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런스 토머스 미국 연방대법관 ⓒ토머스 'X'
클래런스 토머스 미국 연방대법관 ⓒ토머스 'X'

클래런스 토머스 미국 연방대법관이 억만장자 친구의 개인 제트기 등 호화 여행 지원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도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토머스 대법관은 이날 공개한 연례 재정 공시를 통해 텍사스 부동산 사업가인 할란 크로우의 개인 제트기를 타고 2022년 세 차례 여행했다고 신고했다. 할란 크로우는 공화당에 1300만 달러(약 170억 원) 이상을 기부한 자산가다.

미국 판사들은 매년 봄 재정 공시 보고를 제출하고 법원 행정실은 매년 6월 초 이를 공개한다. 토머스 대법관의 재정 보고는 ‘90일 연장’ 요청을 한 뒤 이날 뒤늦게 공개된 것이다.

토머스 대법관은 지난 2019년에는 크로의 제트기를 타고 인도네시아를 여행해 요트까지 이용했다고 AP는 전했다. 지난해 5월 댈러스에서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하면서 크로가 제공한 비행기를 탔다며 크로가 비행기 이동 및 식사 비용을 부담했다고 밝혔다.

토머스 대법관은 당시 '신변 안전' 문제 때문에 자가용 비행기 편으로 왕래했다고 해명했다.

작년 5월 대법원이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인정한 기존의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뒤집을 것이라는 판결 초안 내용이 보도되면서 자신의 신변 안전에 불안 요인이 생기자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토머스 대법관은 또 지난해 2월 댈러스 AEI 콘퍼런스에 참석했을 때도 크로가 식사와 자가용 비행기를 제공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악천후 때문이었다고 설명했고, 같은 해 7월 뉴욕주의 애디론댁 산지를 여행했을 때도 크로의 도움으로 자가용 비행기를 무료 이용했다고 밝혔다.

토머스 대법관은 최근 비영리 인터넷 언론 '프로퍼블리카'의 관련 폭로 보도가 있자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프로퍼블리카는 토머스 대법관이 지인들로부터 바하마 요트 크루즈를 비롯해 최소한 38회 여행을 제공받았다고 폭로했다.

미국에서 판사는 업무상 관계있는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지 못하게 돼 있지만, '개인적 호의'에 따른 선물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데 그 예외의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점 등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1948년생인 토머스 대법관은 1991년 조지 H.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대법관으로 취임했으며 현직 대법관 중에서 가장 보수적 색채가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임명된 흑인 대법관이자 현재 연방 대법원 최선임인 그는 작년, 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뒤 동성혼과 피임 등과 관련한 기존 대법원 판례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토머스 대법관에게 자가용 비행기 등을 제공한 크로는 공화당의 거액 기부자라는 사실도 부적절성 논란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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