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양성평등주간 기념전 ‘젠더의 틈’
작가와의 대화 2일 열려
9월7일까지 서울 마포구 산울림 아트앤크래프트·AP23

2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 AP23에서 ‘젠더의 틈’ 전시 참여 작가와의 대화가 열렸다. 이대철 작가가 네살배기 아들을 안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2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 AP23에서 ‘젠더의 틈’ 전시 참여 작가와의 대화가 열렸다. 이대철 작가가 네살배기 아들을 안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아빠!” ‘작가와의 대화’ 행사 도중 네 살배기 남자아이가 뛰어 들어왔다. 이대철 작가가 아들을 안아 들고는 자연스럽게 작품 이야기를 이어갔다. 

2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 AP23에서 열린 ‘젠더의 틈’ 전시 작가와의 대화는 독특하고 화기애애한 자리였다. (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양성평등주간(9월1일~7일)을 맞아 마련한 행사로, 아이들과 젊은 작가들, 동료, 선후배 작가들과 가족들이 함께했다. 전시 주제인 ‘몸, 돌봄, 관계’의 연장선에서 ‘육아하는 작가’의 기쁨과 고충, 각자의 작품세계와 방향성을 나눴다. 

조영주, 꼼 빠니’, 2021,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18분6초. ⓒ이세아 기자
조영주, 꼼 빠니’, 2021,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18분6초. ⓒ이세아 기자
2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 AP23에서 ‘젠더의 틈’ 전시 참여 작가와의 대화가 열렸다. 조영주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2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 AP23에서 ‘젠더의 틈’ 전시 참여 작가와의 대화가 열렸다. 조영주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조영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라이브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제작된 ‘꼼 빠니’를 선보였다. 네 사람이 등장하는 영상 작업이다. 이들은 손, 눈, 다리 등 하나의 신체 부위를 쓰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스폰지 재질의 설치물을 하나하나 밟으며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퍼포머들이 어떻게 몸을 부대끼면서 나아가는지, 살아남는지 낙오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워킹맘’ 작가의 고충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엄마가 되면서 쾌활하고 도덕적이기를 강요받았어요. 예술가와 엄마의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어려웠고 고립감을 겪었죠.” 돌봄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오는 12월부터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시범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지금 더 시의성 있는 화두다. 과거 파독간호사,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떠났던 한국 여성들 등 ‘아시아 이주여성의 삶’을 살펴보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2024년 3월 개인전을 연다. 

2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 AP23에서 ‘젠더의 틈’ 전시 참여 작가와의 대화가 열렸다. 조영주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2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 AP23에서 ‘젠더의 틈’ 전시 참여 작가와의 대화가 열렸다. 조영주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이대철 작가가 생각하는 평등은 “서로의 다양함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는 ‘LOVE’라는 글자를 활용한 작업으로 살면서 겪은 다양한 감정, 경험, 기억 등을 공유하고자 한다. 

“결혼 후 아내와 함께 오순도순 작업해 왔습니다. 아내에게 호기롭게 ‘늘 육아를 같이 하겠다’고 했는데, 아내가 임신한 후 겪는 신체적 고통 등 제가 같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걸 실감했어요. 또 아기를 씻기고 재우느라 잠 못 들고 새벽에야 겨우 작업실에 가는 생활을 몇 년간 하면서 제가 ‘희생’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남자가 육아를 하는 게 특별하다고 여겼던 거죠. 이제는 그게 희생이 아닌 가족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이를 키울수록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이 커졌어요.” 그 마음이 ‘Nothing without You’, ‘오늘도 사랑해’ 등 그의 최신 작품에도 깃들어 있다. 

이대철, ‘Fabulous love’, 2022, color on pvc, 45x3x37cm. ⓒ이세아 기자
이대철, ‘Fabulous love’, 2022, color on pvc, 45x3x37cm. ⓒ이세아 기자
조완희 작가는 ‘In·Visible’ 시리즈를 통해 몸에 대한 인식 변화와 현대 조형 예술 표현의 확장 가능성을 표현한다. (왼쪽부터) 조완희, ‘In·Visible l’, 2021, 단채널 영상, 사운드, 2분19초. / ‘In·Visible_IV’. 2021, brooch, eesin, sterling silver.  ⓒ이세아 기자
조완희 작가는 ‘In·Visible’ 시리즈를 통해 몸에 대한 인식 변화와 현대 조형 예술 표현의 확장 가능성을 표현한다. (왼쪽부터) 조완희, ‘In·Visible l’, 2021, 단채널 영상, 사운드, 2분19초. / ‘In·Visible_IV’. 2021, brooch, eesin, sterling silver. ⓒ이세아 기자

조완희 작가는 ‘In·Visible’ 시리즈를 통해 몸에 대한 인식 변화와 현대 조형 예술 표현의 확장 가능성을 표현한다.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주로 현대예술 장신구 작업을 해왔다. 자연스레 그 대상인 ‘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손을 흔들고, 춤을 추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일렁거리는 모습, 일시적이고 유동적인 움직임을 중첩된 이미지로 붙잡아 둔 그의 작품들은 색다른 인상을 준다. 그는 “비가시성, 보이는 것에 대한 잠재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에 주목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2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 AP23에서 열린 ‘젠더의 틈’ 전시 참여 작가와의 대화에 참여한 조완희 작가. ⓒ이세아 기자
2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 AP23에서 열린 ‘젠더의 틈’ 전시 참여 작가와의 대화에 참여한 조완희 작가. ⓒ이세아 기자

전시에 참여한 김윤환, 김윤아, 진주아 작가와 네오주얼리팀(김보빈, 김수림, 신영희, 신명진, 임재우, 이우연, 육경각 작가), 임수진 산울림극장장도 이날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전시를 기획한 김주옥 서울과학기술대 조형대학 교수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당연한 명제가 왜 사회적으론 이뤄질 수 없는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전시”라며 “다양한 작가의 작업들이 동시대 이슈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여성과 남성 간 육아 경험과 예술적 표현이 어떻게 다른지 등을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아 작가는 버려진 해녀복에서 느껴지는 삶의 상처와 시간의 이미지를 포착했다. “결국 버려져 환경폐기물이 되는 해녀복이 우리 삶의 흔적과 닮아 있다.” 사진은 ‘흔적’, 2022, 폐해녀복, 142x200x40, 64x90x40cm. ⓒ이세아 기자
진주아 작가는 버려진 해녀복에서 느껴지는 삶의 상처와 시간의 이미지를 포착했다. “결국 버려져 환경폐기물이 되는 해녀복이 우리 삶의 흔적과 닮아 있다.” 사진은 ‘흔적’, 2022, 폐해녀복, 142x200x40, 64x90x40cm. ⓒ이세아 기자
진주아, ‘카르마’, 2022, 폐해녀복, 70x40x120cm. ⓒ이세아 기자
진주아, ‘카르마’, 2022, 폐해녀복, 70x40x120cm. ⓒ이세아 기자
실을 엮어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해온 김윤아 작가는 수없이 연결된 선을 통해 세상 속에 존재하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진은 ‘Rains’, 2012, installation diasec print, 45x60cm. ⓒ이세아 기자
실을 엮어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해온 김윤아 작가는 수없이 연결된 선을 통해 세상 속에 존재하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진은 ‘Rains’, 2012, installation diasec print, 45x60cm. ⓒ이세아 기자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양성평등문화환경조성 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박선이 (사)여성·문화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전시는 양성평등 이슈를 문화예술 관점에서 표현하고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방법이자 기회”라며 “저출생, 양육, 일하는 여성의 삶, 값싼 노동력 수입 등 지금 우리의 일상과 직결된 문제들이 이번 전시에 다 들어 있다. 더 많은 분들이 보러 와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전시 기간 오전 11시~저녁 7시까지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다양한 관람객 이벤트도 마련됐다. 더 자세한 내용은 양성평등문화상 블로그(blog.naver.com/networkwin)와 (사)여성·문화네트워크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women2036/)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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