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4일 오전 임옥상 작품 2개 철거 추진
여성단체 “임옥상 개인 것 아냐... 함께 논의해야”
서울시 “성추행범 임옥상 작품 철거는 당연”

4일 오전 여성시민단체가 서울 남산 '기억의 터' 철거에 맞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이하나 기자
4일 오전 여성시민단체가 서울 남산 '기억의 터' 철거에 맞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이하나 기자

서울시가 4일 오전 일본군 위안부 추모 공원인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옥상씨의 작품을 기습철거하기로 하자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반대 집회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포크레인을 동원해 예장동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이라는 작품 철거 작업에 나설 예정이었다. 서울시는 9월 6일까지 시내에 설치돼 있는 작품 6개를 모두 철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서 정의기억연대, 기억의터 건립추진위원회를 비롯해 여성·평화 시민단체가 오전 6시 ‘기억의 터’에 모였다. 이들은 기억의 터 주변과 작품에 평화를 상징하는 보라색 천을 씌우고 포크레인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에 포크레인과 철거 작업을 하려던 인력이 오전 8시50분께 기억의 터를 떠났다.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옥상 작가의 작품을 철거하기 위해 준비 중인 포크레인. ⓒ이하나 기자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옥상 작가의 작품을 철거하기 위해 준비 중인 포크레인. ⓒ이하나 기자

단체 개인 1534명도 서울시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추행 가해자 임옥상 작가의 작품 철거 및 공공지원 배제 검토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분한 논의과정 없이 다급하게 기억의 터 작품들을 철거하겠다는 서울시의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서울시가 성추행 가해자의 작품을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것에 반대하기 때문에 기억의 터 작품을 철거하겠다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피해자를 기리는 일과 현재도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에 대한 단호한 대처, 여성인권에 대한 다짐을 담아 기억의 여성인권에 대한 다짐을 담아 기억의 터 공간을 어떻게 재조성할 것인지 로드맵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반대 집회에는 최영희 기억의 터 추진위원장, 이미경 전 국회의원,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정강자 전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 여성계 원로와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 100여명이 참석했다.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이 서울시 관계자에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이하나 기자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이 서울시 관계자에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이하나 기자

추진위와 서울시 관계자의 설전도 오고 갔다. 장하진 전 장관은 서울시 관계자에 "임옥상 지우기에 찬성한다. 다만 기억의 터를 허물기 전에 임옥상 지우기를 어떻게 할지 추진위원회와 함께 논의하자고 서울시장에게 금요일부터 여러 통로로 요청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서울시 관계자는 "성추행범 작품 철거를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장 전 장관은 "우리도 임옥상의 성추행에 분노한다. 하지만 여기에 설치된 작품은 임옥상 개인의 것이 아닌 추진위와 여성작가들, 시민들이 함께 만든 것이기에 임옥상을 어떻게 지울지 논의하자는 것이다"라고 맞섰다.

서울시는 이날 대변인 명의로 기억의 터 조형물 철거 관련 입장을 내고 "철거만이 답"이라고 밝혔다. 

서울 남산에 조성돼 있는 ‘기억의 터’는 2016년 위안부 피해자들의 메시지를 계승하고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공원이다. 당시 사회단체, 정계, 여성계, 학계, 문화계, 독립운동가 후손 등이 국민모금을 해 총 1만9754명이 성금을 모아 옛 일제 통감 관저 자리에 조성했다. 

이 공간에 임 작가의 작품 두 점이 전시됐다. 임 작가는 50여년간 회화·조각 등 다양한 사회비판적 작품을 선보이며 ‘민중미술작가’로 불렸다. 

임 작가는 2013년 8월 자신의 미술연구소에서 일하던 여성 직원을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로 지난 6월 기소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8월 17일 임 작가에 대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기억의 터 표지석이 평화를 상징하는 보라색 천으로 덮여 있다. ⓒ이하나 기자
기억의 터 표지석이 평화를 상징하는 보라색 천으로 덮여 있다.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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