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 열려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 수상

2023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 수상자 이지나 연출가. ⓒ이지나 연출가 제공
2023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 수상자 이지나 연출가. ⓒ이지나 연출가 제공

이지나 연출가가 ‘2023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을 받았다.

한국 뮤지컬의 ‘성평등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여성의 성 담론을 다룬 여성주의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2000년 국내에 소개하고 12년간 공연을 추진했다. 여성 학대, 가정폭력, 성형, 다이어트 등 한국사회 여성의 이야기를 각색해 무대에 올렸다.

또 연출 데뷔작 뮤지컬 ‘록키 호러쇼’를 포함해 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 뮤지컬 ‘헤드윅’, ‘라카지’ 등 퀴어 문제를 다룬 공연을 다수 선보였다. 2015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헤롯왕역으로 배우 김영주를 캐스팅하며 국내 뮤지컬계 최초로 젠더 프리 캐스팅을 시도했다. 이후로도 ‘더 데빌’, ‘광화문 연가’,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아마데우스’ 등에서 꾸준히 성별을 넘나드는 캐스팅을 진행했다. 이처럼 성별 고정관념을 깨고 공연계의 다양성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시상식은 1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에서 열렸다.

이 연출은 영상 수상 소감에서 “가치 있고 영광스러운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그런 만큼 제가 얼마나 깊이 노력해 왔나 하는 반성이 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는 성은 평등하다는 당연한 사실이 제 전문 분야에선 왜 편파적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많이 생각했다. 쇼비즈니스는 철저히 상업적이다. 매력적이고, 보고 싶은 캐릭터가 가장 중요한 흥행 요소인데 그 수요가 평등하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젠더프리 캐스팅은 아주 작은 시도일 뿐이다. 왜 여성은 매력적인 역할을 할 수 없나? 왜 능력 있는 여성이 매력적인 역할을 맡을 기회는 드문가? 대본상 남성 역할이어도 이 역에 성이 중요한 요소인가? 누구나 인간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고 (성별 이분법을 넘어) 더 적합한 배우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젠더프리 캐스팅을 시도하게 됐고 반응이 아주 좋았다. 이 시장이 더 평등하고 정의로워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연출가는 “공연 시장의 주제는 더욱 다양해졌고 여성 중심·성소수자 서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반가운 상황이다. 공연예술계에 종사하는 우리는 더 힘내고 노력해서 기울어진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서 있다. 더 노력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주신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세대보다 더 평등하고 올바른 교육을 받고 자라난 세대, 더 나은 교육 받을 미래 세대가 만들 세상, 제가 만든 공연은 어떤 미래를 맞게 될지 상상하며 인사를 마친다”고 덧붙였다.

이지나 연출가를 대신해 그의 가족이자 4중창 크로스오버 그룹 ‘포르테나’ 리더인 오스틴 킴이 1일 서울 마포구 산울림소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했다.  ⓒ성혜련 사진작가
이지나 연출가를 대신해 그의 가족이자 4중창 크로스오버 그룹 ‘포르테나’ 리더인 오스틴 킴이 1일 서울 마포구 산울림소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했다.  ⓒ성혜련 사진작가

시상자로 나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지나 연출의 작품을 보고 그 파격, 투혼, 연출 하나하나에 반전과 역전의 요소를 배치하는 재능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차지연 배우도 영상 축하 메시지에서 “젠더프리 캐스팅은 우리 문화예술에 꼭 필요한 한 축이 아닐까. 심사숙고해 주시고 열린 시각으로 배우를 바라봐 주셔서 (이 연출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연출님과 함께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연출님의 멋지고 아름다운 행보를 지켜봐달라”고 했다. 이 연출가를 대신해 그의 가족이자 4중창 크로스오버 그룹 ‘포르테나’ 리더인 오스틴 킴이 시상식에 참석했다. 

올해로 16회를 맞은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성평등한 사회 조성, 일상 속 성 역할 고정관념 개선 등 성평등 문화 조성에 기여한 문화인과 문화 콘텐츠를 발굴해 포상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여성·문화네트워크(대표 박선이)가 2008년 제정, 매년 시상해왔다. (주)여성신문사(사장 김효선)가 주관, 문체부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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