파트 2채 등을 본인이 상속받아 명의를 변경한 후 매물로 내놓고 오래되지 않아 매수자에게 매각했다. 이후 살인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살인자인 아내는 구속됐고 유죄가 확정돼 수감 중이다.

문제는 살인자인 아내가 상속 등기 후 처분한 집을 구입한 A씨다. 남편의 조카인 B씨가 피상속인의 재산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다른 선순위 상속인이 없는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서 고인의 재산을 상속받게 됐다. 정당한 상속인으로서 B씨는 살인자인 아내로부터 집을 매입한 A씨에게 부동산 반환소송을 제기했고 역시 승소했다. 결국 A씨는 돈을 주고 구입한 이 집을 B씨에게 반환하게 된 것이다. A씨 역시 해당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고 놀랐으며 이 사건이 본인의 일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A씨는 살인사건과는 관계도 없이 정당하게 돈을 주고 구입한 부동산을 반환해야 했을까? 고의로 피상속인을 살해한 경우 상속의 자격이 박탈된다. 따라서 배우자를 살해한 자는 고인의 배우자로서 재산을 상속받지 못한다. 설사 등기까지 완료됐다 하더라도 상속결격에 의해 소유권을 잃게 된다. 상속결격이란 결격의 사유가 있는 경우 법률에 따라 당연히 상속인의 자격을 상실시키는 것을 말한다.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자나 같은 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자 등은 상속을 받을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해당 사건에서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아내가 허위로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져 상속결격이 아니더라도 원인무효의 상속이 돼 상속권이 없는 상태로 재판을 통해 확인됐다.

A씨는 부동산을 구입하기 전에 분명히 등기부등본에 상속을 원인으로 해 등기가 고인의 아내 명의로 돼 있는 것을 확인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A씨는 역시 이 집에 대한 소유권을 잃는다. 즉 등기부등본에 소유자로 기재돼 있었다 하더라도 상속결격이나 혼인 무효에 의해 상속이 원천적으로 무효가 되면 등기부등본을 신뢰하고 부동산을 구입했다 하더라도 정당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이는 우리 민법이 등기부등본에 공신력을 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집을 반환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A씨는 수감 중인 범인에게 금전에 대한 반환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범인에게 환수할 재산이 남아 있지 않는 한 구입자금을 돌려받기도 역시 어렵다.

당시 A씨의 억울한 사연이 같이 알려지면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 민법은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공신력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결국 매우 드문 일이지만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각자가 만에 하나라도 있을지 모르는 이와 같은 상황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해당 사건에서는 등기의 원인이 된 상속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 자녀가 없는 비교적 젊은 사람이 특별한 병환이 없이 사망한 점을 보고 급하게 매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을 해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와 같은 사안에서 통상의 경우보다 급하게 매각하면서 가격이 현저히 낮다면 더욱 상황을 자세히 살필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비록 드물게 발생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A씨와 같은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개선할 방안을 찾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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